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딱 한 번! 크리스마스의 특별한 맛, 크리스마스 맥주

웨일즈 시골마을에 정착해 10여 년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은 변함없이 또 한 바퀴를 돌아 새로운 계절과 기회를 선물한다는 사실-. 그런 순환을 몇 해 겪다 보니 예외 없이 닥칠 긴 겨울 밤을 대비하는 지혜를 얻었다. 올해도 산책길마다 보이는 통나무를 차곡차곡 모아 땔감을 준비해 두었고 첫 서리 뒤 채집한 산사나무 열매와 로즈힙으로 따뜻한 스튜에 넣을 와인도 담가 놓았다. 그리고 드디어, 크리스마스! 초여름에 빚어 둔 크리스마스 맥주(barley wine)를 마실 수 있다!

정소교

▲ 2 백년전, 펜린 성의 악명 높은 1대 성주가 2백년이 지난 지금, '자연 그대로의 몸'으로 우리집 크리스마스 맥의주 라벨을 장식해주고 있다

시골생활의 특별한 재미, 홈브루잉(Home Brewing)

시골 생활이다 보니 계절마다 자연이 넘치게 선물해 주는 재료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이 생긴다. 봄, 여름에 나는 나물과 채소는 데치거나 말리고, 가을에 나오는 곡식과 과일로는 술을 빚거나 식초를 담근다. 남편은 정원에 올라온 루밥(Rhubarb)으로 와인을 담그더니 이제는 철마다 피어나는 꽃과 열매로 술 담그는 일이 취미가 되었다. 올해는 진작부터 크리스마스 맥주(barley wine)를 만들 거라며 정원 한 켠에 심은 홉에 정성을 쏟았다. 크리스마스 맥주, ‘보리 와인’은 이름에 ‘와인’이 들어가지만 과일이 아닌 곡물로 빚는 맥주의 한 종류이다. 일반 크래프트 맥주보다 맥아가 두 배 이상 사용되고 6개월부터 1년 이상의 숙성기간을 걸치기 때문에 더 깊은 풍취를 느낄 수 있다. 숙성을 마치면 흑색에 가까운 빛깔이 나고 섬세하고 얼디(earthy)한 홉향이 매력적이다. 당화된 고농도 곡물 특유의 구수함과 다크 초콜릿과 토피 사탕향을 섞은 듯한 복합적인 감미도 느낄 수 있다. 일반 에일의 3배 웃도는 알코올 함량과 장기 숙성 과정이 와인의 그것에 가까워?‘보리 와인’으로 불린다.

루밥(Rhubarb) : ’장군풀’로 불리는 채소로 파이 같은 디저트 음식에 많이 쓰인다.

▲ 비 중계를 이용해 맥주 숙성 전,후의 당도를 측정하고 알콜농도를 계산하는 남편. 양조시마다 사용하는 맥아와 홉의 종류와 양, 숙성 전후의 당도 등을 꼼꼼히 기록하며 자기만의 레시피북을 만들어 간다.

크리스마스 맥주(barley wine) 만들기 

기본 재료는 물, 맥아, 홉, 효모 네 가지로, 싹을 틔운 보리(맥아)의 당 성분이 효모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효가 일어나 맥주가 만들어진다. 재료 종류와 양, 발효방식에 따라 다양한 개성과 맛을 지닌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다양한 양조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원하는 맥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수제맥주 제조의 매력이다. 이제 소개하는 레시피는 기본을 따르되, 사용되는 맥아와 홉 효모의 종류는 개인 취향에 맞게 변경할 수 있다.   

▲ 복 분자, 로즈힙 산사춘, 애플 사이더, 수제 맥주 등 종류도 다양한 술들이 사이 좋게 익어간다.

보리 와인 양조 레시피 

깨끗하게 소독한 스테인레스 들통(당화조)에 물 15리터를 넣고67°C에서 가열, 맥즙을 끓일 준비를 한다.

데워진 물에 거칠게 분쇄된 마리스 오터 Maris Otter) 맥아3.4kg과 특수맥아인 라이트 크리스탈(Light Crystal) 200g, 캔디 슈가 400g을 붓고 65°C로 90분 동안 가열한다. 맥아가 뭉치거나 타지 않도록 잘 저어야 하고 아래층에 가라앉은 곡물 사이의 맥즙을 분리하여 순환(recirculate)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의 온도에 따라 추출되는 당 성분이 달라지고 80°C 이상 올라가면 맥아 껍질에서 타닌성분이 배출되어 떫어지므로 가열온도를 65°C로 일정하게 유지한다.

