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같이 날씨가 무더운 여름철에는 수중, 수상 스포츠가 더욱 주목을 받는다. 수영, 수구, 다이빙 등 물을 이용한 다양한 스포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수상 스포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Synchronized Swimming-이하 싱크로)은 여러 명의선수들이 물 속에서 유연한 동작연기를 펼치며 멋진 조화를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예술적인 스포츠로 알려져있다. 1990년 경, 싱크로의 불모지 한국에서 1세대 수중발레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종희선수는 1994년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국가대표 코치로 활약하다 2000년 무렵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싱크로에 대한 우직한 신념으로 일관되게 한 삶을 살아온 그녀의 시원한 스포츠 인생이야기를 맘앤아이에 담는다.
진행 최가비, 정리 최눈솔

안녕하세요 이종희코치님, 반갑습니다. 맘앤아이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맘앤아이 독자 여러분과 지면으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싱크로라는 흔하지 않은 종목으로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지만 미국에 정착하면서는 독자 여러분과 다름 없이 두아이의 엄마로 평범하지만 또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고 있습니다.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이 곧 수중발레다’ 라로 알고있는데, 설명을 좀 덧붙여주시겠어요?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중발레라고 불리고 있고 최근 FINA(국제 수영 연맹 : International Swimming Federation) 에서는 정식 종목 이름을 Artistic Swimming으로 채택한 만큼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겸비한 스포츠입니다. 뛰어난 수영 실력은 물론 무용, 음악, 체조가 어울어져 완성되는 스포츠인 만큼 여러 종목을 함께 연습하고 각각에 대한 이해와 기량이 필요합니다.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로 활약하셨던 때가 언제고,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요?
90학번생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학창시절 4년간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Japan Open대회를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은 은퇴하고 졸업과 동시에 국가대표 코치가 되어 후배였던 친구들을 제자로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96년에는 코치로서 아틀란타 올림픽 예선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싱크로 선수가 지금도 50명 내외라고 합니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많은 숫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코치님은 언제 싱크로 종목을 알게되셨고, 어떤 계기로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역시도 싱크로에 대한 사전지식은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무용을 하고 있었고, 수영은 12살에 처음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가 싱크로가 처음 소개되면서 제 또래 친구들이 종로 YMCA 수영장에서 모여 첫 강습을 할 때였고 저는 그 곳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싱크로 강습이 이화여대 수영장에서 있었는데 저도 함께 조인하면서 싱크로 인생이 시작된거죠.



이런 특수한 분야는 아무래도 흥미가 없으면 쉽게 시도하기 어려웠을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처음 입문하셨을 때 어떠셨어요?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특수한 분야이기 때문에 흥미가 제일 중요한 동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첫 이화여대에서의 강습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깊은 곳에서는 수영을 해본적도 없었던 저는 발이 닿지 않는 수영장에서 친구들을 보고만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은사님이 수영부터 다시 가르쳐 주시며 싱크로의 매력에 눈뜨게 해주셨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몸이 힘들어 하기 싫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는 싱크로를 제대로 즐기면서 했던것 같습니다.
싱크로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오케스트라와 같은 화합이 단연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로나 듀엣도 아름답지만 저는 팀으로 할 때 싱크로만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팀정원인 8명이 패턴을 바꾸며 음악과 조화롭게 싱크로나이징 하는것은 다른 스포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싱크로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하계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메이크업이 가능한 매력적이고 화려한스포츠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국가대표 선수 시절의 활약상 조금만 소개해주시겠어요?
90학번으로 대학 입학과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94년 졸업과 동시에 대표 코치가 되어 1년간 코치 활동을 했었죠. 저와 저의 동기들은 사실상 국내에서 싱크로 1세대이기 때문에 저희를 가르쳐 주셨던 은사님들은 싱크로를 직접 배운 경험이 없으신 다이빙 및 수영 코치들이셨습니다. 하지만 코치님들 부모님들 또 저희 선수들 모두 열정이 참 대단했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 전문 코치가 없었지만 클리닉이나 전지훈련을 위해 외국으로 많이 나가 열심히 배웠었고 French Open에서는 듀엣으로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Japan Open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선수로서는 은퇴를 했습니다. 1여년 간의 대표 코치생활 이 후에는 석사코스를 밟고, 싱크로 위원회 등 관련 조직에서 활동했습니다.
미국은 언제 어떤 계기로 오셨나요?
99년에 뉴욕으로 발령받은 남편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치열했던 삶을 뒤로 하고 뉴욕으로 오면서는 한편 시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미국에 와서도 수영을 즐겼고 딸아이는 수영을 하기도 했지만 한동안은 싱크로에서 떠나 있었습니다. 아마도 너무나 열정적으로 달려왔던 선수기간 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어 있었던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와서 본 스포츠의 세계는 확실히 한국보다 덜 경쟁적이고, 레크리에이션으로써 정말 스포츠를 즐기는구나 느꼈었지요.
그럼 미국에 오신지도 거의 20년이 되어가시는군요.미국에서의생활이 어떠셨는지 조금 소개해주시겠어요?
미국에 와서 아이들을 낳으면서는 전업 주부로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시간을 온전히 즐겼던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었고, 제게도 성숙을 가져다준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뉴저지의 해링턴파크에서 10여년간 거주하며 아이들 학교에서 발런티어하거나 지역사회 내의 손길이 필요한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참 보람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2015년에 뉴저지에서 이미 싱크로 코칭을 하고 있었던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고, 아이들도 장성했을 때라 그 후배의 초청으로 몇번 코치 강습을 도운 적이 있었습니다. 이 일을 시작으로 현재는 Ridgewood YWCA 에서 8~18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싱크로팀의 헤드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


