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석희 (St. John’s University, New York)

맞지 않는 교육을 받으며 힘든 영재들
책 읽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유독 아는 것도 많은 것 같은 초등학교 4학년 창우를 만난 적이 있다. 학교 생활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투명인간처럼 살아요. 제가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아는 척을 한다고 저를 못살게 굴거든요.” 그런가 하면, 영재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초등 6학년 미경이는 이렇게 말한다. “한줄기 빛을 보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미경이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환히 퍼진다. 일반 학교에서, 일반 아동에게 맞춰진 교육, 즉,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교육을 받으면서 영재들이 얼마나 힘들어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들이라 할 수 있다.

영재는 배우는 방식이 다른 아이들이다
영재교육은 왜 필요한가? 단적으로 말해, 영재들은 일반 아이들과 배우는 방식과 속도, 사고의 폭과 깊이, 집중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가 하나의 개념을 설명을 했을 때, 영재 아이들은 단순히 “네.”라고만 반응하지 않고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더 깊이 들어가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필자가 했던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5세 일반 아동, 5세 영재, 7세 일반 아동들에게 익숙한 그림이 그려 있는 카드 24개를 1분간 들여다본 뒤, 본 것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 과제를 5일간 반복적으로 하도록 했다. 24개의 카드에는 4종류(과일, 문방구, 동물, 옷) 그림이 각각 6개씩 그려져 있었다. 실험 첫날과 둘째 날은 아무 지시를 하지 않았고, 셋째 날에는 모든 아동에게 ‘분류’ 이용법을 훈련시켰다. 넷째 날, 다섯째 날은 아무런 지시 없이 카드를 공부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5세 일반 아동은 다른 두 그룹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억해낸 카드 수가 현저히 적었다. 5세 일반 아동에 비해 5세 영재와 7세 일반 아동들은 기억해낸 카드 수가 훨씬 더 많았고, 비슷한 수의 카드를 기억했다. 그러나 5세 영재와 7세 일반 아동 간에도 큰 차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그림카드를 배우는 방식이었다.

7세 일반아동들은 카드를 하나씩 넘겨가며, 카드에 그려진 사물의 이름을 말하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비해, 5세 영재들은 카드를 분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 중요한 발견은 5세 영재들은 훈련을 받기 전인 둘째 날부터 이미 분류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그 방법을 계속 사용했다. 이에 비해, 7세 일반 아동들은 훈련 받은 날만 분류방식을 사용하고, 그 다음날에는 훈련 전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실험을 통해, 영재들은 구체적인 지시 없이도 효과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서 공부하고, 또 계속 사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5세 영재들이 또래 일반 아동들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5세 영재는 배울 것도 없는 수업 시간에 지루함을 참고 있거나, 교사의 조교 노릇을 하며 지낼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은 친구들과 떠들거나, 교실을 돌아다니는 등의 좋지 않은 행동이 늘게 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영재는 도전적인 자극이 주어졌을 때 행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모든 영재들이 영재교육을 받지 않는가? 영재는 스스로 잘 해 나가리라는 오해 때문이다. 영재들은 스스로 생각해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차원 높은 사고를 자극하는 도전적인 자료와 과제 없이, 즉 교사가 없어도 영재들 스스로 저절로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3년 전부터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10번씩 써야 한다면, 그 아이는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고 말게 될 것이다. 흥미를 잃은 후, 이를 회복하기는 무척 힘들다. 영재들의 두뇌는 복잡하고 도전적인 자극을 요구한다. 도전적인 자극이 주어졌을 때, 영재들은 행복하다. 또는 교사가 영재에게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별도의 과제나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힘들어 포기하기 때문이다.

조석희(Seokhee Cho)_St. John’s Univ. 교수
1986-2006년까지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소장으로 20년 간 재직하며,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기여했다. 2007년부터 뉴욕 Queens 소재의 St. John’s University에서 정교수로 재직중. 2010년-2022년 동안 미국연방정부로부터 세 번에 걸쳐 지원받은 연구비로 뉴욕시와 롱 아일랜드 소재 초등학교의 이민자 자녀 중 K-2학년의 영재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학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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