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소리 없는 웅장함을 창조하는

유명균 작가의 작업은 고요 함안에 엄청난 존재를 내뿜는 조용한 아우성이 있다. 자연의 힘과 장소와 재료의 조화에서 오는 그 엄숙함과 카리스마도 함께다. 여느 작가에게 하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시네요’ 라는 말로는 너무나도 부족한 정말 예술에 대한 그 깊음과 넓이가 감히 측정될 수 없는 자신을 여행자라고 설명하는 멋진 자유의 영혼, 유명균 작가의 작업과 그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인터뷰 허세나 에디터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유명균 작가라고 합니다. 저는 1985년 부산대 미술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약 2년간의 작가 활동 후, 일본으로 이주하여 동경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였습니다. 일본 내 동경 국립 근대 미술관, 오사카 국립 국제 현대미술관 순회전을 비롯하여 동경도 미술관 내 일본 현대 미술전, 동경 오브제 전 공모전(대상), 이마다테 현대 미술전(대상) 등 다수의 수상과 개인전을 가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1996년 후반에 한국으로 귀국을 한 후 작가 활동을 거의 중단하다가 2007년 서울 내 개인전(A Story Gallery)을 계기로 다시금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2010- Off the Wall, 크레이야크 뮤지엄, South Korea, 2012- Korean Eye, Saatchi Gallery, London, U.K, Gallery 604, Busan, South Korea, Purdue University, IN 에서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하였습니다.있는 흙을 수집하여, 지구 행성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새로운 작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년 2020년부터 이러한 근간의 실험을 배경으로 한 작업의 결과물들을 뉴욕에서 선보일 계획입니다.
부산과 일본에 이어 미국으로 이주를 하셨는데요, 이주하면서 활동하게 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부산대를 졸업할 당시 한국의 미술은 아직 다양한 현대 미술의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미흡하고 협소한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현대 미술에 대한 비평의 역사가 취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가로서 일본에서의 시간은 동시대의 유사한 동양 문화권에서 서구의 현대 미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를 확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어쩌면, 저로서는 일본의 현대 미술 역사를 통해 한국 현대 미술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6년 작업을 중단하고 공백기를 가지며 2007년 다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을 때 저는 한국을 떠나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엔 북경에서 작업하려고 몇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현존의 중국 현대 미술을 접한 후 그 마음을 접었지요. 그러던 중 몇 차례 입주작가 프로그램을 통하여 뉴욕을 방문하였고 2012년 런던 (Sachi Gallery)에서 Korean eye전시전을 하면서 외국에서 활동해야겠다는 마음이 더욱더 커졌지요. 유럽이나 다른 국가가 아닌 미국으로 이주한 이유를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아마 미국 내의 비자가 유효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그 후 곧바로 영주권 취득 후 여기서 다시 작가로서의 재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설치미술, 2D, 3D까지 여러 분야에 작품을 만드시고 계시는데요, 작가님의 작품 컨셉과 미디엄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작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던 약 10년의 세월 후 미술의 흐름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현존의 미술은 개인적 시야에서 출발한 나의 예술에 대한 신념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작가에게 사회적 역할이 강조된, 사회의 많은 현상을 대변하는 마치 하나의 시민운동 같은 느낌 때문에 현존의 흐름에 문득 겁이 났었고 작가로서 나의 설 자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업을 쉬이 시작할 수도 없었고, 그저 많은 시간을 산에서 오로지 나는 무엇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 라는 생각만 하면서 보내었습니다. 그러던 중 숲의 생태계, 곤충, 식물 그리고 태양 광선 등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으며, 그 후, 나의 시야는 자연스럽게 숲을 통하여 인간의 문명과 자연의 관계 등에 관한 물음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회화를 시작으로 안료를 개량한 미세한 입자를 재료로 숲에서 발견한 자연의 요소들을 소재한 큰 작업을 하였습니다.
최근 경제적 상황이 악화하면서, 좀 더 편한 작업 생활을 제공해주는 입주작가 프로그램을 찾아 많은 주를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남쪽 조지아의 숲에서 원시림이 주는 강렬한 느낌에 엄청난 감명을 받았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숲의 흙을 담아 차에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 흙으로 작업을 해보자는 엉뚱한 구상을 했습니다. 그 후, 여러 주에서 그곳의 독특한 흙들을 모으면서 새로운 작업을 실험해 왔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지구 행성의 역사 속에서 인류의 출현뿐만 아니라 많은 종의 출현과 사라짐의 반복, 그 진화의 과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과연 이 무한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나의 존재 혹은 인간의 문명은 무슨 의미인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서부의 자연환경, 바위와 산들의 보여주는 퇴적, 지층에서 읽어지는 오랜 지구 역사의 모습들은 저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번 년도는 와이오밍주에서 우연히 발견한 석탄 탄광을 탐사하며 그곳에서 채집한 석탄으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석탄이 존재한 층은 몇만년 전의 지구에 존재한 거대한 숲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이며 지구 행성의 역사를 대변하는 상징이기도 하기에 기대가 됩니다.



