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족

주진규 목사

코로나로 온 식구가 집에 있다. 작년 가을 대학에 들어간 큰아이가 학교 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며 집에서 신입생 생활을 이어가 고 있다. 이러다 캠퍼스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졸업하는 거 아닌가 걱정 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행히 백신이 나오고 학교 측에서도 방역을 잘하 고 있어서 새 학기에는 캠퍼스 기숙사로 들어가기로 했다. 작은 아이도 머 잖아 언니처럼 떠나게 될 것이다. 미국 문화는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 하면 거의 독립한다. 아이들이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얼마나 빨 리 지나가는지 벌써 부모 곁을 떠날 때가 된 거다. 가족이란게 당연한 것 같고 영원할 것 같지만, 온 식구가 한 집에서 함께 뒹굴며 밥상에 둘러앉 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큰아이가 캠퍼스로 떠나기 전에 가족사진이라 도 하나 찍어 놓아야겠다.

2020년 말 한국에서 2~3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가 있었다. 전체의 24.8%, 즉, 4명 중 한 명이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을 선택했다는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비혼을 택하는 이유는 남자인 경우 경제적인 부분이 크고, 여성의 경우는 가부장적 양성 불평등을 탈피하고 싶은 이유가 높았다. 그리고 남녀 공히 “싱글라이프가 더 행복할 것 같아서” 비혼을 택한 경우도 25% 이상으로 나왔다. 스스로 비혼을 택한 것이지만,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이들도 나이가 들면 배우자도 없고 자녀도 없이 혼자만 남게 될 텐데 걱정이 된다. 비혼 인구가 점점 늘어가고 21세기 새로운 삶의 형태가 된다면 가족이라는 의미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겠다.

가족이든 싱글이든 직업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 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는 원천이다. 사람들이 직장에 취업하는 형태를 연구한 사람이 있다. 1974년 Mark Granovetter 라는 사회학자 쓴 “Getting a job: A Study of Contacts and Careers” “취업하기: 직업과 연락원에 관한 연구”라는 책에 의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다. 취업방법에 있어서 자신이 직접 구하는 경우가 20%, 취업대행업체 에이전트를 통해 구하는 방법이 18.8%,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서 직업을 얻는 경우가 56% 나 된다. 개인적인 관계를 통한다는 것은 안 좋은 의미의 “청탁”이 아니라, 아는 이들을 통해 그 직업에 대해서 처음 정보를 접하게 되고 취업까지 이루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좀 더 파헤쳤다. 개인적인 관계로 맺어진 사람 중 16%는 자주 연락 하는 아주 친한 사람들, 즉 절친이고, 28%는 아주 드물게 연락하는 그냥 아는 정도의 사람들, 그리고 나머지 55.6%는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는 지인”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의 결론은 인간 삶의 매우 중요한 취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보이는 방법을 동원할 것 같은데, “그저 알고 있는 정도”의 채널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경우가 아주 높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나와 정말 가깝고 잘 아는 사람들은 생각이나 활동의 동선, 생활의 많은 부분이 나와 겹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친구가 내 친구이고, 그들의 맛집이 내 맛집이고, 취미 생활마저도 함께 공유하는 사이이다. 이러한 관계의 한가지 단점은, 내가 모르는 것은 그들도 모를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그런데 나와는 현저히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을 알 가능성 이 높다. 왜냐하면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생활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취업이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이라는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전혀 알 수도 없고 가능성도 없던 취업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우리는 직업뿐 아니라 우리 삶을 살려내는 정말 중요한 것을 이런 이들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게 “그저 아는 정도의 관계”가 가진 놀라운 힘이다. 최근 한국 에서는 지방대학 대부분이 정원미달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 원인은 출산 감소와 더불어 결혼이 점점 줄어가는 데 따른 인구 감소이다. 결혼이 줄면 대학생뿐 아니라 가족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그저 아는 정도의 관계”가 가지고 있는 힘을 생각해 보면 가족이 사라져가는 우리 사회에 어떤 소망의 빛을 찾을 수 있다. 피를 나눈 가족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귀중하다. 하지만 이런 가족이라는 울타리 없이 살아가야 할 이들이 점점 늘어간다. 비록 혈육은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면 함께 살아갈 새로운 형태의 가족 공동체를 꿈꿔 볼 수 있지 않을까?

2000년 전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남겼다. “무리가 예수를 둘러 앉았다가 여짜오되 보소서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찾나이다. 대답하시되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둘러 앉은 자들을 보시며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마가복음 3:32-35)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진정한 가족”의 공통분모는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다.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의 사이라 할지라도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을 아는 것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할 독거인들이 더 많이 질 것이다. 어떤 형태로 살든 우리 는 모두 이 세상에 같이 살아가야만 한다. “그저 아는 정도의 관계”가 발전하여 서로의 삶을 살려내는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소망을 품고 살면 좋겠다.

카톡을 열어보았다. 친구 리스트에 351명이 떴다. 그런대로 연락하면서 지내는 사람이 한 50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나머지 300명은 몇 년 동안 한 번도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 본 적이 없다. 친구 리스트에 있으니 적어도 전화번호를 서로 나눈 지인 사이라 할 수 있다. 5월엔 그분들께 일일이 안부 메시지 한 두 줄이라도 남겨야겠다. 그만큼 그렇게 가족이 넓어진다 면 2021년 5월은 의미 있는 가정의 달이 될 것 같다

글 주진규 목사

•맨하탄 GCC (Gospel Centered Church,

복음으로 하나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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