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미소 뒤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작가, 키라 남 그린(Kira Nam Greene)

이 세상 모든 여성의 파워를 캔버스 위에 그리다

muskegonmuseum

작가의 스튜디오를 가는 길. 브루클린의 거리 뒤로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곧 스튜디오에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낸 후 저 멀리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 긴장을 했다. 인터뷰 전 바이오를 보면서 보통 대단한 사람이 아닐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가까이 보지 않아도 그녀의 차분하고 견고한 아우라가 먼저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멋진 뒷마당이 있는 지하 스튜디오에서 나누는 대화는 그 긴장을 흥미로움과 즐거움으로 바꾸었다.  

스탠퍼드 정치 경제학을 졸업하고 미술 석사까지 받은 키라 남 그린 작가. 그 어떤 파도에도 쉽게 휩쓸릴 것 같지 않은 확고한 핵심 가치가 있는 그녀는 여유로움을 머금은 멋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부드럽고 강하게 이루어내 그 기운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그녀를 소개한다.

인터뷰  허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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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먼저 작가님의 바이오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고 눈에 띈 게 예술을 하기 전 스탠퍼드대 정치 경제학 박사를 하셨다는 건데요,

네, 저는 예술을 하기 전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어요. 한국은 수능점수에 따라 과를 정하기도 저 또한 외국어와 외교학 (International Relations)를 사이에 놓고 고민을 했어요. 다행히 높은 점수로 인해 서울대 외교학과를 들어갔죠. 이후 스탠포드대에서 정치 경제학 박사를 마쳤고요. 실리콘 밸리에서 경제 경영 컨설팅 회사에 다니며 스타트업 회사의 컨설팅을 맡기도 하고 큰 회사에 스타트업 회사를 인수시키는 일을 돕기도 했어요.  

승승장구 엘리트의 길을 걷고 안정적인 일도 가진 시점에 예술로 바꾸셨어요. 그 계기가 있으신가요?

언제부터인가 매일매일 쳇바퀴처럼 도는 생활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큰 교통사고가 났었어요. 그래서 잠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 이후 삶의 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 일어서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던 중 커뮤니티 대학에서 유화 클래스를 듣게 되었고 그림과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아마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건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었을 거예요. 이후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드 (San Francisco Art Institute)에서 학사를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석사를 했죠.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 이후 엘리트 과정을 밟아왔던 터라 부모님의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이 결국 저를 이끌었고 2002년,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 작가로 전향하고 실리콘 밸리에서 뉴욕으로 이주해 또 학교를 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에게는 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게 비교적 쉬운 결정이었어요. 예전부터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었거든요. 물론 제 안에는 삶의 안전과 변화에 대한 의문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예술을 하려면 꼭 뉴욕에 오고 싶었어요. 학교를 다니게 된 건 제가 뉴욕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그림도 그릴 수 있고 네트워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2002년 학교 들어갈 당시만 해도 SVA의 학비는 저렴했거든요. 

janelombard

네, 그럼 작업 이야기로 돌아와서 작가님의 컨셉이 궁금해요.

지금 그리고 있는 건 인물화 시리즈인데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부터 시작되었어요. 당시 그가 당선되었을 때 Me too Movement, Women’s March등 여성들의 인권이 더욱 부각되었을 때였고 Feminine Art, collective action,여성의 파워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죠. 제 작품은 파워풀하고 멋진 여성들을 상징하는데 모두 제 친구들이에요. 자신의 삶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세상의 그 능력을 보여주고 사는 멋진 친구들이죠. 그 안에는 안무가, 오페라 가수, 건축가, 예술가 등이 있어요. 그녀들을 마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처럼 표현했어요. 여성들의 숨겨진 상징성과 그들의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죠. 

인물 뒤에 있는 상징, 오브제, 무늬 등이 전부 다른데요, 그 의미가 있나요?

