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차세대를 향한 30년 열정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많은 한인 부모들의 공통된 ‘주말의식’이 있다면 아마도 자녀를 한글학교에 보내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민자로 살면서 자신의 뿌리를 알고 자국의 언어를 배워 익힌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100년을 훌쩍 넘긴 한인 이민 역사에 견주어 다소 늦은감도 없지 않지만, 한인 이민 2세들의 정체성 확립과 모국어 및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일에 뜻을 두고 1981년에 발족한 재미한국학교협의회의(NAKS)의 그간의 활약과 노고는 가히 ‘독립군이나 민간외교관’ 에 비견할만하다 하겠다. 이민사회에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열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NAKS를 소개하기 위해 현재 19대 총회장으로 헌신하고 있는 오정선미 교수와의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오정선미 총회장은 드렉셀 대학교(Drexel University)의 Global Studies & Modern Language 학과 한국어 교수이자 펜실베니아 주 벅스카운티 한국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내 모든 한인 차세대들의 한국어 교육과 정체성 확립은 물론, 이들을장차 민간외교관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땅한 꿈을 위해 30년 간 여일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인터뷰, 글  최가비   사진제공  오정선미 총회장

재미한국학교협의회 2019년 임원들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함께(왼쪽에서 두번째 오 정선미 총회장)
설민석 강사와 함께

인터뷰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총회장님.

안녕하세요, 맘앤아이 독자 여러분. 오정선미입니다. 앞서 소개하셨듯이 현재 재미한국학교협의회 19대 총회장을 맡고 있고,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드렉셀(Drexel) 대학교에서 Global Studies & Modern Language학과, 한국어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벅스카운티 한국학교 교장으로 섬기고 있어요. 미국에 온지는 만 30년이 되었구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남편과 자기들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한국학교에 다녔다고 노래를 부르던 두 아들이 있습니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는 언제 발족되었으며, 핵심과제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는 미주에 있는 1,000여 주말 한국학교의 연합체로, 한인 차세대들에게 올바른 정체성과 긍지를 심어주는 종합한인교육기관이며, 1981년에 창립된 이래 현재 미국 연방정부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 있어요. 본협의회는 미 전국협의회 산하 14개의 지역 협의회를 두고 있으며, 각 지역 협의회는 약 1000개의 회원교에 약 8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고요. 그 역할과 핵심과제는 소속 한국학교의 발전과 교사들의 교육 전문성 향상 그리고 2세들을 위한 한국어 및 역사문화교육을 더 효과적으로 교육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자체행사 및 전국협의회와 교육행사 및 교사연수 그리고 교육정보에 관하여 상호협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와는 어떻게 협력하고 계시는지요?

한국정부에서는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에서 한국학교와 협의회에 지원금을 보내주고 있고 교육부에서는 SAT 한국어 모의고사라든가 NAKS-ACTFL, 즉 한국어 교사인증제 같은 사업을 후원하고 있어요. 국립국어원 경우는 학술대회기간 동안에 한국어교사 집중연수가 있는데 강사 및 컨텐츠를 제공해주고 있고, 그 외에 한국학교 용 역사교재를 만들고 국립국제교육원이 있으며, 청주시 경우도 MOU를 맺어서 직지보급 및 학생들 상대로 직지캠프를 하고 있어요. 통일부 산하 통일미래교육원과 연결된 학생들 통일캠프도 올해 실시했으며, 민간단체로는 교과서를 공급하고 있는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김구재단과는 백범일지 에세이 및 교사교안 공모전을 독도재단과 독도탐방을 추진하고있는 중입니다. 

지난 임기 1년 동안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고 계신데, 시기적으로 좀 늦은감이 있지만 총회장님께서 협회대표로 추대되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일 어려운 질문 같네요.(웃음)  아마도 제가 오랫동안 재미한국학교 임원으로 봉사를 했기에 경험이 좀 많다는 것과 제 직업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니 한국어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할 것 같은 믿음이라고 해둘까요? (웃음) 무엇보다 지난 수십년간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한국어 교수업에 대한 강의를 했는데 저의 강의를 들으신 분들이 한국어에 대한 저의 열정을 높게 평가해주신 부분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분들의 응원을 생각하면 늘 초심을 잃지않고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곤하죠. 잘해보라고 믿고 뽑아주신 자리인 만큼 남은 일 년도 섬김의 자세로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 

ACTFL-교사인증제 멘토들
드렉셀 대학 Global Day 행사(오른쪽 오정선미 총회장)
대한민국 바로알기 기자단

총회장님의 임기 중 가장 중점적인 과제, 그동안 성과에 대해 간략히 평가해주시겠어요?

우선 교사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전문성을 살려서 한국학교 교사들이 미국 내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로 거듭나기를 바라면서 시작한 NAKS-ACTFL 한국어 교사 인증제와 NAKS 표준교육과정 영문번역 그리고 차세대 교육을 위한 밑작업들을 들 수 있겠어요. 이런 교육과제는 금방 성과가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서 제가 맡은 19대에서 돌도 골라내고 밭을 가꾸고 씨를 뿌려놓으면 다음대에서 좋은 결실을 맺을 그런 사업들이죠. 그동안 NAKS가 외적내적으로 성장했고 많이 알려진 반면 미국내에서 전문적인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인정을 받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내 외국어 교육기관에서 다 인정하는 ACTFL과 함께 한국어 교사 인증제를 마련함으로써 전문성에 한걸음 다가갔고 또 교과과정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미국 전역에 있는 교육기관에 우리가 전문적인 교과과정과 전문적인 교사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서 방과후학교에 한국어프로그램을 넣는일부터 시작해 한국학교프로그램이 공립학교에서 인정하는 외국어로써의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두고 싶고, 나아가 우리의 미래인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일에 더욱 매진하려고 합니다. 

