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바이올린 이디쉬 공연’

클래식 뮤지컬의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이 주는 감동

글  앤드류 임 극작가, 연극연출가

이 칼럼을 읽으시는 분들 특히 뉴욕에 사시는 분들께 알아두면 그래도 쓸모 있을 상식 하나를 말씀드리려한다. 브로드웨이 공연 티켓을 사려고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오프 브로드웨이(Off-Broadway)라는 단어를 종종 보게 되는데 과연 이게 무슨 말인가?

브로드웨이는 뉴욕 맨하탄의 길 이름이고 이 지역에 발달한 극장가에서 공연되는 큰 규모의 공연들을 브로드웨이 공연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이란 무엇인가? 흔히 심지어는 연극인들 조차도 브로드웨이의 외곽지역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일컫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해다. 이렇게 따지면 브로드웨이에서 두블럭이나 떨어진 8애비뉴 근처에서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들은 브로드웨이 공연이 아니라는 말이 되니까. 오히려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 중에는 브로드웨이에 더 근접해 있는 곳들도 있다. 

 

각설하고 본론만 말하라는 독자들의 질책이 들리는 듯하여 말씀드리면, 오프 브로드웨이는 본래 지역적 개념이 아니었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던 뮤지컬이나 연극들이 급속히 상업성을 추구하기 시작하고 무엇보다 대중에게 인기있는 배우들을 비싼 출연료를 주고 출연시키는 이른바 ‘스타 시스템’이 대세가 되자, 연극 예술가들이 이에 반기를 들고 브로드웨이 상업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연극예술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의미로 ‘탈 브로드웨이’를 외치게 되는데, 바로 이런 움직임이 오프 브로드웨이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오프 브로드웨이의 연극들도 브로드웨이의 경향을 점차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자, 몇몇 급진적인 연극 예술가들이 오프 브로드웨이 조차 벗어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고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즉 ‘탈 오프 브로드웨이’를 추구하며 창작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것이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운동이 된다.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는 연극만의 순수한 본질을 찾아야 한다는 급진주의자들의 창작 활동으로 실험극 또는 아방가르드 연극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게 된다.

오늘날은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가 극장의 규모에 의해 구분되기도 하고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의 경우 20세기와 같은 활발함을 잃어가고 있어 그 명맥이 유지될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연극인들이 상당수다.

이번 호에서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요즘 공연 중인 뮤지컬의 고전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 대해 얘기해 보려한다.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뮤지컬이어서 그 내용도 아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여겨진다만 본 칼럼의 취지에 맞게 간략한 설명을 보탠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러시아 혁명이 한참이던 1905년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 아나테프카를 배경으로 한다. 다섯 딸을 둔 아버지이며 우유를 만들어 배달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 티비에는 전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유태인이다. 옛날의 한국처럼 부모가 혼처를 정하는 결혼만이 허락되던 시대에 그의 세딸은 자기들 스스로가 남자를 만나고 결혼을 하려한다. 심지어 그 중에는 유대인 탄압의 주체인 러시아인과 결혼하겠다는 딸도 있다. 시대와 젊은이들의 의식 변화는 전통의 가치에 대한 티비에의 신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렇지만 티비에는 결국 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타협한다. 티비에가 딸들의 청에 대해 생각할 때 독백으로 자주 읖조리는 대사, ‘반면에’(On the other hand)는 탈무드적 지혜에 근거를 둔 유태인 티비에의 고뇌를 너무 무겁지 않은 터치로 보여준다. 러시아의 유대인 강제추방 명령으로 티비에와 가족들이 우유를 나르던 수레에 봇짐을 싣고 길을 떠나는 장면을 끝으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막을 내린다.

문학적으로 완성도를 갖는 플롯과 메세지가 돋보이지만 단지 그것만이 이 작품의 가치는 아니다. 제목부터가 평범하지 않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고전적인 악기 바이올린을 지붕에서 연주하는 일은 아슬아슬하기 그지 없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균형을 잘 잡고 서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몸과 손의 놀림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한마디로 전통과 균형의 메타포가 바이올린이다.

여기까지는 메타포가 좀 노골적이라 여기는 관객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연극성을 십분 활용한 연출로 바이올린의 메타포를 잘 활용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주인공 티비에가 딸의 결혼을 두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읊조리는 독백 마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등장해 그의 곁에서 연주한다. 전통에 대한 신념과 급변하는 세상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려는 주인공의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자, 이제 이 공연이 브로드웨이가 아닌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점에 대해 그 의의와 차이를 설명하며 끝맺으려 한다. 196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즉 태생부터가 화려했던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되며 새롭게 얻게 된 것은 바로 연출적 재미다. 브로드웨이 극장이었다면 1900년대 초 우크라이나의 시골집이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무대에 지어졌을것이고, 그 지붕 위에서 누군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이 신비스럽게 연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연출가는 화려하고 사실적인 장치 대신 배우들의 연기로 무대를 채우고, 바이올린의 문학적 메타포를 연극적 메타포로 훌륭하게 전환시켰다. 지붕 위에서 연주되는 바이올린을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 더 강렬하게 그 의미하는 바를 각인시켜줄 수 있는 연극의 매력을 이번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작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통해 관객들은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본다.   

   Fiddler on the roof 극장

                 New Victory 극장

           Theatre Row 극장

앤드류 임(Andrew Lim)

극작가, 연극연출가, 평론가, 자유기고가극단 MAT 상임연출

중앙대학교와 동대학원 연극학과뉴욕대학교 대학원 극작 및 연극연출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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