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연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보니 연관성이나 인과관계를 말씀드리는 것에 무척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스웨덴이 아빠 육아 휴직 제도를 도입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초창기에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아빠 육아와 국민성을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제가 찾아본 연구 결과 하나를 말씀 드리면, 스웨덴에는 아빠 육아를 경험한 소년이 자라서 본인이 아빠가 된 이른바 ‘아빠 육아휴직 2세대’가 다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아빠의 육아 참여를 보다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고, 남녀 간 성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보여줄때 성별과 관계없이 아이들 스스로 장난감을 고르게 합니다.
한편, 아빠 육아 참여가 양성 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는 아빠 육아 휴직 도입 취지이기도 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당시 겪었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빠들이 회사에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육아는 엄마 몫이고 여성은 아이 낳으면 퇴직하고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아빠 육아 휴직이 적극적으로 시행되면서 육아 휴직 부담이 엄마와 아빠에게 적절히 분담될 수 있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여성 근로자의 육아 휴직 기간이 대폭 줄어든 겁니다. 그렇게 사측의 협조 가운데 남성이든 여성이든 육아 휴직 후에 직장에 복귀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여성들도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고 동시에 양성 평등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스웨덴에서는 기업이나 정부 요직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정도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