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벨러리 정 에스타브룩 (Valery Jung Estabrook)

인터뷰, 글  허세나 에디터

미디어 및 설치미술을 통해 문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탐구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벨러리 정 에스타브룩 (Valery Jung Estabrook). 그녀는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보는 모든 이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각자의 삶을 작품에 투영하게 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을 영상 제작에 종사하고 순수미술을 다시 공부한 그녀의 작품은 자신이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의 두 가지의 영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 색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라는 타이틀보다 종합 예술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은 그녀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정말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배경을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네 안녕하세요, 아티스트 벨러리 정 에스타브룩 (Valery Jung Esta-brook)입니다. 저는 플로리다에서 태어나 버지니아주에 배 (Asian Pear) 농장을 하시는 부모님 아래 오빠와 같이 컸어요. 배 과수원에서의 삶은 제 어렸을 때의 추억이 있고 저의 정체성이 형성된 곳이기도 했어요. 버지니아의 한 타운에 한국인이라고는 우리 한 가족뿐이었고 우리가 먹는 음식 그리고 재배하는 과일 때문에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는 한인 커뮤니티라는 건 있을 수도 없었고 동네분들은 한국인을 직접 만나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한국에서 자라지 않았음에도 저와 제 가족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 버지니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을 공부하려고 브라운대를 들어갔어요. 그 당시 제 관심사는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에 있었기 때문에 졸업을 하고 뉴욕에서 영상/텔레비전 쪽으로 커리어를 쌓고 있었어요. 10년 넘게 광고 프로덕션 쪽으로 일을 하고 또 브루클린에 작은 프로덕션 회사를 차리기도 했어요. 일을 즐기면서 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만의 작품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죠. 그래서 결국은 모든 걸 다 그만두고 브루클린 칼리지로 석사를 시작하고 페이팅을 전공했어요. 그 후 더 제 작품에 몰두하면서 갤러리를 통해 제 작품들을 보여줄 기회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 Hometown creditMichaelDickins

작가님의 작품 컨셉에 대해 설명 부탁드릴게요.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에 발을 뗀 지가 조금 되었어도 전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저마다의 경험들이 너무 흥미로워요. 그래서 거의 모든 작품에는 영상이 들어가죠. 제 작업은 “다분야 (multi-disciplinary)”라고 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어떤 재료든 어떤 형식이든 모든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저는 각 작품을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각각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 컨셉에 따라 작품을 만들어요. 프로젝트마다 사용하는 재료는 다를 수 있겠지만이 영상작업은 제 이야기를 관객에게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에요.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말하려는 의미가 사람들에 의해 모두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제 작품을 더 가치 있게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은 각자의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제 작품과 각각 다른 의미로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을 보는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에요. 

최근 만들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하는 작품은 한국의 전통 가체와 한복에 관심이 생기면서 이 두 개의 컨셉으로 조각과 영상 프로젝트를 겸비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저희 아버지는 백인이신데요, 몇년전에 돌아가셨어요. 그 이후로 저희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죠. 제 느낌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들을 통해 제가 문화적으로 더 한국식으로 변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최근 작품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저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시기를 나타내고 있어요. 저희 어머니께서 최근에 가족의 가보나 할아버지께서 그리신 그림, 정교한 자수, 나무 조각, 화려한 옷 등을 창고에서 꺼내 보여주시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는 이 물건들이 한복과 가체를 연구하게 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가님의 작품은 정체성과 삶에서 느낀 이중 문화를 오브제와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2세로서 자라온 삶이 어떻게 작업에 영향을 미쳤나요?

제 작품의 대부분은 개인적인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고 더 나아가 최근에는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에 초점을 두었어요.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정치 분위기를 돌아보며 미국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사실 한국인인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 게 아니라 한국 배경을 가진 한국과 관계가 있는 미국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험을 생각한 것이애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미국인이 아닌 건 아니니까요. 지금 제 아이디어는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는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동양인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이 작업을 영원히 진행하지는 않을 거예요. 80년대 90년대와 달리 동양계 미국인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보이니까요. 나중에 시간이 지났을 때 오늘의 젊은 세대들이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참 궁금하기도 해요. 

