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인생을 예습하는 것,
아동문학가 고정욱 작가
아동문학가, 장애인, 열정적, 다작. 이런 단어들은 고정욱 작가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1999년 ‘아주 특별한 형’ 이라는 동화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뒤, 20여년 동안 무려 278권의 책을 출간하고 연 300회 이상의 강연을 소화하고 있는 고정욱 작가, 그가 시카고를 방문했다. 그 지역에 새롭게 문을 여는 북카페에 Guest Speaker로 초청받아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시카고 지역 한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 1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평생을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1급 지체장애인이 된 고작가는 어린시절 엄마의 등에 업혀 학교를 다니면서 나중에 의사가 되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겠다는 꿈을 품고 살았다. 그러나 장애인은 의사가 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이 후, 글쟁이가 되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문학계의 의사가 되었다. 늘 열정적으로 글을 쓰며 작가로써의 충일한 삶을 살고 있는 고정욱 작가의 시카고방문 소회와 책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가 맘앤아이를 통해 한인들에게 건네는 따듯한 메세지를 함께 나눈다.
고정욱작가님, 반갑습니다. 미국 시카고 한인타운의 북카페 오픈 기념행사에 Guest speaker로 초청되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미국은 저와도 인연이 깊은 나라입니다. 저의 처가가 미국에 있고 아이들도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항상 마음 속에 아련한 추억이 있는 나라입니다. 시카고는 처음이지만 몇몇 저의 대학 선배님들이 살고 계셔서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 초청 받았을 때 첫번째로는 저의 한인 팬들을 만날 수 있고 저의 이야기 전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두번째는 시카고의 아름다운 호수, 멋진 건물들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가슴이 아주 설레었습니다. 그래서 기꺼운 마음으로 왔구요, 또 북카페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제가 그 곳에 북카페가 활성화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습니다.
북카페 오프닝에 참여하신 간략한 소회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번 방문을 통해서 이민생활의 고통과 아픔을 조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모국어도 지키고 싶고 영어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으시는 한인들이나 학부모들을 보면서 마음이 좀 짠했습니다. 그런데 북카페가 그 지역의 문화 중심이 되고, 함께 책을 읽고 각종 프로그램 통해서 나눔을 실천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자원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책도 많고 공간도 참 좋더라구요. 이 곳에 한인들이 드나들면서 책도 읽고 서로 소통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또 정보 교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인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 자주 오시는지요? 짧은 일정이셨겠지만, 여기 한인들을 보면서 느끼신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미국엔 오랜만에 다녀갑니다. 예전에는 자주 왔었는데 요즘은 글쓰느라 바빠서 무척 오랜만에 왔습니다. 미주 한인들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늘 근면 성실하시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마침 제 성균관대학교 선배들과 고등학교 동창들이 있어서 찾아보았더니 다들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환대해주셔서 모두가 마음이 참 따듯하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삶이 다소 힘들더라도 절대 용기 잃지 마시고 어려운 외국 생활이지만 꿈을 포기하지 마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고작가님은 아동문학가로 알려져 있는데, 여러 문학 쟝르 중에 아동문학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저의 출발은 소설가였습니다. 대학 때는 소설가의 꿈을 키웠구요,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어요. 글을 열심히 쓰던 30대에 아이들이 읽던 동화책을 보다가-참고로 저는 아이가 셋입니다.- 나도 한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동화 한편을 써서 발표한 것이 ‘아주 특별한 우리형’이라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였어요. 그것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바람에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말대로 계속 쓰다보니 어느새 아동문학가,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무엇이 되었건 간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필요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보람되고 후회는 없습니다.
