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안에 삶을 담아낸다

인터뷰, 글 허세나 에디터

일상생활의 희노애락, 무병장수, 부귀, 다산 등 서민들의 정서가 담긴 민화. 그저 낡고 고리타분한 그림이 아닌 압축된 천년의 지혜가 담겨있는 전통 예술이다. 그런 민화를 자연의 형태 그대로의 것이 아닌 무한한 상상력으로 다각도에서 새롭게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가 있다. 특유의 원색적인 색감을 바탕으로 현실과 무의식, 초현실의 세계에서 꿈과 희망을 찾는 김진옥 작가. 그녀의 작품을 소개해본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가 김진옥이라고 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 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이민을 왔습니다. 의류 업체에서 패턴 제작자 그리고 섬유 디자이너 (Textile Designer)로 일하다 1996년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2012년, 그룹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민화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민화는 대중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희노애락, 무병장수, 부귀, 다산, 출세, 벽사의 의미 등 서민들의 정서가 담긴 그림입니다. 민화의 시작은 고구려 벽화로 현재 남아있는 것은 없고 현존하는 민화는 조선 후기의 작품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민화에 대한 정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누가 그렸고 누가 사용하였고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한 제작과 사용의 범주였고 또 하나는 예술적 가치관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민화는 그림의 크기나 화풍이 자유로워서 장지, 창호지, 화선지, 모조지, 삼베, 비단, 광목, 나무 등 재료가 다양하였고 물감도 식물성 재질, 유화 물감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화조도 (꽃과 새), 초충도 (화초와 곤충들), 모란도 (모란꽃은 부귀영화를 기원), 연화도 (연꽃은 고결한 군자의 모습), 책거리 (교육적 목적), 문자도 (교훈적 목적) 등으로 민화의 종류도 여러 가지지요. 

언제부터 민화를 그리게 되셨나요? 민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민화전에 항상 유화 작업만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민화 전시회에 다녀온 후 민화를 배우고 싶어졌고 그 이후 그 매력에 푹 빠졌지요. 

초중도1

초중도2

유화

유화1

유화2

민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단순한 듯 보이지만 그림 속에 우리 민족의 정서, 해학과 풍자 등이 강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강렬한 색채 또한 민화의 매력입니다. 민화는 창의성보다는 실용성이 강조되고 생활공간의 장식을 주목적으로 하는 민속적인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전통적인 그림입니다. 소박하고 자유로이 사실을 표현하고 완성해 가는 과정 안에 저만의 개성과 창의성을 가미해서 더욱더 예술적 가치를 포함할 수 있는 것 또한 저에게는 큰 매력입니다. 

지금 하는 작업의 컨셉은 무엇인가요?

현재 구체적인 자연이나 사물의 형태, 그리고 평면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추상적인 형태를 표현하고 디테일, 재질감이느껴지는 새로운 조형물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한 유화와 전통민화를 접목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보는 구상 중에 있습니다. 

민화를 그리는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7가지의 순서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번째는 반수 작업으로 한지위에 투명한 막을 입혀서 물감의 부착력을 높이고 탈색을 방지시키는 단계입니다. 다음은 본에 투사지를 놓고 연필로 그리는 밑그림 작업이 들어가요. 반수가 끝나고 마른 한지를 밑그림 위에 올려놓고 먹물로 얇게 선을 따주죠. 그 후는 색채작업이 들어가고 바림을 해요. 바림이란 그라데이션을 말하죠. 마무리 작업 후 배접, 그러니까 그림을 표구하기 전 보관을 용이하게 하는 단계로 마무리가 되요. 작품의 소요 시간은 그 종류나 사이즈에 따라 달라져요.

한국의 전통 그림을 미국마켓에 소개하셨는데 대중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지난 7월 뉴욕 맨해튼에 있는 4W 43 Gallery의 초대로 개인전을 하였어요. 유화와 민화를 같이 전시했었죠. 의외로 많은 분이 민화란 어떤 그림인지, 그리는 방법과 재질, 소재 등에 관해서 큰 관심을 주셨어요. 이미 한국인의 전통적인 그림을 접해 보신 분들도 많았고요. 요즘 한국은 민화 그리기가 열풍이라던데 한국뿐 아니라 뉴욕, 세계 각국에 민화를 알리고 지키려는 작가분들의 노력으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작가 활동에만 전념을 하시나요?

네, 근래에는 많은 시간을 작품에만 할애하고 있습니다. 뉴저지, 뉴욕, 이태리 한국 대사관에서의 전시 등 다수의 그룹전과  2018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라 베르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하고 2019년 1월, 대한민국 전통 문화예술 협회에서 우수 작가상을 수상하며 초대작가로 위촉되었습니다. 2019년 7월에는 뉴욕에서의 첫 개인전을 여는 등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바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미술을 미국에서 그리면서 더 욕심이 생기실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이라던가 이루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지금껏 꾸준히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는데요, 저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단순히 대중에게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내 무의식 세계에 잠재하고 있는 어쩌면 잊혀져가는 꿈을 찾아가는 나에 대한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뉴저지 잉글우드 클리프스에서 15년째 거주 중인데 도서관이나 문화원 같은 제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더 나아가 여러 나라의 문화예술 단체들과 연계하여 서로의 예술 문화를 교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