 My Hands Are Medicine 

▲▶ Twinkies Wasps and Avatars

작가님의 미국에서의 삶 말고도 한국에서 살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미국에서 자고 나라 한국에서 살아본 적은 없는데요, 한국에 2번 정도 방문을 한 적이 있어요. 청소년이었을 때 여름방학에 한 번 그리고 몇 년 전에 1주일 정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새로운 곳에서 경험을 쌓고 살아보는 건 너무 신나는 일이에요. 저는 여건이 되면 한국에서 1달이고 몇 년이고 살아보고 싶어요. 저희가 자랄 때 집안에서 한국말을 별로 쓰지 않았고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운 게 다여서 한국말을 잘 못 해요. 엄마도 제가 한국말을 하면 아기 같다고 하세요 (웃음). 그래서 한국에서 오래 살면서 한국말도 더 배우고 제 가족들과 유창한 한국말로 대화를 해보고 싶어요. 

모든 가족이 미국에서 생활하시는 건가요?

제 모든 가족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요 삼촌 한분과 몇몇의 사촌들은 아직 한국에 있어요. 제 오빠인 알거스 폴 (Argus Paul)은 사진작가인데요, 지금 한국에서 일하면서 살고 있어요. 벌써 9년째네요. 

지금 뉴 멕시코에서 작업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많은 주 중에 뉴 멕시코에 둥지를 트신 이유가 있나요? 뉴욕에서의 생활 경험도 있으신데 다른 점이 있나요?

전 뉴욕이 좋아요. 하지만 10년이 지나니 돈도 충분히 벌어야 하고 비싼 아파트를 위해 많은 일을 해야 되고 몸과 마음이 지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약 이사하고 싶다면 뉴 멕시코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막의 광활한 전경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했어요. 이곳은 예술가들의 큰 커뮤니티가 있고 모두 인간적이고 친절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아요. 뉴욕과 달리 뉴 멕시코는 요즘 말하는 워라벨 (워크-라이프-벨런스: 일과 삶의 균형)을 충족시 킬 수 있는 곳이었어요. 이곳에서는 저만의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충전하며 제 작품활동에 전념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럼 지금 작가 활동 말고 하시는 일이 따로 있으신가요?

거의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는데요 가끔영상 혹은 그래픽 디자인 쪽 프리랜서 일을 해요. 오는 가을부터는 뉴 멕시코 대학에서 실험 예술 쪽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어요.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의 보통 일과는 어떤가요?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제시간은 단계별로 나뉘어있어요. 가끔은 스케치나 탐구를 하면서 좀 더 느릿한 하루를 보낼 때도 있는데요, 그런 날은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샤워를 한 후 책을 읽거나 그리거나 글을 써요. 그러다 작품이 점점 두각을 나타날 때쯤 제 루틴이 바뀌면서 아침의 일과는 건너뛰고 바로 스튜디오에서 작품에 열중해요. 

앞으로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앞으로의 꿈과 포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큰 규모의 비엔날레에서 제 작품을 보여주는 것, 또 하나는 미술관에 작품이 영구보존되는 것 그리고 유명한 제단에서 상을 받는 것이에요. 물론 모두 이루면 좋겠지만 제 손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때문에 저 꿈들이 제 성공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마음을 컨트롤하고 있어요. 작가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사람들과 감성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활동적으로 제 작품을 보여드려야겠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만족스럽고 작가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성취인 것 같아요. 

My Hands Are Medicine
Masks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감사하게도 2019년 가을학기부터 뉴 멕시코 대학교에서 가르치게 되었어요. 2020년도에는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라고 작가들에게 잘 알려진 예술 센터가 있는데 그곳과 더불어 미시간 주립대에서 입주작가를 하게 되었어요. 여러 기회를 통해 앞으로 한 단계 한 단계씩 더욱더 성장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또한, 맘앤아이 인터뷰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벨러리 정 에스타브룩  Valery Jung Estabrook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브루클린 대학에서 페인팅으로 석사를 졸업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멜버른 등 활발한 전시를 하며 2018에는 알 재단에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계 미국인의 위상을 세웠다. 현재는 뉴 멕시코에서 활발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Share This

Share on facebook
Share on pinterest
Share on twitter
Share on linkedin
Share on email

Mom&i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북동부 최대의 한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Mom&i

Mom&i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