90분 간의 당화를 마치면 맥아 찌꺼기를 걸러낸 맥즙을 추출하여 끓임용 냄비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맥아 찌꺼기에 남아있는 당분을 한번 더 뽑아내기 위해 80°C의 뜨거운 물을 붓는 스파징 과정을 할 수 있지만 순도 높은 크리스마스 맥주를 만들기 위해 생략했다.

끓임조로 옮겨진 맥즙은 100°C 이상 온도에서 90분 간 끓이는데 이 과정에서 맥주의 향미를 결정하는 다양한 홉을 첨가한다.홉은 맥주의 쓴맛과 향을 내는 향신료 역할 뿐 아니라 천연방부제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맥즙이 끓기 시작한 초반부에 이스트켄트 골딩(East Kent Goldings) 홉 15g을 첨가해 90분간 쓴맛을 우려내고 후반부 15분에 챌린저(Challenger) 홉 15g 과 정원에서 기른 퍼글스(Fuggles) 홉 12g을 첨가하여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도록 진한 솔 향기와 나무 향, 달콤한 과일 향을 더했다 .

물 양이 9리터 정도로 줄었다면 빠른 시간 안에 맥즙을 식힌다.급속 냉각을 위해 따로 냉각 장비를 쓸 수도 있지만 적은 양의 맥즙은 끓임조를 통째 차가운 얼음물 등에 담가 대체할 수 있다.맥즙 온도가 32°C로 떨어지면 발효종에 옮겨 노르웨이산 크벡보스(Kveik Voss) 드라이 효모 6g을 첨가한다. 크벡 보스 효모는 일반 이스트보다 높은 온도에서 빠른 발효를 일으킬 수 있고 발효과정에서 은은한 오렌지 향이 발생해 크리스마스 맥주에 잘 어울리는 풍미를 더한다. 일주일 정도 1차 발효 기간이 지난 후 새로운 발효종으로 통 갈이를 해주는데 이 때, 효모의 활성화를 위해 발효기간 내내 일정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는 발효종에서 크리스마스 때까지 숙성시키고, 주변인들에게 선물할 분량은 깨끗하게 소독한 공병에 효모의 먹이가 되어 탄산을 발생시킬 2g의 설탕과 함께 병입하여 숙성시킨다. 마지막 마무리로 라벨을 붙여 일정 시간 숙성을 견디고 나면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 뿐인 특별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 남편이 하나 둘 사다모으기 시작한 장비들이 많아지면서 정원 한켠에 작은 양조 작업실을 지어 보관하고 있다.

우리집  양조장 비도덕적인(Corrupting) Alehouse! 

남편의 술 빚기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집 정원에는 작은 양조장(?)이 생겼다.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채집해 달마다 술을 빚는 남편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술에 약해 술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다. 대신, 라벨을 만들어 붙이며 남편의 취미를 공유하는데,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200여 년 전, 가난하던 웨일즈 주민들의 노동력을 슬레이트 광산 산업으로 착취한 펜린 성의 1대 성주, 바론 펜린(Baron Penrhyn)이 우리 마을을 지으면서 직접 설계한 ‘모범 마을(model village)’이라는 이유로 마을 내에 ‘비도덕적인 양조장(Corrupting Alehouse)’ 짓기를 금했다는 사실! 비도덕적 만행을 일삼던 성주의 아이러니한 명령이 아닐 수 없다. 그 덕에 20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집 양조장 이름은 ‘Corrupting Alehouse’가 되었다. 홉과 보리를 손에 쥔 벌거벗은 성주의 모습을 그려 넣은 라벨은 살짝 민망하다가도 뒷이야기를 알면 느낌이 달라진다. 애잔한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할까? 아무래도 사랑 넘치는 크리스마스니까! 

여러분, Merry Christmas!  

정소교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자연에서 나는 음식을 먹어야 입덧이 가라앉는 바람에 자연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시골 행을 결심, 200년 전 웨일즈 풍을 그대로 간직해 문화재로 등재된 작은 시골 마을로 들어갔다.

www.youtube.com/c/SOKYO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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