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와 프린스턴 입학 허가 받은 시각장애 한인학생 이영은(Julianna Lee)

 보이지 않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저를 가능케 하는 '자질' 입니다

하버드와 프린스턴 입학 허가 받은 시각장애 한인학생

이영은(Julianna Lee)

태어나면서부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세상은 낯선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그러나 세상은 낮은 목소리로 넌 할 수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은 뭐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고민하지도 않았다. 가슴이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었다. 해 낼 수 있었다.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 당당하게 입학 허가를 얻었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이제, 세상과 사회를 위한 일을 할 것이다. 그 일을 위해 9월,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자신을 가능케 하는 자질이라고 말하는 이영은, 줄리아나 리의 스토리다. 

이영은(Julianna Lee) 

노던 하이스쿨(Northern Valley Regional High at Demarest) 12학년. 생후 5개월에 선천성 망막이상증인 ‘레버 선천성 흑암시(Leber’s Congenital Amaurosis)’ 진단을 받았다. 한국에서 유아원을 학교를 다녔고, 한국에서 3년 정도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닌 이후로 줄곧 미국의 일반학교에서 공부했다. 2019년, 전미에서 3,400명 이상이 지원한 쿨리지 장학금(Coolidge Scholarship)의 최종 네 명 수혜자 중 한 명으로 선발되어 대학 4년 동안의 학비 및 기숙사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 모두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고 오는 9월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 정치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여 스콜라스틱 아트 앤 라이팅 어워드(Scholastic Art & Writing Award)‘  수상하기도 했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비타(VITA; Visually Impaired Total Access)’를 공동설립, 시각장애인의 권리와 권익을 일깨우고 그 후원에 노력하고 있다. 가족으로 부모님과 안내견 메기가 있다.

유난히 키 큰 소나무가 눈에 들어오나 싶더니 네비게이션이 그 소나무 근처에서 ‘목적지 도착’을 알렸다. 집 앞에는 줄리아나의 어머니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기승이라 우리는 마스크를 쓴 채, 손을 마주잡지도 못하고 아쉬운 인사를 나누었다. 군데군데 동그랗게 생긴 나무 그늘이 정겨운 너른 뒤뜰에서 사진 찍기 좋은 지점을 고르려 카메라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는데 그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오늘 인터뷰할 주인공, 이영은 양, 즉 줄리아나였다. 마침 작정하고 내리 쪼이는 듯한 여름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줄리아나가 화사한 미소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왔다. 그 곁에 바짝 붙어 몹시 진지한 표정으로, 그러나 당당히 서 있는 검정 개. 줄리아나의 안내견, 메기였다. 그 털 색만큼 검은 눈동자가 햇살을 받아 구슬처럼 반짝였다. 메기를 향해 저절로 손이 갔다. 그런데 쓰다듬지는 못했다. 메기가 착용하고 있는 하네스에 적힌 글귀 때문이었다.

검정 래브라도 종인 메기는 한 살되던 2017년 시각장애인을 돕는 한 비영리기관을 통해 줄리아나의 집으로 왔다.

Do not pet me. I am working.(저를 쓰다듬지 마세요. 저는 일하는 중입니다)

안내견이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을 때는 '일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만지거나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 안내하는 시각 장애인의 안전을 위한 조처다.

안내견이 몸에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은 ‘일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안내견이 하는 ‘일’이란 앞을 보는데 어려움을 가진 사람이 걸을 때 안전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줄리아나와 메기는 메기가  살이던 2017년, 시각 장애인을 후원하는 미국의 비영리기관, ‘가이딩 아이즈 포 블라인드(Guiding Eyes For The Blind)‘에서 처음 만났다. 시각 장애인의 보행 시 안전은 시각 장애인 본인과 안내견의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에 의해 도모된다.  

