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디앤아이창간 기념으로 아빠가 육아에 참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 ‘아빠효과를 탐구하고 있다. 지난 호에 이어아빠효과를 실생활에서 실행하고 있는 김건 씨의  두번째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건씨는 스웨덴에서 아빠가 육아 및 양육에 적극 참여하는라떼파파로 살면서스웨덴 라떼파파라는 책을 출간한 장본인이다. 세계에서 아빠의 육아참여가 가장 높다고 정평이 나 있는 스웨덴아빠효과를 실제 라떼파파를 통해 직접 들어 보자.   

인터뷰 및 정리 맘앤아이 편집부

김 건 / <<스웨덴 라떼파파>> 저자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노르웨이에서 경험했던 문화충격을 잊지 못하고 노르웨이로 돌아가 오슬로 대학교 보건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스웨덴으로 거주지를 옮겨 아내를 만나 두 자녀를 얻고 스톡홀름에 정착했다. 현재 Astra Zeneca에서 보건경제학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박사 과정 중에 있다. 물론, 두 아이 육아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스웨덴 라떼파파’, ‘나는 복지국가에 산다’가 있다.

‘라떼파파’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나라, 스웨덴에서 살면서 실제적으로 ‘아빠효과’를 체험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제가 연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보니 연관성이나 인과관계를 말씀드리는 것에 무척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스웨덴이 아빠 육아 휴직 제도를 도입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초창기에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아빠 육아와 국민성을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제가 찾아본 연구 결과 하나를 말씀 드리면, 스웨덴에는 아빠 육아를 경험한 소년이 자라서 본인이 아빠가 된 이른바 ‘아빠 육아휴직 2세대’가 다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아빠의 육아 참여를 보다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고, 남녀 간 성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보여줄때 성별과 관계없이 아이들 스스로 장난감을 고르게 합니다.

한편, 아빠 육아 참여가 양성 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는 아빠 육아 휴직 도입 취지이기도 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당시 겪었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빠들이 회사에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육아는 엄마 몫이고 여성은 아이 낳으면 퇴직하고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아빠 육아 휴직이 적극적으로 시행되면서 육아 휴직 부담이 엄마와 아빠에게 적절히 분담될 수 있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여성 근로자의 육아 휴직 기간이 대폭 줄어든 겁니다. 그렇게 사측의 협조 가운데 남성이든 여성이든 육아 휴직 후에 직장에 복귀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여성들도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고 동시에 양성 평등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스웨덴에서는 기업이나 정부 요직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스웨덴에 살면서 실제 라떼파파인 김건씨가 출간한 ≪스웨덴 라떼파파≫

라떼파파로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예전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교 하신다면요? 아버지의 교육은 어떠셨고, 혹시 아쉬운 점은 없으 신지요?

제 아버지는 한국의 평범한 가장이셨습니다. 평일 오후나 주말에는 가족 대신 밖에서 사회 생활을 많이 하셨죠. 저는 연년생 자녀 셋인 가정에서 자라났는데 어머니께서 혼자서 애들 셋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그 때로서는 보편적이라 아버지에게 특별히 서운한 점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육아하는 아빠를 롤모델로 삼을 만한 대상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해 부모가 되었을 때 딸은 엄마를, 아들은 아빠를 롤모델로 삼고, 그때 경험이 육아의 기초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인의 아버지로부터 롤모델로 참고할만한 점이 많지 않다면 양육 시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 좀 더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롤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양육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작가님 경험에 근거해 들려주세요.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집니다. ‘독박 육아’를 하는 엄마 입장에서 아빠의 육아 참여는 환영할 수 밖에 없고 부부 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육아 첫해에 아내와 갈등이 있었는데 힘든 시기를 아빠 휴직을 통해 역지사지의 지혜로 극복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탄탄한 관계를 다질 수 있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양육에 어려움이 느끼는게 당연한 수순이라는데 지금의 관계가 이후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연로하신 조부님들께 양육을 부탁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빠가 반드시 육아나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 는지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빠 육아 참여로 가장 큰 혜택을 얻는 사람은 바로 아빠 본인일 것입니다. 제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통해 다소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아빠는 밖에서 돈을 벌어다주는 가정 밖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일에는 야근 또는 회식으로 늦게 귀가하고, 주말에는 낮잠자기 바쁘다보니, 아빠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일주일에 평균 10분이 안되는 통계가 나오는 거겠죠. 국외로 가족들을 조기 유학 보내는 기러기 아빠들은 말할것도 없겠고요. 가족을 위해서 죽기 살기로 직장에서 버틴다고들 하지만 정작 자식들과 서먹서먹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회사 일 때문에 아이와 시간 보내기를 뒤로 미루고 있는 아빠들에게 인생에서 진정으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아빠들이 자식들에게 아파트 한 채씩 물려줄 수 있는 없겠지만,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아이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는 있다고 믿습니다. 그 시작에 아빠 육아가 있습니다.

라떼파파’관련해 대디앤아이 독자분들께 꼭 하시고 싶은 이야기를 들 려주세요.

요새 한국에서도 아빠 휴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지만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듯 합니다. 직장 눈치도 보이고 수입도 줄어들고 경력 단절의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육아를 엄마한테 떠넘기고 본인은 일을 계속하는 것이 본인에게 가장 쉬운 선택이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피하고 있는 것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심지어 스웨덴에 살고 있기 저조차도 육아 휴직을 시작하기 전에는 하지 말아야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습니다. 만약 아빠와 엄마가 동일한 조건에서 자유롭게 육아와 일, 둘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다면 대부분, 일을 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고 의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의식이 개선되면 제도도 더 좋아질 것이고, 제도가 더 좋아지면 의식은 더 좋아질 겁니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아빠 본인을 위해 모든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