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 머금은 돼지고기, 장아찌, 병풍쌈으로 차린 한 상

글: 황은미 변호사

송홧가루가 여기저기 가득한 5월 즈음은 소나무 새순이 올라오고 나물들이 억세지는 시기다. 순한 봄나물들로 풍성했던 밥상이 궁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억센 나물들은 삶아내어 손으로 조물조물 부드럽게 만들어 어찌어찌 먹을 수는 있지만 그 맛이 그전 같을 리는 없다. 자연이 허락한 나물의 “맛있는 시간”이 봄과 함께 지나간 것이다. 5월 밥상 차리기가 쉽지 않을 때면 바다에서 생선을 구한다. 생선이 잡히면 다행이지만 바닷바람이 거센 날이면 이마저도 어렵다. 이런 날엔, 좋은 돼지고기를 사 온다. 소나무 다듬을 때 잘라낸 소나무 새순을 잘 모아 돼지고기 삶을 때 쓴다. 송홧가루가 있는 채로 써도 좋다. 솔향이 밴 고기에, 장아찌로 만들어 놓은 참응게, 참가죽, 명이나물과 함께 차려 낸다. 잎이 커서 쌈 싸기도 좋고 맛도 좋은 병풍초(병풍취 혹은 병풍쌈)를 곁들여 낸다. 순한 향과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은 병풍초는 산골 할매들이 최고로 꼽는 나물이다. 할매들 말씀이, 저승사자가 망자를 저승으로 데리고 갈지, 이승에 남겨둘지 고민될 때 “니 병풍초 먹어 봤나?” 라고 묻는단다. 먹어보지 못한 망자는 이승에 돌려보내 꼭 먹고 오라고 한단다. 저승사자도 살려줄 정도로 귀한 맛이라는 말이다. 풍성한 봄나물이 없어 궁하다고 했는데, 자연은 “지금만 허락하는” 송홧가루 머금은 돼지고기와 병풍 쌈으로 한 상을 맛있게 차려내 주니 감사하지 아니한가.  

 

솔향 머금은 돼지고기 

목살이나 삼겹살로 두툼하게 준비한다. 송홧가루 가득한 소나무 새순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두툼한 돼지고기를 올리고 굵은 소금을 휘리릭 뿌린다. 그 위에 다시 한번 소나무 새순으로 덮어 삶는 동안 소나무 향이 깊이 배도록 한다. 한소끔 쪄내고 나면 푸릇푸릇하던 솔잎이 노랗게 익는다. 그때 푸른 솔잎으로 고기를 덮어 한 번 더 쪄내면 솔향이 더욱 깊이 밴다.  

솔가지 도장이 찍힌 돼지고기가 기름기는 빠지고 솔향을 가득 머금었다. 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낸다. 봄나물로 담아둔 장아찌와 동치미를 곁들여 낸다. 

 

저승사자도 인정한 최고의 나물 병풍초

깊은 산속 습지에서 나는 일엽초인 병풍초(병풍취, 병풍나물, 혹은 병풍 쌈)는 뿌리 하나에 잎 한 장이 난다. 잎이 두 손보다 큰데도 두께는 얇아 쌈을 싸서 먹기에 좋다. 부드러운 향에 약간 쓴맛이 돌며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아 깨끗이 씻어 생으로 먹는다. 살짝 데쳐 먹어도 또 다른 식감을 내니 다른 양념 없이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 쌈으로 먹으면 된다. 줄기는 따로 모아 된장에 찍어 먹는다. 깊은 산골에서 5월쯤에만 구할 수 있는 병풍초는 할매들이 곰취(나물)를 캐고 다니다가 병풍초를 발견하면 캐던 곰취를 모두 버리고 병풍초만 가져온다고 할 정도로 맛나고 귀한 나물이다. 저승사자가 병풍초를 못 먹어본 망자는 이승에서 병풍초 맛을 보기 전까지는 저승으로 안 데리고 간다는 할매들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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