설치미술의 스케일이 엄청 나신데요, 작업의 스케일이 큰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처음부터 큰 스케일로 시작하셨는지?
전 스케일이 있는 작업을 좋아합니다(웃음). 큰 스케일의 작업 과정은 언제나 많은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유혹을 불러일으킨다고 할까요? 물론 작은 작품은 열정과 에너지가 없다는 말이 결코 아니지만요. 미국으로 이주 한 이후 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큰 수입이 없는 예술가의 생활에 여러 주를 옮기며 단기간에 주어지는 작업실에서 지내는 입주작가의 생활에 작업의 스케일이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작은 사이즈의 작품들을 주로 하는데 이 생활이 스트레스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내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는 나의 작업이 주는 도전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작가님의 작업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럼 작가님의 작업과정은 주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나요?
주로 작업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여러 주를 다니면서 그 곳의 자연으로 받은 영감이죠. 참고로 저는 한 입주작가(레지던스)를 마치고 그다음의 레지던스 사이의 기간은 주로 국립 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요, 그곳에서 직관적 영감들에 관한 물음 그리고 스스로의 답을 구하기 위한 생각들을 하면서 다음 작업을 이어나가는 소스를 얻습니다. 중간에 수정을 요하기도 하지만 보통 작업의 과정은 사전에 아주 면밀한 계산 후에 진행하는 편입니다.
작업을 만드시는 시간이 굉장히 길 것 같은데 그 장소에서 만드는 Site Specific한 작업을 주로 하시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최근에 한 설치미술 같은 경우 주로 현장에서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저의 작업은 제작에 필요한 전문적 경험, 건축적 지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현장을 조사하고 그 장소에 가능한 디자인, 아주 정확한 설계, 및 제작의 과정이 매우 중요한 요건입니다. 다양한 현장의 상황은 최종적으로 작품을 디자인하는 결정적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site가 굉장히 중요하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의 작업은 주로 여행을 하면서 자연에서 받은 이미지를 통해 지구 행성의 역사를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작업 과정은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죠. 작업에 물을 많이 사용해 건조의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요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최근에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방법 또한 개발 및 연구 중입니다.
2018년 한인 예술가들을 서포트하는 AHL Foundation에 동상을 수상하신 경력이 있으신데요, 그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저는 미국에서 작활동을 시작하면서 한인 예술가분들이 어떻게 예술 생활하시는지에 때때로 궁금하곤 했는데요, 작년 AHL재단의 수상 기회를 통해 여러 곳에 있는 한인 예술가들을 짧게나마 만나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좋았습니다. 다시 한번 이 기회를 통해 작품을 선택하여 주신 심사의원 분들 그리고 AHL재단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기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을 해주신다면? 그 이유는?
– 균형 – 삶은 때로는 전혀 예견치 못한 일들로 답을 찾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기도하지요. 그때,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은 균형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작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삶에 많은 변화와 혼돈을 맞이했지요. 그곳을 통해 얻은 것이 바로 명상입니다. 즉, 진정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하루 24시간 누군가와 몸을 바꿀 수 있다면? 그 이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치 지구 행성의 역사처럼, 나의 몸은 오랫동안 변화하여 온 D.N.A의 진화의 한순간이며, 우주의 질서 속에서 무한,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것과 같은 여행의 한순간이라 믿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의 몸은 나의 영혼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자연의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항상 이동하는 지금의 현실은 제대로 된 작업을 하기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내년에는 뉴욕에 저의 개인 작업실을 갖는 것 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생각을 해왔고, 항상 그것들이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희망하여 왔습니다. 이것을 통해 제 작품에 더욱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장소적 한계를 넘어서는 작품들을 더욱 만들고 싶습니다.





유명균 작가님 프로필
부산대 미술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작가활동을 하였다. 동경 국립 근대 미술관, 오사카 국립 국제 현대미술관, 사치 갤러리, 크레야크 뮤지엄등에 작품전시를 하였다. 근래 입주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왕성한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