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존스 대학의 영재 개발 전문가 조석희 교수를 만나다
뉴욕 퀸즈Queen의 한적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만난 조석희 교수는 아이들의 교육에 평생을 바친 전문가다운 밝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리포터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교육과 문화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답게 그의 눈빛에서 이미 미래를 향한 희망의 빛이 강하게 느껴졌다. 추운 겨울을 녹일 만한 뜨거운 열정의 영재 교육 전문가 조석희 교수와 한국과 미국의 ‘영재 교육’에 관해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인터뷰 문정웅_Mom&i Reporter
Mom&i 안녕하세요? 최근 교육 동향에 대한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재 교육에 관해 이전부터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의 선진화된 교육 시스템을 배우고자 많은 사람들이 유학을 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뉴 커리어로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박사를 마치면 대학의 강사직이나 여러 포지션으로 도전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 과정을 도와주면서 지원하는 학생들로부터 듣는 것이 있습니다. 심사관들이 “너만의 것이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할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면접하는 사람에게 “대학에서 정해준 것이 없나요?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없나요?”하고 물어 보았다가 서로 당황하였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들은 한국에서 우수한 학생으로, 지금까지 최고의 교육 과정을 통해 인정을 받아 왔지만 정작 미국 심사관들이 묻는 것은 뛰어난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 아니라 나는 이런 나만의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는 말이 당연한 것이죠. 그래서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정작 현장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Mom&I 굉장히 흥미로운 일인데요. 미국에서는 ‘뛰어남’이 아닌 ‘다름’을 요구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죠. 미국의 교육에서는 정해주는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모두에게 아카데믹 프리덤academic freedom이 있습니다. 물론 대학 설립자의 취지나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기본 소양은 있지만 그 분야에 관해서는 정해진 것이 아닌 또 다른 영역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교육자이고 그런 인재를 길러내기를 원하는 것이죠. 이런 것을 알고 아주 놀라더군요. 나만의 생각을 갖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한국 교육이나 문화에서는 위계 질서가 너무나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따르는 교육과 문화에서 자란 사람이 또 다른 무언가를 구상하고 나오는 것이 아주 어려운 환경입니다. 미국의 교육에 대해 연구한지 10년이 되니까 이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죠.
Mom&I 그러니까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우리의 정서는 바꾸고, 깨는 노력을 요구하거나 원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는 ‘변화’와 ‘혁신’에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남이 한 것을 베껴서 쓰는 것은 아주 잘합니다. 특히 더 빨리 하죠. 그리고 이렇게 하는 사람을 우수하다고 평가합니다. 있는 것을 따라 하는 인재는 많지만 창조적인 인재는 구하기가 힘든 것이죠. 한국에 가서 느낀 것은 ‘우리 학교는 이 학교보다 뛰어나요. 우리는 이것보다 좋아요. 우리는 남들보다 이것을 잘해요’라고 강조해요. 이미 있는 것을 가지고 자신의 ‘뛰어남’을 드러 내고자 하더군요. 저도 그 속에 있을 때는 같았겠지만, 미국의 교육을 통해 점점 느끼는 것이 있어요. 바로, ‘우리는 이 학교와 이렇게 달라요’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쟁 중심의 교육에서는 잘 형성되지 않는 가치관이 있습니다. ‘다르면 이상한 것’이라고 느끼는 거요.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면 안됩니다. 뛰어나야 하지요. 그러나 미국에서는 다르지 않으면 부끄러워합니다.
Mom&i그래서 머리가 좋고 뛰어난 한국의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리더로 서기가 힘들군요!
네, 경쟁 구조에서 교육을 받다 보니 똑같은 것을 더 잘하려고 하니까 효용성이 아주 떨어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곤한 것이죠. 이화 여자 대학교에서 연구를 했는데 효용성에 있어 한국 교육이 더 낮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것이죠.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보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라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오바마가 예전에 버지니아의 한 고등학교에서 연설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오바마가 이렇게 질문합니다.” 만약 과학자가 되고 싶으면 너희들이 조금 싫어하는 것도 해 봐야 알 수 있지 않겠니?” 우리나라는 ‘대학을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미국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줍니다. 대학이 수준 별로 리스트가 되다 보니 대학 자체가 비교 대상이 됩니다. 일류와 최고만을 추구하다 보니 대학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피곤합니다. 그러나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맞추어 교육을 받는 환경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Mom&I 그렇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교육, 특히 영재 교육은 어떤 것인지요?
일반적인 영재아는 지능이 우수한 아이들입니다. 뉴욕에서 원래 하던 방식은 우수한 아이들을 뽑아 더 높은 레벨의 교육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진행 중인 재능 개발 프로젝트는 같은 영재라도 학문적인 것에 국한 되지 않고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재능을 발견해 주는 것입니다. 누구나 작가가 되거나 음악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해주는 것입니다. 과학 영재, 음악영재, 미술 영재 등 각자의 재능에 맞추어 주는 부분은 한국이 더 강조합니다. 일반 교육에 대해서는 미국의 교육은 경쟁보다는 자기 개발에 대한 것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영재 교육은 조금 다릅니다. 뉴욕의 주된 방식은 우수한 아이들을 뽑아서 학문적인 교육을 제공해 주는 반면, 한국은 재능을 개발해주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결국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뛰어난 분야를 개발해 준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가가 되는 것을 뛰어넘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고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것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영재 교육입니다. 아무리 영재가 되더라도 뒤에서 서로 헐뜯고 나쁜 말을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결국 영재 교육은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재능을 발견하고 선생님 말씀대로 기초를 쌓은 후 자신 만의 것을 발견하는 도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영재는 인품을 갖춘 인재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인재는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품이 필요합니다.
Mom&I 교수님이 요즘 진행하고 계신 교육 관련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지금 연구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이민 온 아이들에서 조금 더 도전적인 수학 교육을 뉴욕에서 7개 학교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7개 학교를 정해 5년간 제공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받은 아이와 받지 않은 아이에게 적용해 보니 확실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특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영재성이 있는 아이를 발굴해서 교육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장애 때문에 영재성이 가려지는 아이들을 발굴해 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 중에서 과학 분야에 뛰어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뉴욕 시 교육부 사이트에 들어가면 있는 9~12학년의 특수 학교에서 이러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야기 한 모든 것을 씨앗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결국, 씨앗을 심으면 나무가 되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재능과 함께 인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는 잘하는데 중년 이후에 무너지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이번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 장관들을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세운 장관이 트럼프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하고 ‘어떤 것을 반대한다, 그리고 이렇게 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 멋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권력에 반대하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미국은 자기가 뽑아 준 사람이라도 아니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을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아니라 자기 소신을 가진 인재를 가졌기 때문에 미국이 강대국이겠죠. 우리나라 정치에서 ‘배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지,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결국 ‘왕권’에서 오는 생각입니다. 내가 가진 권력이 중요한 것이죠. 서로가 대화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는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Mom&I교육에 관해 근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맘앤아이 독자 여러분에게 교육과 관련해 혹시 당부의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저도 평범한 아이를 길러본 엄마로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꼭 짚고 싶습니다. 1.5세든 2세든 마음을 둘 곳이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방황을 멈출 길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자립을 해도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살고 계신 이 미국은 참 기회가 많습니다. 학교 선생님과 주변에 도움을 구하십시오. 물어 보면 도움을 줍니다. 부모의 참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구하세요. 교육 전문가로서 제가 부모님들께 꼭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