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빼 입은 그녀들의 화려한 일탈
짧은 파마머리에 어두운 선캡을 눌러쓰고 화려한 몸빼 바지를 입은 한인 아줌마들이 플래시몹을 선보여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샌디에이고 CBS는 이들을 특집 인터뷰로 다루며 집중 조명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아줌마 EXP’이다. 회계사, 방송인, 의사, 변호사 등 직업도 다양한 중년의 한인 여성들이 모여 색다른 일탈을 선보이는 모습에 관련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가 300만 회를 넘어서고 있다. 맘앤아이가 화제의 그녀들, ‘아줌마 EXP’의 창립 멤버인 ‘소니아 손 친’을 줌 인터뷰로 만나봤다.
인터뷰- 다니엘 성, 글 – 김지원 에디터
- 안녕하세요. 먼저 ‘아줌마 EXP’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아줌마 EXP는 ‘중년’을 응원하고 자축하는 아줌마들의 모임입니다. 샌디에이고 지역 방송국에서 앵커로 활동했던 리안 킴과 회계사인 제가 2017년 9월에 설립한 단체인데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샌디에이고 지역 영화제인 퍼시픽 아트 무브먼트(Pacific Arts Movement)에서 첫 플래시몹을 선보이며 데뷔했습니다. 당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관객들은 매우 놀라면서도 뜨거운 환호를 보내줬습니다. 저희는 주로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40~50대 여성들인데요. 아줌마 EXP의 소셜 미디어 운영은 제시카가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줌마 EXP는 제시카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거에요. 제시카는 나이가 어려서 아줌마 훈련생이라 부르고 있어요(웃음). 제시카는 아줌마 EXP의 가입 조건인 긍정적 삶의 태도를 가졌지만, 아직 주름이 없거든요.
- ‘아줌마 EXP’의 플래시몹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플래시몹을 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40-50대 아줌마들이 플래시몹을 할 거라고 대부분 예상하지 못할 거에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플래시몹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아줌마’라는 명칭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왜 우리가 ‘아줌마’라는 이름을 선택했는지 말이에요. 맘앤아이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아줌마는 가족을 서포트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배우자에게 도움을 줍니다. 본인 직업을 가진 워킹맘도 있고요. 우리 나이대의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든 부모님의 생활을 직, 간접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은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이대의 여성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충격적이고 놀라움을 선사하는 이 플래시몹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거든요.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그런 경험을 플래시몹을 통해 하게 됐습니다. 제게는 큰 딸과 아들이 있습니다. 제 아이들은 저희가 플래시몹 행사를 할 때 장비를 옮겨주기도 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어요.
- 가족 얘기가 나와서요, 가족들은 엄마가 슈퍼스타가 되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가족들은 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어요. 중년의 나이인 엄마가 아줌마로서의 현재를 자축하고, 나이가 부여하는 일반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으며 세상에 나서는 모습을 자랑스러워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며,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작은아들 조슈아는 아줌마 EXP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양한 견해를 저에게 전달하기도 하는데요. 가끔은 알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난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며, 그저 우리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내보이고 싶다’라고요. 그리고 조슈아가 어제 저희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3백만 회를 넘었다고 알려줬어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아들이 얘기해 주기 전까지 몰랐거든요. 제 활동에 관심을 두고 지지해주는 우리 가족에게 더 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 안무를 보면 아주 힙한 춤사위 사이사이에, “강남 스타일” 안무도 보이고, 아줌마들의 에어로빅, 국민 체조 같은 동작도 들어가 있어요. 안무는 어떻게 구성하신 건가요?
선곡부터 하는데요. 주로 여성 아티스트의 곡을 선택합니다. JJ 태드, 미시 엘리엇, 재닛 잭슨의 곡을 해봤습니다. 가장 최근 곡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노래였어요. 일단 선곡하고 나면 안무가 출신 멤버인 멜리사 아다오가 안무를 짭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희 안무에는 재미있는 춤 동작이 많습니다. 저희는 전문 댄서가 아니니까요. 다들 춤춰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서 플래시몹을 준비하고 안무를 익히는 것이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저희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요. 개인 연습 후 가라지에 모여 동작을 맞춰보며 오랜 시간을 들여 연습을 거듭합니다. 아줌마 EXP의 멤버 대부분이 80~9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사람들이다 보니 당시를 떠올릴 수 있는 동작을 안무에 넣기도 합니다. 저희가 재밌어서 넣은 레트로 감성의 안무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 ‘아줌마’라는 단어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줌마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줌마라는 단어에 대한 공감 요소들이 있는데요. 억센 느낌이 있지만 무섭지 않고, 강하며, 끈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줌마는 가족을 매우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며 가족을 위한다는 본인의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1980년대 아줌마의 상징적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아줌마 EXP가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의 바탕이 되고 있죠. 물론, 요즘 한국의 40~50대 여성들은 몸빼 바지를 입거나 뽀글거리는 짧은 파마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표현한 다소 과장된 아줌마 스타일의 모습이 대중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이에 대한 관심이 소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아줌마라는 명칭에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확산시키는 것. 그것이 저희가 이런 모습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이유입니다.
- ‘아줌마 EXP’가 갖고 있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아줌마 EXP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최근 쏟아지는 관심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특히 젊은이들이 아줌마 EXP에 보여주는 관심은 저희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중년이 되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중년이 되는 것은 사실 정말 멋진 일입니다. 큰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 현재는 서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뉴욕, 뉴저지가 있는 동부에 오실 계획은 없나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동부에도 우리와 같이 중년인 자신의 현재를 자축하고 응원하며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내보이길 원하는 여성들이 있다면, 저희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미국에 있는 중년 여성들, 아줌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가 표현하는 80년대 아줌마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습을 통해 당시 중년 여성, 아줌마의 강인함과 멋진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80년대 아줌마의 모습은 전쟁 직후, 한국이 산업화되면서 경제적으로 일어설 때입니다. 당시 우리는 영어도 제대로 못 하지만 새로운 나라인 미국으로 이민을 오기도 했고 이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일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런 강인함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여행입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40대, 50대의 본인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50대가 되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세요. 더 이상 20~30대가 아니어서 피부 탄력이 떨어진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두가 알다시피, 삶은 계속되고 여러분은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20대, 30대였을 때 우리는 무엇인가 되기 위해 정말 분주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중년에 접어들게 되면 엄청난 여행을 지나온 자리에 있게 되죠.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아줌마 EXP’의 전체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채널 맘앤아이 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