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간송 한의원 원장 최재호
무엇을 먹는가는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분이 쉽게 우울하다, 자주 불안하고 긴장된다, 잠을 통 못 잔다, 권태롭다, 짜증이 나거나 심장이 두근거린다, 의욕이 없다.’ 이러한 증상들을 보인다면 자율 신경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일 수 있다. 자율 신경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으로 구분되며, 심장 박동 같이 생존과 생명 유지에 관련된 신체 작용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자율 신경이 안정적이라는 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조화로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자율 신경의 열쇠는 사실 장이 쥐고 있다. 장은 우리 몸의 가장 큰 면역 기관으로 몸과 마음의 병을 다스려, ‘제2의 뇌’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역할을 한다. 특히 자율 신경은 뇌를 통하지 않고 작용하며, 장에 문제가 생기면 자율 신경의 균형이 깨진다. 즉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 사이의 전환은 보통 자율 신경이 뇌를 거치지 않고 저절로 수행한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의 단백질이 필요하면 소화관이 스스로 조절하여 단백질을 더 흡수하는데, 이는 뇌의 명령 없이 소화 기관의 자율 신경이 스스로 기능한 것이다. 이미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했을 때 더 이상 몸으로 영양분이 흡수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뇌가 아니라 장의 자율 신경이 판단하여 흡수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긴장하면 변비나 설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얼핏 보면 원인이 전혀 달라 보이지만, 둘 다 스트레스가 장의 자율 신경에 영향을 끼쳐 생기는 증상이다. 스트레스는 보통 뇌의 대뇌 피질에서 감지하고, 시상 하부에 영향을 주어 신체 각 부위에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데, 한번 특정 스트레스 경로가 생기면 대뇌와 관계없이 그 부분의 자율 신경이 반응하게 된다. 장 연동 운동은 자율 신경에 의해 발생하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설사나 변비를 겪게 된다. 최근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가 많은데, 이 역시 자율 신경의 과잉 반응 때문이다. 이렇게 소화 과정에서는 고도의 판단을 자율 신경이 조절하고 있어, 음식과의 관계가 밀접하게 작용한다. 면역도 자율 신경 작용 중 하나다. 자율 신경은 해로운 물질은 제거하고, 이로운 물질만을 흡수하려고 한다. 만약 인체에 유해 물질이 들어오면, 자율 신경은 이에 대한 방어 반응을 보인다. 그러므로 자율 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면역 불균형도 발생하기 쉽다.
그렇다면 자율 신경은 왜 불안정해지는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때문이다. 일례로, 장시간 노동 등에 의한 과도한 스트레스, 생활 리듬의 불균형, 환경의 변화, 호르몬의 불균형(희, 노, 우, 사, 비, 경, 공 등의 칠정) 등의 스트레스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필자는 식사의 불균형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편식 등 식생활에 문제가 있으면, 자율 신경의 균형이 무너지고 불안 등 마음의 병을 얻기 쉽다. 실제로 자율 신경의 균형이 깨져 클리닉을 방문하는 분 중에 식생활이 문제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당연히 자율 신경 기능 이상으로 발전하기 쉽다. 자율 신경 불균형의 원인이 되는 식사 유형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 장내 환경을 망치는 식사, 영양소가 부족한 식사, 이 세 가지가 충족되면 자율 신경은 불안정해지고 다양한 병이 생기기 쉽다. 바꿔 말하면, 자율 신경의 균형이 무너진 사람은 식사를 개선하면 자율 신경도 안정되고 마음의 병도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자율 신경이 불안정해지면 병원에 가더라도 그 원인을 알 수 없는데, 짜증, 불안, 공포, 권태 등의 증상을 보여 어쩔 수 없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을 처방받게 된다. 만일 증상이 호전되었는데도 매 식사 후 열 알 정도의 약을 먹는 상황이라면 별 의미가 없다. 약 없이 자율 신경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면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간송 마음 클리닉에서는 상담과 식사 영양 요법으로 약을 쓰지 않고 우울증이나 자율 신경 기능 이상과 같은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 놀랍게도 식사를 개선하고 영양제로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만으로도 극적으로 증상이 호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