도토리묵밥
글 강빛나
어느덧 뉴욕에 산 지도 10년차가 되었다. 그 세월과 더불어 늘어난 재주 중 하나가 아마 ‘짐 싸기 기술’일 것이다. 엄마표 김장 김치를 국물이 새지 않게 싸오는 법, 참기름과 들기름을 깨지지 않게 포장해 가져오는 법, 가을 한 철, 잘 말린 능이버섯과 제철 곱창김을 부서지지 않게 챙겨오는 법 등 고국의 제철 식재료를 뉴욕에서도 즐기고 싶어 다양한 시도를 통해 터득한 기술들이다. 특히 봄의 맛을 온전히 느끼게 하는 달래는 그대로 가져올 수 없는 식재료라서 고심 끝에 달래장의 형태로 가져왔다. 한 번이라도 달래를 손질해 본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달래장이 도착하면 손발이 분주해진다. 내게 달래장 하면 따라 생각나는 음식은 ‘도토리묵’으로, 도토리 가루로 묵을 쑤어 달래장과 함께 먹거나, 묵밥을 만들어 곁들인다. 청산도산 멸치로 낸 맑은 육수가 탁해지지 않게 백간장으로 살짝 간한 뒤, 도토리묵을 얇게 채 썰어 담고, 달걀 지단과 양념을 덜어낸 김치를 고명으로 올린 후 갓 짠 참기름 두어 방울을 떨어트리면 묵밥은 완성이다. 조만간 또 묵을 쑤겠구나 싶은 봄날 저녁, 이 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재료(2인분)
도토리 가루 1컵, 생수 6.5컵, 달걀 2개, 김치, 멸치 육수, 백간장, 김 가루, 참기름, 포도씨유
*조리법
1. 도토리 가루 1컵을 채반에 곱게 내린다.
2. 물 6.5컵에 1의 도토리 가루 1컵을 넣고 30분가량 불린다.
3. 냄비에 2를 넣고 중불에 끓이며 젓다가 되직해지면, 중약불로 줄여 5분, 이후 약불에서 20분가량을 더 끓이며 한 방향으로 젓는다. 이때, 포도씨유(향이 없는 기름) 한 숟갈을 넣어 묵에 윤기를 더한다.
4. 불을 끄고 한 김 식히면서 2~3분가량 더 젓는다.
5. 다 젓고 나면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6. 참기름을 소량 발라 준비한 틀에 5를 붓고 공기층이 생기지 않도록 틀을 내리친다.
7. 서늘한 곳에 대여섯 시간 두어 묵을 굳힌다(시간은 계절에 따라 가감한다).
8. 물 600ml에 멸치 한 줌, 다시마 두 장을 넣고 중약불에서 20분가량 끓여 멸치 육수를 낸다. 이때, 맛술을 1T 넣는다.
9. 차갑게 식힌 멸치 육수는 백간장으로 간한다.
10. 육수에 채 썬 도토리묵을 담고, 채 썬 김치와 계란 지단, 김 가루를 올린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을 더한다.
*Tips
묵을 쑬 때, 계속 젓지 않으면 묵이 튀어서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