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예술로 풀어내다
‘소통’을 중시하는 DJ 조각가, 남헌우
따듯한 말과 음악으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라디오 DJ,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각가 사이에 공통점을 찾는다면?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두 사람은 모두 조각가 남헌우의 모습이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때로는 생각의 일탈을 이끄는 자유로운 영혼의 젊은 예술가를 만나보았다.
취재 이영란_맘앤아이 에디터

*Mom&I 많은 미술 분야 가운데 조각이라는 분야를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어린 시절 강원도 춘천에서 살았습니다. 어렸을 때 꿈은 만화가였죠. 초등학교 시절에 몇 권의 만화책을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그 꿈을 키워 갔습니다. 중학생 때 한 만화가를 찾아가 저의 만화를 보여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만화가께서 “너의 만화에는 입체는 존재하지 않고 평면만 존재하는 것 같아. 앞으로 더 잘 그리고 싶다면 만화를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익혀 봐.” 하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 뒤로 무작정 입체에 대해 배우겠다는 생각에 조각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체를 배우면 배울수록 조각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 손을 통해 만들어지는 형태가 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진로가 바뀌게 되었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Mom&I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 신화, 눈(eye) 등 독특한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요, 작품 세계에 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제 작품의 공통된 주제는 ‘상상’, 또는 ‘상상력’입니다. 모든 작가들이 ‘상상‘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겠지만 저에게 ‘상상력’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고정관념’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예술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좋지 않았으니까요. 우리가 하는 상상도 어쩌면 고정관념에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 첫 번째 시작으로 ‘인공 신화(Artificial Myth)‘ 시리즈를 했고, 주로 전설의 동물들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드래곤이나 피닉스 같은 신화적 동물의 이름을 그대로 쓰지만 그 형태를 변형시켜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디 아이(The Eye)‘ 시리즈를 진행 중인데, 처음에 했던 인공 신화 시리즈의 심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작품에서 저의 상상력을 완성된 형태로 보여 주었다면, 눈(Eye) 시리즈는 눈의 형태만 보여주어 눈 이외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시리즈는 저만의 상상력에 그치지 않고 관객과 함께 소통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형식의 작업입니다. 관객들이 저마다 다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어 굉장히 열려 있는 작품입니다.

*Mom&I 레고를 활용한 작품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활용하시는 소재나 제작 방법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계속해서 눈 작품을 만들어 내면서, 눈 속에 저의 느낌과 경험들을 담아 보았습니다. 레고는 어릴 적 제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중 하나인데, 그때의 그 순수했던 마음을 나타내는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팝 아트적인 요소도 들어 있는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게다가 레고 블록은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어 작품에 생기를 줍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소재들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피규어나 보석, 크레용, 카메라 렌즈 등 다양한 소재를 적절히 배치하여 관객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눈을 제작할 때에는 레진을 주로 사용합니다.
*Mom&I 뉴욕에 한인 아티스트 분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한 활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뉴욕에 정말 많은 한인 아티스트 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협업은 2016년, 워싱턴의 ‘소리차‘ 공연장에서 저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가야금 연주자 서라미씨와 한국과 뉴욕에서 활동 중인 동양화 작가 안은경씨가 함께 한 ‘Art Show X Music’ 공연이었습니다. 저는 이 공연에서 무대에 작품을 설치하고, 연주 중간에 작품에 대해서 설명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 맨해튼 루빈 뮤지엄에서 멤버 그대로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하였는데, 저는 한국 전통 장구에 눈을 붙여 새로운 작품으로 재 탄생시켜 선보였습니다. 작품 제목은 ‘장구 아이(Jang-gu Eye)’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연주도 가능해서 가끔 그 장구로 공연도 합니다



*Mom&I 방송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을 듯한데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입니까?
저희 코너 중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그 동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분들을 대신해 저희가 직접 선물도 드리고 사연 신청자의 마음도 전해 드렸지요. 그 코너에 한 남편 분이 신청을 하셨는데 자신의 몸이 아파서 힘든 아내 분을 돕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또 자신을 돌봐 주는 게 고맙다는 사연을 주셨어요. 그분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서로를 참 배려하고 아끼시더군요. ‘아, 아직 세상은 정말 이렇게 따뜻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꼈습니다.
*Mom&I 앞으로 아티스트로서 꿈과 계획을 들려주세요
제 꿈은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변화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전시는 제가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하려고 합니다. 그 장소가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른 나라이든, 제가 전시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전시를 통해 항상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럴 때마다 부족한 것들을 보완해 새로운 작업과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서고 싶습니다. 아티스트로서 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새로운 시리즈의 작업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기존의 작업들도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이지만 아티스트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의 모토가 ‘무조건 부딪혀 보자’입니다. 이번에도 다시 한번 부딪혀 보려고 합니다. 언제 새 작업을 시작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더 해서 여러분들에게 선보일 날을 기다려 봅니다.



남헌우 HuNoo
서울 시립대 환경 조각학과를 졸업한 후, 롱아일랜드 대학에서 M.F.A(Masters of Fine Art)를 전공했다. 세계 예술의 중심인 뉴욕에서 창작활동을 하며 최근 [Eye To Eye]라는 전시회를 비롯, 지금까지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조각가로서 활동뿐만 아니라 뉴욕 한인 라디오 방송사에서 DJ로도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