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클래식,
그 숨결까지 담아 냅니다
클래식 레코딩 엔지니어, 고도윤 교수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좋아하는 연주자의 터치 하나 하나를 생생하게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가슴 벅차고 기쁜 일이다. 녹음할 당시의 소리를 그대로 보존하여 전하는 게 핵심이라는 클래식 레코딩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전해준다. 클래식 레코딩은 또 그런 만큼, 고난도의 특별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섬세한 작업이다. 연주자의 숨결, 악기의 소리, 그리고 그 공간이 가진 고유의 소리까지, 순간을 소리로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클래식 레코딩 엔지니어, 고도윤 교수를 만나 보았다.
섭외 및 인터뷰 박윤진_음악 전문 리포터 구성 및 편집 맘앤아이 편집부
*맘앤아이 안녕하세요. 맘앤아이 독자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맘앤아이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캐나다의 맥길 대학McGill University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테네시주 내쉬빌의 벨몬트 대학Belmont University에 Audio Engineering Technology 학과 교수로 있는 고도윤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프리랜서 사운드 엔지니어로 활동했었고, 과거 한국에선 KBS에서 사운드 디자이너로 2년간 근무하기도 하였습니다.
*맘앤아이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셨군요, 그럼 미국에는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맥길 대학l에서 학위를 마칠 무렵 벨몬트 대학의 교수직을 맡게 되면서 2013년 미국으로 오게 되었어요.
*맘앤아이 세계적으로도 클래식 레코딩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석사 및 박사 과정을 공부한 캐나다 맥길 대학이 클래식 레코딩으로 유명한데 북미에서 유일하게 톤마이스터식(Tonmeister: 음악과 공학이 합쳐진 전문분야) 교육을 하는 학교였어요. 그 곳에서 클래식 연주자들을 만나 함께 작업을 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클래식 레코딩에 관심을 가지고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맘앤아이 클래식 레코딩이 순수한 레코딩 엔지니어링 테크닉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녹음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클래식 레코딩은 순간을 소리로 담는 작업이에요. 연주자의 터치, 악기의 소리, 그리고 그 공간의 소리를 변형하지 않고 순수하게 녹음해야 하는 작업이죠. 다른 음악 장르의 레코딩이 소리를 어떻게 가공하고 새롭게 재창조하느냐가 핵심이라면 클래식 음악은 녹음할 당시의 소리를 그대로 보존하는 게 핵심이자 다른 음악 장르의 레코딩과 가장 큰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소리가 아름답게 잘 나올 수 있도록 좋은 공간을 찾고 그 공간에서 연주자와 공간을 동시에 녹음해야 하죠. 이 ‘공간’이라는 것이 녹음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 공간 자체의 소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잘 활용하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현장의 소리를 더해지거나 변형되는 것 없이 순수하게 담아내야하기 때문에 순수한 테크닉이 요구된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을 녹음하려면 연주자와 각 악기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해요.
*맘앤아이 순수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정말 섬세한 작업인 것 같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녹음이 있으신가요?
첼리스트 Matt Haimovitz, 클라리스트 David Krakauer,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함께 작업했던 AKOKA: Reforming Messiaen’s Quartet for the End of Time (아코카: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의 재구성)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현대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곡 중에 하나이자 기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곡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완성도가 높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억에 남습니다. 그 어려운 부분을 실수 한 번 없이 라이브로 완벽하게 연주한 연주자들과 그 소리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습니다. 뉴욕 타임즈에서도 굉장히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라 평했을 정도로 누구나 꼭 한 번쯤은 들어봐야 할 멋진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맘앤아이 그런 어려움이 있군요. 혹시 클래식 레코딩을 하시면서 느끼시는 클래식 문화의 아쉬움이나 우리 맘앤아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요즘에는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어떤 장르의 음악이건 그 자체를 좋아하고 감상한다기보다는 일할 때, 공부할 때, 운전할 때, 그냥 틀어놓는 ‘배경 소리Background noise’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뉴욕이나 뉴저지는 수준높은 클래식 뮤직을 접할 좋은 기회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놓치지 마시고 현장을 찾아 가셔서 직접 들어보시면 더 깊이 음악을 이해하고 크신 감동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맘앤아이 오늘 좋은 말씀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준비하고 계신 것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시겠어요.
지금은 녹음보다는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 저는 물론 녹음도 하지만 엔지니어이기보다는 새로운 녹음 기술, 기계, 이론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학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을지 소리와 기술들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맘앤아이 다음 달에 음반이 발매된다고 본 것 같아요. 어서 들어보고 싶네요. 클래식 레코딩을 하시면서 느끼시는 어려움이 있으시다면요?
아무래도 공간이 중요하다 보니 공간을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워요. 또한 연주자들과 공간사용의 스케쥴 조정, 예약이나 그런 부분들이 조금 어렵죠. 또 다른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연주자들마다 추구하는 것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후반 작업에서 연주자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부분, 그 부분에서 요구되는 세밀함이 조금 힘든 부분입니다.
*맘앤아이 연주자들과의 소통이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네요. 혹시 그런 부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연주자를 만나기 전, 연주가 연주할 곡의 악보를 보고 여러가지, 다른 연주자들의 레코딩도 들어보며 그 곡에 대해 알아보고 곡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연주자들을 만날 때는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 상의하고 함께 악보를 보고 중요한 부분은 미리 체크해 놓습니다. 특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을 미리 확인하고 함께 검토하며 노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