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디자인하는 김주현 SCENIC DESIGNER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소박하게

현대인들은 시각문화의 중요성과 가치가 극대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볼거리, 구경거리로 인한 ‘보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우리의 시선을 ‘무대’라는 작은 공간으로 축소시켜놓고 보더라도 그 볼거리는 예전보다 훨씬 스펙타클하고 다양해져서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이나 공연 자체와는 또 다른 파격과 감동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의 표현능력에 따라 공연의 질이 좌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각적 효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급격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영향으로 미술의 흐름에도 무한한 가능성과 변화가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 무대디자이너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맘앤아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잘 알려진 The King and I 의 디자인 팀에 참여하고 있는 무대디자이너  김주현씨를 아티스트 인터뷰에 초대했다. 예일대학교 드라마스쿨에서 석사를 마치고 브로드웨이 현장에 들어선지 2년이 채 되지않는 신예지만, 진중하게 세익스피어를 논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맨하탄의 굵직한 공연들을 두루 경험하며 빠르게 자신을 브랜딩해가고 있는 기린아(麒麟兒)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글 최가비 에디터 사진 배강수

Frankenstein

미드타운에 위치한 김주현씨의 스튜디오로 향하면서 얼마 전에 관람했던 뮤지컬을 잠시 떠올렸다. 좋은 공연이란 연출가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믿었던 시대착오적 신념을 조용히 무너뜨렸던 강렬한 무대가 생각나 마음이 몹시 설렜다. 공연시장이 확대되고 공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요즘, 관객의 한사람으로서 무대디자이너들에게 거는 기대가 적잖이 크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자 짐작보다 앳돼 보이는 김주현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온갖 소품들로 발 들여놓을 틈도 없는 스튜디오가 무척 인상적이다. 마침, The King and I 투어공연 관계로 바쁘게 이메일을 처리하던 김주현씨의 모습을 보면서 무대를 향한 그녀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간략한 자기 소개 및 그 동안의 활동   

홍익대학교 회화과학부를 나오고 예일 드라마스쿨에서 석사로 무대디자인 공부한 뒤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인 김주현입니다. 학부 재학 중 무대디자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터라 재학 중 무대디자인준비를 했고, 바로 미국에 오게되어 이제 필드에서 일한지 일년반이 조금 지났네요. 작은극장에서 하는 공연이나 대학에서 하는 공연들 디자인을 많이 하고 있고, 다른 큰 공연들에서 어시스트로 일하며 열심히 경험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오페라 Hansel and Gretel, 뮤지컬 Fucking A, 오페라 Cunning Little Vixen , 뮤지컬 My fair lady, 그리고 투어 중인 The King and I 등이 제가 일했거나, 현재 참여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무대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     

부모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뮤지컬, 오페라 등을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공연장을 많이 따라다녔고 어느 정도 크고나서는 혼자 보고싶은 공연을 보러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죠. 학부 때는 알바로 번 돈을 모두 쏟아 공연을 보기도 했었답니다. 그 전까지는 막연히 공연이 좋아서 보러다녔었는데 결정적으로 무대디자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공연은 라이온 킹(Lion King)이었어요. 고등학생이던 당시 일본 시키( 四季)극단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라이온 킹은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공연장보다 훨씬 더 큰 규모였고 그것이 이 뮤지컬 연출에 완벽하게 들어맞았었죠. 그 때 첫 오프닝을 보면서 무대디자인을 정말 하고싶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단 회화가 미술의 기본이라 회화를 전공하고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무대디자인에 관심을 갖게되었어요.

한국에 무대디자인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와 현재 분위기                    

무대디자인이란 것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정도일거에요. 연극에서 대본이 있으면 그에 맞는 무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느정도 기본적인 세트는 갖추고 있었겠지만, 지금도 국내 공연시장이 여전히 미성숙 단계라 대중화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요즘은 그래도 무대디자인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고 또 다들 아주 잘하시기 때문에 그 분야가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프로젝션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 라이팅 디자인 쪽은 발달이 많이 안된 편이거든요.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활동 무대를 TV 쪽으로 많이 옮겨가시는 분위기구요. 

