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Eileen Kim 헬로하트 미술심리상담연구소 대표
우리 아이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낼까? 엄마,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유치원이나 학교생활은 어떨까? 친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을까? 요즘은 무슨 상상을 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아이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부모님들에게 항상 궁금한 내용일 거라 생각됩니다.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 자아상을 가지고 있을지, 부정적 자아상을 가지고 있을지는 육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곁에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내 아이를 잘 알 것 같은데도 또 어느 순간 모르는 기분이 들 때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이럴 때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아이 마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것도 부모의 마음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또 주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림 검사를 통해 함께 알아가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림은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을 아이의 성격 및 감정 표현과 연관 짓는 많은 연구가 심리학, 교육학, 미술 치료 분야에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생각, 걱정거리, 문제점, 탐색한 내용, 관찰한 것 등을 그림으로 나타냅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 속에는 자신만의 의식 및 무의식적 이야기가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 검사는 내 아이의 생각을 좀 더 들여다보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림 검사가 여러 연구에서 다루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통계에 근거하며, 아이의 그림에는 매우 다양한 요소와 경험들이 결합하여 있어서, ‘아이의 그림을 보니 심리 상태는 반드시 이렇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을 다루는 상담사가 그림을 해석하는 팁을 잘 알고 있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자아상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그림 검사 방법으로 집-나무-사람(House-Tree-Person: HTP)이 있습니다.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검사 방법입니다. 그림 검사의 세 가지 요소인 집, 나무, 사람은 어릴 적부터 접하게 되는 친숙한 대상이기도 하고, 또 상징성도 풍부하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그림 검사 방법 중 하나입니다. HTP에서 집 그림은 아이가 성장해 온 가정 상황을 나타냅니다. 아이가 자신의 가족 관계를 어떻게 인지하며, 어떤 감정과 태도를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붕은 아이의 정신생활 특히 생활의 공상 영역을 상징합니다. 문은 집과 외부 환경과의 직접적인 상호 작용 영역으로 대인 관계에 대한 아이의 태도를 나타냅니다. 창문은 사람의 눈과 같은 것으로, 세상을 내다보고, 세상과 타인이 집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는 통로로서, 문보다 적극적이지 않은, 외부 환경과의 수동적인 접촉을 나타냅니다. HTP에서 나무 그림은 아이의 신체 혹은 성격(자기 개념과 같은)의 핵심적인 측면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나무 그림을 통해서 아이의 무의식적인 자아상 그리고 현실과의 접촉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줄기는 나무를 지탱하는 중심으로 아이의 에너지, 자아 강도, 내면화된 자기 대상의 힘을 의미합니다. 가지는 영양분을 흡수하여 성장하며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영역으로, 아이가 환경에서 만족을 추구하고 대인 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힘을 나타냅니다. 뿌리는 땅과 접촉하는 부분으로, 나무가 땅에 든든히 기반을 잡고 서 있게 해 주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그려진 뿌리는 아이 자신에 대한 안정감, 자신의 근본적인 모습에 대한 이해, 과거와의 연결 그리고 현실을 지배하는 자기 능력에 대한 인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HTP 에서 사람 그림은 기본적인 자아상을 나타내기도 하고, 사람 그림을 그린 후 아이는 부모, 형제, 가까운 친구를 자신의 그림에 투영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 그림은 아이가 주변 인물이나 부모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자가 자신에 대한 상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지금 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라고 물어보면 “저는 지금 이런 마음이에요. 그리고 나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해요.”라는 솔직한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언어를 이용해서 감정을 표현하는데 아직 서툴기 때문입니다. 보통 ‘좋다’, ‘나쁘다’는 이분법적 대답을 주로 해서 아이 마음을 잘 모르고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집, 나무, 사람 그리기 검사를 통해 아이의 생각과 아이의 자아상에 대해 알아보고, ‘나’를 나타내는 여러 그림을 그리게 함으로써 아이의 자아 인식을 알아보는 방법을 부모님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