총회장님께서 한국학교와 인연을 맺게되신 첫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소개해주시고, 한국학교에 대한 나름대로의 사명감이나 의미를 부여하고 계신 것이 있으시면 나눠주시겠어요?

저는 1989년에 미국에 왔어요. 당시 먼저 유학 와있던 남편이 한국학교교사를 하고있었는데요, 학기 중에 남편이 학회에 참석하는 바람에 남편 대신 한국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거의 30년 가까이 한국학교에 몸담게 되었어요. 당시 미국생활 적응이 참 힘들었는데 한국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삶의 에너지가 생겼고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고싶은 일, 해야할 일들이 많이 생기곤 했죠. 그래서 미국에서의 제삶은 한국학교와 시작해서 한국학교와 성장했다고 볼 수 있어요. 가끔은 제가 미국에 오게된 이유가 한국학교 교사를 하기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일이 제 인생에 있어서 일순위이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준 가족이 없었다면 오랫동안 할 수 없었을텐데 늘 응원해주는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고요, 그동안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결혼해서 그 자녀들이 한국학교에 다시 올 때, 그리고 자신의 꿈을 물어봐주고 응원해주는 제가 자기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었다는 한 학생의 말이 저를 평생 이 곳에 남아있게 하는 것 같아요.

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한글교육과 정체성 확립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갖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다 보면 집에서 한국어를 써야하는지, 한국학교를 언제까지 보내야하는지, 여러 가지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자녀들의 정체성 문제와 한국어 교육에 우선 순위를 두다보면 언젠가는 한국학교에 보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자녀로부터 들으시게 되리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부모님의 한국학교에 관심이 자녀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정체성 교육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공식이 있어서 암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 어느 순간 결실을 얻게되는 롱텀프로젝트라고 생각하거든요. 더우기 정체성 교육은 스스로 느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이와 관련하여 NAKS에서 한국에 있는 정부기관이나 단체와 연계한 한국방문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어요. 저도 이번에 같이 다녀보았는데 프로그램이 어찌나 알차고 좋은지 학생들이 미국에 오기 싫다고 할 정도였어요. 6월말에 청주시에서 하는 직지캠프가 있고 7월초에 통일부 산하기관과 함께하는 통일교육원캠프가 있는데, 한국학교를 통해 공지가 나가니까 준비하고 계시다가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30명 선착순 마감이라 일찍 신청하셔야 하고요, 캠프준비측에서도 충분한 인솔교사가 있지만 우리 NAKS측에서도 담당자들이 나가서 책임지고  24시간 인솔하고 있으니 걱정없이 보내셔도 되는 믿음직한 연수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부모님과 함께하는 한국체험학습도 기획해보려고 해요. 

한국어를 잘 알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아이들 스스로가 깨닫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글교육의 중요성 만큼 그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선과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무엇보다 한국학교 교사들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어 교사는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요?  

맞습니다.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은 정말 크죠. 그래서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아는만큼 가르친다.”입니다. 사실 우리 선생님들 역시 전문성을 지니고 잘 가르치기 위해 엄청난 노력들을 하시고 계시죠. 제가 생각하는 한국학교 교사자격의 첫번째는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봉사정신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국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본인이 노력만 한다면 지역협회나 NAKS 연수회 또는 각종 사이버 재교육 등을 통해서 충분히 얻으실 수 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교육을 담당한 한국학교 교사는 봉사정신과 사랑이 부족하다면 이 일을 감당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거든요. 주말에 3~4시간 수업을 위해 주중에 수십시간을 준비하시는 우리 선생님들의 열정을 볼 때면 정말 존경스럽지요. 요즘은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렸을 때 미국에 왔지만 한국학교에 다녀서 한국어를 익힌 차세대들 가운데 한국학교 교사로 섬기는 선생님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고, 이런분들을 차세대 교사라고 부르는데요, 이런분들이 교사로 많이 지원해주시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고 실질적으로 NAKS에서는 “차세대 교사 리더십 워크숍”을 통해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총회장님의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소개해주시고, 이를 위해 학부모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덧붙여 주세요.

저는 한국학교를 시작했을 때부터 하나의 목표가 있었어요. 그것은 한국학교에 다니는 우리 학생들 모두가 한국을 바로 알리는 민간외교간이 되는 꿈인데, 제가 학생들에게 하나를 가르치면 그것을 배운 학생들이 미국 친구들에게 다시 가르쳐 주는 것을 전제로 수업을 하곤했지요. 우리 NAKS 산하학교에서 그동안 배출한 차세대들이 한국학교를 중심으로 뭉쳐서 후배들도 양성하고 미국에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 만들기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고요, 부모님들도 다 함께 민간외교관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한국을 알려주시고 자녀들을 한국학교에 보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 단체사진

오정선미 (Sunmi Jung Oh)

현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총회장

현 벅스카운티(Bucks County Korean School) 한국학교 교장

현 드렉셀 대학교( Drexel University) 

Global Studies & Modern Language과 한국어주임 교수

<한국어 1> 교재 저자, <낙스표준교과과정> 개발 위원, <낙스표준평가문항집> 출제 위원 한국학교 교사경력 2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