서로를 무한 신뢰하는 줄리아나와 메기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사이라기보다는 가족이자 베스트프렌드이다. 메기는 줄리아나와 같이 학교에 가고 줄리아나가 수업을 하는 동안 책상 밑이나 의자 옆에 내내 앉아 있는다. 줄리아나가 좋아하는 달리기 하면 메기도 함께 달린다. 줄리아나의 기분이 가라앉아 보이면 어찌 아는지, 메기가 조용히 가슴에 와서 안긴다. 어쩌다 엄마와 의견이 엇갈리면 또 어찌 아는지, 메기는 엄마 앞을 가로막으며 줄리아나의 편에 서 준다. 줄리아나가 가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는 메기는 그렇게 줄리아나의 눈이요, 벗이요, 위로가 되어 준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로 하고 다이닝 룸에 자리를 잡았다. 줄리아나의 아버지가 시원한 스프링워터와 오렌지 주스를, 그리고 줄리아나의 어머니가 포도, 블루베리와 함께 애플 파이 조각을 내 왔다. 체면 불구하고 한 입 베어 무니 고소하고 촉촉한 파이가 짙은 사과 향과 함께 녹아 내렸다. 줄리아나가 특별히, 직접 구운 파이라고 했다

줄리아나가 앞을 보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걸 언제 알았는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묻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줄리아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어렵지 않다는 듯, 차분히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백일 무렵,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 같아 동네 병원에 갔더니 더 큰 병원으로 가 보라 해서 더 큰 병원으로 갔고, 그 곳에서 ‘레버 선천성 흑암시(Leber’s Congenital Amaurosis)’란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 아버지는 어린 줄리아나의 창창한 미래를 두고 걱정하고 두려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줄리아나 외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용기가 되었다.  

 “이 아이는 너희 부부에게 보석이 되어 줄 거야. 보석으로 잘 키우렴.” 

 그 이후로 엄마는 아직 어린 줄리아나를 보듬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책을 읽을 때도 구연 동화하듯, 될수록 목소리를 재미있게 만들어서 이야기를 다. 대화하듯, 시를 읽듯, 옛날 이야기를 하듯, 엄마가 들려 주는 이야기를 줄리아나는 새카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작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그런 줄리아나 보며 부모는 또다시 용기를 얻었다.  

타운 주최 달리기 대회에 친구와 끈을 잡고 뛰어 2등, 3등으로 들어왔다. 그 친구는 달리기를 못한다고 좌절하다 자신감을 얻었고, 줄리아나는 등수보다 그게 더 기뻤다. 
줄리아나는 늘 메기와 함께 등교한다. 메기는 줄리아나가 수업을 받는 동안 책상 밑이나 의자 옆에서 내내 줄리아나의 곁을 지키며 눈이 되고 벗이 되어 준다.
줄리아나가 방향을 정하면 엄마는 주저없이 그 곳으로 함께 간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걸 줄리아나가 이미 충분히 보여주었기에.
2019년, 유엔 주최 '세계 장애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에 줄리아나가 연사로 초청되었다.

 부모는 줄리아나가 앞을 잘 보지는 못해도 남다른 의지를 지닌 아이라고 이내 알아볼 수 있었다. 아이는 한 번 하겠다고 생각한 일은 모두 도전했고, 또 용케도 해냈다. 자전거, 스케이트, 짐내스틱, 승마…. 아이는 하고 싶은 걸 택하고 실행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도 결국은 다 해냈다. 줄리아나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사진을 찍어 학교 역사를 기록하는 ‘히스토리언’에 지원하겠다 했을 때 특히, 아버지는 말렸다. 엄마에게 대놓고 걱정을 할 정도였다. 혹여, 되지 않았을 때 아이가 받을 좌절감을 우려해서였다. 그런데 줄리아나는 단 한 명의 히스토리언이 되고 말았다. 나아가, 선생님 조언으로 자신을 도와줄 친구가 정해지자 이렇게 말했다. 

“제가 히스토리언이에요. 도움을 받더라도, 제가 계획하고 제가 생각한 대로 사진을 찍고 진행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줄리아나는 스스로 하는 것과 도움받는 것의 경계, 그리고 책임감과 감사함의 경계를 지혜롭게 구분할 줄 아는 아이였다. 그랬기에 도와주는 친구하고도 더없이 신나게, 즐겁게 그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부모에게 그건 아주 뜻깊은 일이었다. 줄리아나를 인정하고 도와주는 손길이 고맙게도 많았지만 그 어떤 도움도 미치지 못하는 영역은 분명 있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는 오로지 줄리아나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주 큰 글자를 눈 가까이 대면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정도라 주로 점자에 의지하기에, 공부할 때 줄리아나는 비장애인 학생에 비해 3배 정도의 시간을 요한다. 오로지 손끝으로 자료의 모든 내용을 이해해야 하기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수학은 공식을 넣어서 종이에 한 가득 풀어야 하고 과학 같은 경우도 그래프, 도표를 이해해야 할 때가 많지요. 그런데 줄리아나는 머리 속에서 그걸 계산하고 풀어내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보통의 의지와 집중력으로는 안 되잖아요. 옆에서 보면,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지만 안쓰러울 때가 더 많죠.” 