싱크로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나 부모님께서 궁금해 하실 질문인데요,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어느 정도의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활동이나 진로를 기대할 수 있는지요? 현재 저희팀은 8살 이상을 대상으로 합니다. 수영은 기본적으로 레벨4가 되는, 즉 영법 3가지는 할 수 있는 아이들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수영을 대단히 뛰어나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수영기술이 탄탄해야 깊은 수심에서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운동처럼 대회도 활발히 개최되고 있습니다. 뉴저지 대회인 NJ Association에서 통과가 되면, Regional East Zone 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여기서 자격이 주어지면 주니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됩니다. 저와 함께 하고 있는 28명의 선수 중 짧게는1년 내외로 연습하고 총 25명이 시합에 참가하였습니다. 다른 액티비티와 마찬가지로 싱크로 역시 대학 입시에 한줄 도움이 되기 위해 시작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열정과 즐거움을 가지고 하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잠재된 장점과 특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실례로 저희팀의 한 고등학생은 싱크로 자체의 실력이 우수하지는 않습니다만 싱크로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메이크업과 의상 디자인에 뛰어난 실력과 흥미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더욱 싱크로에 열심을 내어 매진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코치님 자녀분들도 관련 스포츠에 몸담고 계신가요?
대학생이 된 아들은 테니스를 했고, 고등학생인 딸은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코치인 동시에 엄마로서도 학부모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이들이 운동을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인 아이들 중 수영을 잘하는 학생들도 보통 13세까지는 아주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열심히 하다가 15세쯤에 대부분 고비가 오게 되는데, 이때 오랜기간의 수고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한가지 일을 가지고 한 삶을 이어 온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거라 짐작되는데요, 수년간 국가대표선수로, 또 이후로 후진들을 양성하고 계신 코치로서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도 덧붙여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메달이나 화려한 경력만을 바라보고 운동을 하는 것은 순서가 잘 못 된것이고, 오래할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절 아무것도 없던 싱크로의 불모지에서 저희가 1세대로서 성과를 내고 지금까지도 제가 싱크로와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것은 목표를 좇는 것보다는 과정을 즐기고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덕분이었다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다시 코치 생활을 시작한 YWCA에서도 처음 제반 여건은 상당히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흔쾌히 헤드코치로 영입해준 YWCA측과 이미 활동하고 있었던 코치들과도 마치 싱크로에서 호흡을 맞추듯이 서로 밀고 끌어주며 지금까지 상당한 발전을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그 결과, 매년 ‘Synchro Stars Show’라는 이벤트를 개최해서 일반인들에게 싱크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8월에는 Summer Camp도 개최합니다. 싱크로가 우리 한인 아이들에게도 더 잘 알려지고 즐겁게 배우는 아이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에게 싱크로는 어떤 의미일까요?
싱크로는 바로 내 인생이다. 싱크로로 단련된 제가 아니었다면 이 낯선 미국땅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싱크로 입수 전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덱 워크(Deck work)를 연기하고 나면 두려울 것이 없어집니다. 제가 지금의 제자들에게 늘 하는 말이에요. 이 떨리는 덱 워크 다음엔 저 수영장이 다 네것이야. 지금 이 순간 네가 최고야. 그냥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되는거야.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제 삶을 살아왔고, 그래서 싱크로를 감히 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