그 동안의 활동 중 가장 만족하는 작품, 이유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은 예일대 석사 재학 중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연극 Everything That Never Happened 에요. 규모가 크거나 화려한 연극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디자인프로세스가 이상적이었어요. 공연은 팀작업이기때문에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합이 잘 맞지않으면 일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요. 보통 각 공연마다 각기 다른 사람들로 프로덕션팀이 짜이기 때문에 매번 이상적인팀을 꾸리기도 힘들죠. 하지만 Everything That Never Happened 는 연출자와 다른 디자이너들, 테크니컬파트에서 일해주는 TD들 등 모든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작은 마찰 하나없이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잘 끝낸 공연이었어요. 앞으로 일을 할 때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좋은 공연이 나오겠구나 하고 배운 계기가 되었어요. 

Hansel and Gretel
Cunning Little Viexen
Everything That Never Happened

김주현님 작업의 특징 

한 단어로 ‘심플’이네요. 저는 추상적이고 미니멀한 세트를 많이 디자인하는 편이에요. 조명으로 드러나는 실루엣이 강렬한걸 좋아하죠. 그러다보니 자칫하면 무대가 너무 비어보이거나 너무 많은 것들이 생략될 수도 있어서 우려도 되지만, 작품자체에서 오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심플하고 강렬한 선으로 세트를 구성하려고 노력하고있어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견해       

좋은 무대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좋은 해석이 있어야 하고, 그 해석을 디자이너가 디자인으로 어떻게 잘 구현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디자인이 배우들의 연기에 플러스가 되는 디자인이 되면 더욱 좋겠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개성을 작품 속에 반영시켰다면 나름 성공적인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고 공연의 질적효과를 높일 수 있다면 더 좋겠구요.

작업을 하면서 미국의 다민족, 다문화 속에서 느끼는 정서적 어려움 

우선 이 곳은 한국에 비해 고용의 기회가 많고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지금의 저 처럼 큰 공연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 무척 큰 장점인데요, 함께 일하시는 분들과의 정서적 어려움이라기 보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간혹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사회적으로 아주 민감한 문제잖아요. 그런데 작업을 하기위해 대본을 보던 중에 특정 소품이 특정 인종을 폄하하는 의미를 담고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만일 그런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런 부분이 조심스럽고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디자인을 하기위해 스스로 하는 공부   

그냥 눈으로 많이 보는게 가장 중요하죠. 사실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을 하는 동안 배운 것이 아주 많은데요, 저는 운이 좋아서 규모가 큰 공연에 많이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현장이 제게는 공부하는 곳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어떤 공연이든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저 나름의 공부라고 할 수 있어요.

무대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우선 책을 많이 읽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Play 대본 같은 것도 많이 읽어야하구요. 세익스피어, 안톤체홉, 테네시 윌리엄스 등의 대본, 관련책들 많이 읽고 나름대로 해석하는 능력도 키우고, 대본 속 캐릭터 연구해보면 좋겠죠. 사실 연극이나 공연에 관한한 세익스피어에 대한 공부는 필수잖아요. 세익스피어를 읽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다수의 그의 작품이 인간이해를 제시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면서 미리 공부를 해놓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기술적인 부분은 학교에 들어가면 다 배울 수 있거든요. 학교는 그 아이가 얼마만큼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는지를 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혼자 미리 공부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        

현재 링컨센터에서 하고있는 My fair lady 가 곧 투어를 시작하기 때문에 그 일로 좀 바빠질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오페라 컴파니 관련 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The King and I 도 지금 여섯번째 투어를 하고있는 중이고 연말에는 일본에서, 그리고 조만간 한국으로도 들어간다고 해서 계속 바빠질 것 같아요. 우선 즐겁고 재밌게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열심히 일해갈 생각입니다.   

Joo Kim

Scenic Designer-BA in fine arts, graduate of the Yale School of Drama, credits include Cancer Cancer Cancer (Ars Nova) and Raising Jo(Theatre Row), Silent Lyre(Lighten Theater), Everything That Never Happened(Yale School of Drama), Fucking A(Yale School of Drama), Some Bodies Travel(Yale School of Drama), Caught (Yale Cabaret), Current Location(Yale Cabaret) and The Cunning Little Vixen(OT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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