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말하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 ‘현재’
쇼팽 콩쿨 최초 한인 우승자로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세계 무대를 누비며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해온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쇼팽 콩쿨은 폴란드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의 업적과 위상을 기리기 위해 탄생한 피아노 전문 콩쿨이다. 이 콩쿨에서 입상한 대다수의 피아니스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고, 조성진씨도 그 대열 가운데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조성진씨의 연주는 테크닉적인 완성도는 물론이고 남다른 감동과 깊이를 담고 있어서 클래식 음악의 팬층이 두텁지 않은 한국에서 K-Classic의 대중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 7월, 독일 그라마폰(Deutsche Grammophon)과의 세번째 공식 앨범 녹음을 마친 직 후, 맘앤아이가 보낸 이메일 인터뷰에 조성진씨가 직접 답변을 보내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완숙미를 더해 갈 그의 연주에 큰 기대를 갖는다는 기자의 말에 ‘미래 보다는 현재의 연주에 충실’하겠다는 담담한 의지를 전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은 바로 현재라는 단순하면서도 명징한 통찰이 담긴 답변이다. 무결점의 완벽한 연주와 품위있는 무대 매너 못지않은 맑고 담백한 그의 인터뷰 답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6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알고 있는데,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신의 미래를 직감했다거나,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언제쯤인가요?
6살에 피아노를 시작했을 때부터 피아노와 클래식 음악이 좋아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몰랐을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는 동안 좋아했던 피아니스트는 누구였고, 현재 자신의 연주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어려서부터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과 라두 루푸(Radu Lupu)의 연주를 좋아했습니다. 그분들은 현재까지 저의 음악 발전에 도움을 주시는 저의 멘토이시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연주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저의 음악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폴란드 피아니스트로 1975년 제 9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유연한 감정 조절, 완벽한 테크닉으로 평가받는 그는 세계 연주를 다닐 때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비행기에 싣고 다닌다고 전해진다. 조성진이 쇼팽 콩쿨 결선 연주를 마쳤을 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에게‘대체 이 친구가 누구야? 금메달이네!’ 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는 일화가 있다.
- 루푸(Radu Lupu): 루마니아 피아니스트로 1966년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의 우승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했다. 그의 연주는 기존의 스타일이나 전통을 일단 끊고 자기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쇼팽 콩쿨 우승 때문인지, 아니면 연주 레퍼토리 중에 항상 쇼팽곡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조성진씨를 ‘Chopin Specialist’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쇼팽콩쿨 이 후에 리사이틀을 할 때에는 쇼팽의 곡을 넣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곤 했지만 콘체르토의 경우는 다른 작곡가의 곡들도 많이 연주했습니다. 내년부터는 한동안 리사이틀 할 때 쇼팽의 곡을 제외하려고 합니다. 위대한 작곡가도 너무 많고 연주하고싶은 곡들도 많은데 한 작곡가의 곡만을 연주하고 그로 인해 한 작곡가의 스패셜 리스트로 기억에 남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성진씨는 이미 많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고 레퍼토리에 대한 욕심도 많다고 알고있습니다. 앞으로 ‘집중’해보고 싶은 작곡가는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람스의 곡을 많이 연주하고 싶습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작곡가인데 아직까지 제가 브람스 곡을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음악공부를 유럽에서 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독일이 아니라 프랑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고등학생부터 유럽으로 유학 가기를 원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파리가 저에게 맞고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파리는 유럽의 중심이고 도시 자체도 아티스틱하고 많은 음악가들이 연주를 하기위해 모여드는 도시여서 음악적 영감을 받을 기회가 많을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어떤 첼리스트가 자신의 음악을 더 깊이있게 만들기 위해 철학공부를 겸하고 있다는 매체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요, 조성진씨는 연주를 위해 스스로 보강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독일음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현재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무대에서 어떤 곡을 연주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피아노 연주할 때 우선은 작곡가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 작곡가가 되어서 연주를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가능하면 완전히 음악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연습, 연주, 투어 등으로 이어지는 생활패턴이 평범한 20대의 삶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20대 젊은 청년으로써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만일 한달정도 아무 일정이 없다면 무엇을 가장 해보고 싶으신가요?
나의 20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무척 아쉽고 슬픕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연주를 하는데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한달의 여유 시간이 저에게 주어진다면 저는 남극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로써의 테크닉적인 면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를 받고있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로써, 팬으로써 앞으로 조성진씨의 음악이 점점 숙성되어 가는 것을 지켜볼 것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조성진씨가 늘, 혹은 앞으로 추구하는 음악은 어떤 것인가요?
아직 신인 피아니스트지만 거의 20년간 음악을 하면서 제가 느낀점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현재 이것이 최고라 생각한 것도 3-4 년 뒤에는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몇십년 후에 제가 어떤 음악가가 되어 있을지는 모릅니다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연주자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현대음악 연주계획이 있으신가요?
현대음악에 관심은 많이 있지만 아직은 연주할 계획이 없습니다.
지난달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와 첫 듀오공연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경화 선생님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음악가 중 한 분이십니다. 지난달에 선생님과 함께 가졌던 전국 투어공연은 제가 가장 기대했던 공연 중 하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셔서 잘 마쳤습니다.
최근 Deutsche Grammophon 레코딩 팀과 Yannick Nezet-Seguin의 지휘로 모짜르트 K. 466를 녹음했다고 알고있습니다. 모짜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No.20 외에 어떤 곡들이 수록되는지 간략한 앨범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마친 모차르트 앨범은 쇼팽과 드뷔시에 이은 저의 세번째 공식 녹음앨범입니다. 이번 레코딩 작업에서 모차르트 콘체르트 466과 함께 소타나 281과 332를 녹음하였습니다. 모차르트 판타지 397도 녹음하였지만 음반에 수록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0월 NJSO와의 협연을 기대합니다.
외국에서 특히 미국에서 연주할 때 많은 한인분들이 오셔서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보다 좋은 연주로 찾아뵙도록 열심히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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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회에 가까운 연주 일정을 소화하며 한국인들은 물론 세계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조성진씨, 그가 이번달에 다시 미국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10월 연주는 우리와 친숙한 New Jersey Symphony Orchestra와의 협연무대로 꾸며질 예정이라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한인이민자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