인물의 직업이나 삶, 배경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져요. 그림 안 각각 숨은 상징들이 있죠.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그녀들과 함께 이야기해요. 남성의 인물화가 주였던 옛 그림들을 보여주며 이 중에 자신을 나타내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하죠. 원하는 그림을 직접 가져오기도 하고요. 그 후 작품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돼요. 그림 안의 장식이나 패턴 등은 1970년도 여성의 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미니멀리즘 (Minimalism)과 컨셉슈얼리즘(Conceptualism)이 난무했던 70년대에 여성들의 공예나 장식을 예술로 승화시킨 움직임을 말하는데 제 그림에서도 그 요소가 들어가 있어요. 또 모든 그림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 부분은 양반 서재에 있는 벽풍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한국의 전통 무늬예요. 저의 그림이고 한국은 제 정체의 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림이라고 그저 페인트를 캔버스에 칠하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그 안에서도 많은 테크닉이 있는데 굉장히 흥미로워요. 

제 그림에는 exposed under-drawing, hard-edged abstract elements, thick impasto 등의 테크닉을 쓰기도 하는데요, 작품을 보면 아직 밑그림이 보이는 데가 있어요. 의도적으로 끝마친 느낌과 그렇지 않은 느낌을 같이 넣고 싶었어요. 보통 캔버스에 하얀 젯소를 칠하는데 저는 누런 자연의 캔버스 색이 좋아 투명한 젯소를 바르죠. Impasto는 그림에 물감으로 텍스쳐를 넣는 건데요 제 작품에 디테일과 무늬도 그렇고 그래픽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작품에 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어 어느 부분은 입체적으로 나타내고 있죠. 마치 모든 음표틀이 모여 심포니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예술작품도 하시지만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가르치고 계시다고요,

대학원생을 위주로 일주일에 한 번 파트 타임 형식으로 교수직을 맡고 있어요. 주로 대학원생들과 일대일로 대화를 하며 발전할 수 있게 조언을 하고 크리틱을 해주고 있죠. 제 학생 중에는 회화, 조각 전공 등 다양해요. 저에게는 매우 이상적인 직업이에요. 어찌 보면 스튜디오에서 작업만 하는 저에게는 사교를 할 수 시간이라고 할까요.  학생들과 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들의 작품이 점점 두각을 나타내며 발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아요. 그렇지만 제 작업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에 지금 이 발란스가 딱 좋죠. 

K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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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보통의 일과는 스튜디오에서 시작하시나요? 

전시에 따라 달라요. 지금은 10월 말부터 있을 제 개인전 때문에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어서 좀 바쁜데요, 보통은 티를 마시면서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리고 꼭 30분 정도 요가나 스트레치를 해줘요. 지금 같은 경우는 30분 정도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 8시까지 작업을 해요. 그 이후는 피곤하지 않으면 영화를 보거나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죠. 그렇지만 정말 바쁠 때는 자정까지도 작업하는 것 같아요. 전시가 끝나고 한가할 때는 하루 정도 갤러리나 박물관으로 작품을 보러 가거나 오페라 혹은 콘서트를 보러 가요. 

즐겨하는 취미가 있으세요?

작가가 되려면 그림만 잘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예요. 우리가 사는 문화나 트렌드를 잘 알고 받아들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극장,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설책, 예술의 트렌드 등 그 문화를 알기 위해 저 또한 노력하고 있어요. 또 다른 취미는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해주는 거나 유럽이나 미국 각주의 친구들을 만날 겸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요. 이 전에는 제 작품의 컬렉터가 있는 독일에 초대받아 놀러 가기도 했었죠. 

앞으로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큰 박물관에서 제 개인전을 해보고 싶어요. 한국에서 전시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곳에서도 개인전을 하고 싶고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취미가 여행인데요, 제 안의 또 다른 열정은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 이에요. 지금은 프랑스어, 독일어, 이태리어, 영어, 일본어를 알고 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도 프랑스어로 되어있는 추리소설이에요. 나중에 1년 정도 프랑스에서 현지인처럼 머물면서 언어를 더 배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저는 성공이 일방통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국의 문화에 노출이 되면서 성공과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성공하고 싶어요. 

키라 남 그린  Kira Nam Greene

스탠퍼드 대학(Stanford University)에서 정치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순수히 미술을 하고 싶어 샌프란시스코 인스티튜트(San Francisco Institute of Art)에서 학사,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석사를 마치고 브루클린의 멋진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파슨즈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파트 타임 교수로 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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