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꿈을 어디까지 그려줘야 할까? 

 

난 니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육아를 하는 엄마에겐 연인의 사랑노래가 아닌 아이를 향한 다짐으로 들린다. 그런데 솔직히 요즘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 난 너에게 좋을 것 같은 일이라면(니가 기뻐하건 말건) 뭐든지 할 수 있어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난 좋은 엄마가 될 소질이 없는 걸까?

일 분 일찍 태어난 언니, 채림이는 언제나 동생에게 호통치는 우리집 대장입니다.
유투브와 포키몬 카드만 사랑하는 장난꾸러기 채린이 인사드려요.

“발레 가기 싫어!” 일년이 넘게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에 울려 지는 소리입니다. 딸을 가진 엄마라면 누구나 발레복을 입은 공주님을 머리 속에 그려볼 것입니다. 보통의 엄마들이 그러하듯, 제가 해보지 못했던 로망을 딸에게 투영시키는 못난 엄마가 되어 다섯 살 때 발레를 시킨 후 일년이 훌쩍 지났네요. 움직임이 둔해서 기대도 안 했던 채림이가 얼마나 유연하고 춤에 대한 열정을 가진 아이였는지, 아기 때부터 날다람쥐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독보적인 운동신경으로 훨훨 날아다니던 채린이가 통나무처럼 뻣뻣한 몸치에 박치라는, 엄마도 몰랐던 사실들을 발레를 통해서 알게 되었죠.  

이 아이들이 발레를 하는 걸까? 노는 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유치한 몸놀림이지만 나름 발레 포즈도 취하고, 학기마다 하는 공연에 깜찍한 발레리나가 되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몸치’ 채린이가 발레를 엄청 싫어한다는데 있어요. 이 녀석이 막상 배울 때는 좋아하면서 시시때때로 발레 싫어를 입에 달고 사는 거죠. 내 친구 누구처럼 짐내스틱 할래, 태권도 할래.’ 등등 매번 레퍼토리를 바꾸면서 말이죠.

바람직한 엄마라면, 육아서의 정보대로 라면, 저는 당연히 아이가 행복해하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당장 발레를 그만두고 여러 학원을 순례하는 기나긴 여정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결단력과 추진력이 동시에 부족한 저로서는 고민만 하다가 일년이 훌쩍 지났네요. 사실 마음 속에는 꼭 어른이 될 때까지 발레를 취미로 하게 해서 몸도 예쁘게, 건강까지 챙기도록 너를 키워줄 거야! 크고 나면 엄마한테 고마워할걸?하는 못난 고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정말 특별한 1%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어떤 아이가 꾸준히 무언가를 즐겁게 배우고 싶어할까? 엄마가 어느 정도는 강하게 나가야 꾸준히 배우지 않을까 하는 말들이 오고 가다가 결론 없이 끝나버리죠. 

연습은 싫다고 하지만 공연 때마다 자신감이 쑥쑥 커져요.
채림이는 발레를 시작하면서 발레리나가 아닌 락스타의 꿈이 생겼대요.

결국 육아의 문제는 미묘한 정도의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는  결론도 없고 정답도 없겠지만 아이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대전제 아래, 어디까지의 강압이, 어디까지의 자율이 좋을 것인가의 고민은 모든 아이들에게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보다는 세상에서 내 아이를 가장 많이 관찰하는 사람으로서 꾸준한 반성과 성찰이 근거가 되야 할 것입니다. 일단 저는 발레만큼은 제 뜻대로 고집해 보려구요. 아이들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니 몸도 유연해지고 자세가 반듯해 지는 게 조금씩 보이거든요. 하지만 발레를 꾸준히 배운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배우는 자체에 대한 간섭은 하지 않을 겁니다. 즐기려고 하는 것이지, 잘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저만의 원칙은 지키려구요. 그리고 봄이 되면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어하는 활동을 한 개 정도  시킬 생각입니다. 엄마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잡아주고, 자잘한 잔소리는 하지 말자고 오늘도 저에게 다짐합니다. 매일 고민하고 반성하고 또 즐기다 보면 저도 언젠가는 프로 엄마가 되어 있겠지요. 

 이영란 

쌍둥이를 학교에 보내고 드디어 한숨을 돌렸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육아에 대한 육체적인 고통이 줄어들수록 정신적인 고민은 배로 증가한다는 진리을 몸소 체험 중인 초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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