아동문학가에게는 작가 자신의 유년기 삶이 창작의 모티브가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게 되었기 때문에 제 책들 중 많은 부분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지요. 저는 어머니가 두번이나 예방주사를 맞혔음에도 불구하고 돌무렵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장애인으로써 겪은 세상의 차별과 편견 때문에 힘들고 아픈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헌신과 착한 동생들, 친구들 덕분에 씩씩하게 잘 자랐지만 장애인을 소재로 한 책들 속에는 저의 그러한 경험과 아픔이 어느정도 녹아있다고 해야겠지요.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내가 쓴 동화를 읽고 자란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장애인을 결코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도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작가님께는 어떤 의미이며, 글을 쓸 때의 가장 큰 즐거움과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저의 삶의 의미이지요. 제가 장애가 있는 작가로써 이 세상에 쓸모있는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죠. 직장을 다닐 수도 없고 노동이나 신체활동을 통해서 남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가 없는건 사실인데요, 글을 쓰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죠.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이 삶의 이유이고 매일 열심히 써야하는 당위성이 저의 장애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요. 그랬을 때 가장 큰 즐거움은 창작이 주는 즐거움입니다.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즐거움, 주인공을 만들고 그들과 얽혀서 함께 울고 웃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무엇보다 글쓰는 것이 즐겁구요, 어려움은 글쓰다 막힐 때 제일 어렵죠. 아이디어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부족하거나 애초 준비했던대로 글이 풀리지 않으면 젤 어려운데요, 그럴 때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거나 잠시 시간을 두고 풀어나갑니다. 글쓴다는 것은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요즘 많은 현대인들이 독서를 정보습득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매체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독서의 순수한 가치‘에 대한 작가적 견해가 궁금합니다.
독서는 다양한 용도로 쓰이지요.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도 할 수 있고,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도 할 수 있고, 또 정보 습득의 도구로도 이용되고 있지요. 다 독서 본연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어느 것이 낫고 어느 것이 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독서의 순수한 가치라고 하면 제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이런 말씀 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이끌어 주시는대로 대략 20대까지는 살 수가 있습니다. 그 분들의 경험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지식과 문화를 체득하려면 누군가의 가르침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사회에서의 어떤 가르침이나 규범은 더 이상 나에게 절대적인 것이 되지 않죠. 한마디로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고 자아가 올바르게 서게 되면서 부터는 누구도 내게 가르침을 줄 수 없습니다. 독서는 바로 그럴 때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보면 나보다 수백, 수천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느끼고 경험했던 이야기들이 다 압축되어 녹아들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서는 인생의 예습인 것이지요. 미리 살펴볼 수 있는 preview 입니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지혜롭고 실수를 덜 하게 되고 삶이 깊어집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알게되기 때문이에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젤 무서운 사람입니다. 인생 예습인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인생도 풍부하고 풍요롭게, 또 지혜롭고 바르게 살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온 증거입니다. 독서의 가장 순수한 가치라면 내 인생의 길잡이 동반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작가님은 수백권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영문 번역본이 있으신가요? 이 곳 한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고작가님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문 번역본이 있습니다. 제가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에 대해서 이야기를 쓴 게 있는데요, 그 책이 영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아마존에 들어가셔서 kojungwook으로 검색하시면 책이 뜨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작품 하나 읽으면 좋을 것 같구요, 앞으로는 영문으로 많이 번역을 할 생각인데요, 사실은 번역본이 아니라 영문으로 쓰고 싶었는데 그 정도 실력이 되지않기 때문에 번역에 의존하게 되었어요. 미국에 있는 저의 독자들이 저의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의 바램이나 계획, 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매일매일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로써의 사명을 성공적으로 다 완수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죽는날까지 500권의 책을 쓰는 것이 제 목표인데요, 저는 현재278권의 책을 냈구요 이제 500권 향해서 달리고 있습니다. 또 이미 동남아시아나 일본, 중국 등 여러 곳에 번역되어 보급되고 있구요, 앞으로는 전세계 100여 곳에 번역, 출간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장애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꿈을 이루려면 독자들의 성원과 응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뉴욕에서도 혹시 저의 강연이 듣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힘을 모아서 초청해 주세요. 가서 저의 열정을 나눠드리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뉴욕,뉴저지 독자여러분 감사하구요. 모두 힘든 이민생활이지만 용기 잃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소명을 가지고 살고 있는 귀한 사람들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최선을 다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