명실공히 세계 최고 명문 대학인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 모두 입학 허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도 고조되지 않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 말을 할 때 가늘게 떨렸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굳이 큰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없는 지도 모른다. 부모로서 할 일은 엄마가 다 했다고 본인이 할 일은 본인이 알아서 다 했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가가 조용히 붉어졌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줄리아나는 어린 시절, 신나게 놀았던 기억 속에는 늘 아버지가 함께 있었다며 웃었다. 

 줄리아나는 이제 대학 기숙사로 가면서 집을 떠날 참이다. ‘혼자’가 아니라 ‘홀로’가 될 참이다. 낯선 세계를 앞에 두고 있다. 그 형체가 분명히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줄리아나는 위축되고 두렵기보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마음이 부푼다. 이제까지 줄리아나가 두드린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답을 해 주었다. 어느 식당에 갔다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인데도 개를 들이지 못한다는 참담한 반응을 얻었을 때처럼, 세상이 주는 대답은 줄리아나가 원하는 방식인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친구들과 시각 장애인을 돕는 ‘VITA(Visually Impaired Total Access)’ 클럽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기금을 모아 메기를 만나게 해 준 ‘가이딩 아이즈 포 블라인드)’에 몇 천불 기부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 서너 명으로 시작한 회원이 지금은 50명으로 늘면서 줄리아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성장하고 있다. 세상이 보인 예기지 못한, 혹은 고무적이지 못한 반응에서 줄리아나는 가치있는 대답을 이끌어낸 것이다.  

  “제가 받지 못한 걸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저는 받지 못해서 받은 게 더 많고, 받은 것에 집중하죠!” 

 그렇기에 줄리아나는 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같이 트랙팀에 있으면서 스스로 달리기를 못한다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함께 뛰었다. 그 친구와 함께 타운에서 주최한 ‘5K’ 달리기 대회에 출전했다. 방향을 인도하기 위해 그 친구 줄리아나와 끈을 잡고 뛰었는데 두 사람은 나란히 2등, 3등을 차지했다. 이제 스스로 달리기를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그 친구를 보면서 줄리아나는 1등한 것보다 기뻤다.  

 줄리아나는 이런 기쁨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이 가진 어려움은 장애가 아니라 다른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자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저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분일 뿐-. 이런 줄리아나는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어떤 이유로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그 어려움을 덜어내거나 극복할 수 있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 그들을 도움의 원천과 이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워싱턴에서 일하고 싶다. 선거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나라, 미국에 살고 있는만큼, 정치학을 공부해 편견과 불평등이 조금이라도 덜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끝내기가 아쉬운 인터뷰를 마치고 작별 인사를 하다가 결국은 ‘사회적 거리 유지’ 어기고 줄리아나의 손을 잡고 말았다. 하네스를 하지 않아 ‘일 하지 않는 시간’ 속에 있게 된 메기가 앞 뜰을 지그재그로 뛰어다니다 다가왔다. 그 뒤쪽에서 줄리아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올해 들어 유난히 따뜻한 햇살이 눈 부시게 쏟아져 내렸다. 

이수정 _ 스토리 큐레이터 ‘이야기(story)’를 찾고 찾은 이야기를 글로 쓰고, 구성하고, 전하는 사람. 단편소설 「소 리의 군무 (群舞)』로 재외동포문학상을, 수 필 「쓸어주고 싶은, 등』 으로 재미수필가 협 회상을 받았다. 2019년에 공감 스토리북 『 내 편, 돼줄래요?』를 출간하고 따뜻한 ‘내 편’ 이야기를 찾아 다닌다.

Share This

Share on facebook
Share on pinterest
Share on twitter
Share on linkedin
Share on email

Mom&i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북동부 최대의 한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Mom&i

Mom&i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