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인해 가족 모두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정폭력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의 마지막 주말에만 가정폭력 상담소에 걸려온 전화량이 65% 증가했다. 또 유엔은 가난한 나라나 작은 집에 사는 여성일수록 가정폭력을 신고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폭력에서 얼마나 안전할 수 있을까? 여기 24/7 뉴욕의 아시안 여성을 보호해 주는 단체 ‘우먼카인드’가 있다. 우먼카인드의 CEO, 야스민 함자(Yasmeen Hamza)를 만나 보았다.

취재 및 글 김연진 / 자유기고가

야스민 함자(Yasmeen Hamza) CEO

2003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에서 아동 개발학 학사를, 2005년 뉴욕대학교에서 사회 복지학 석사를 수료했다. 2006년~2012년 아랍아메리칸 패밀리 서포트센터에서 프로그램 매니저와 가정폭력 지원 서비스 디렉터, 2012년~2017년 뉴욕아시안 우먼스센터에서 고객 서비스 보조 디렉터와 디렉터, 2017년부터 우먼카인드의 커뮤니티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다 현재는 CEO로 재직 중이다.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2020년 10월 뉴욕 시 여성 행진(Women’s March)에서 딸과 함께. 오른쪽이 우먼카인드의 CEO 야스민 함자 씨.

우먼카인드에는 어떤 사람들이 도움을 구하려 찾아오는가?

문의자들은 대개 가정 폭력의 희생자들이다. 우먼카인드는 연 평균 924건(62.14%)의 가정 폭력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또 인신 매매 추정이 294건(19.77%), 어린이 가정 폭력이 101건(6.79%) 인신 매매가 69건(4.64%), 성 폭력이 63건(4.24%)으로 뒤를 잇고 있다.

우먼카인드는 아시안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지원 중이지만 센터는 센터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우먼카인드에 가장 많은 문의 전화를 주는 인종 역시 아시안으로 연 평균 1,077건(72.43%)에 달한다. 또 흑인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112건(7.53%), 히스패닉 및 라티노가 104건(6.99%), 백인이 62건(4.17%), 혼혈이 46건(3.09), 비 히스패닉 및 라티노가 21건(1.41%), 하와이언 원주민 또는 태평양 섬 주민이 4건(0.27%)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인 이민자들의 문의 전화도 접수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한인들이 센터에 문의 전화를 주는 비율도 높은 편이다. 가장 많은 문의를 주는 인종은 중국인인데 연 평균 603건(40.55%)에 달한다. 이는 센터가 뉴욕에 위치하며, 뉴욕엔 아시안 인종 중 중국계가 가장 많이 거주하기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어 비아시안이 331건(22.26%), 일본인이 137건(9.21%), 한국인이 101건(6.79%), 방글라데시인이 77건(5.18%), 필리핀인이 58건(3.90%), 인도인이 47건(3.16%)로 뒤를 잇고 있다.

인상 깊은 한인 피해자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

센터로 문의를 주는 한인 중 다수가 인신매매로 고통받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많은 한인 피해자들이 입국 전부터 인신매매단에게 근거 없는 많은 빚을 지고 있었으며 실제 혐의가 ‘매춘’이 아닌 ‘무허가 마사지’였다는 점이다. 이들 피해자는 인신매매와 더불어 노동력 착취로 인한 이중 고통을 겪어야 했다. 피해자들은 센터의 도움으로 재활과 회복에 성공했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로 종종 호소한다.

주로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이 문의하는가?

전 연령층에서 문의 전화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문의자들은 18세에서 50세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연 평균 문의 건수는 1005건(67.59%)으로 큰 비율을 차지한다. 고령층의 문의율도 224건(15.06%)으로 높은 편이다. 미성년자의 문의율도 94건(6.32%)로 만만치 않게 높다.

우먼카인드에서는 여성들의 문의 전화만 받는가?

아니다. 우먼카인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다. 하지만 센터의 문의 전화는 아주 높은 확률로 여성에게 걸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은 연 평균 1,351건(90.85%)의 문의 전화를 준다. 남성의 경우 129건(8.68%)의 문의 전화를 주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해가 거듭될 수록 성 소수자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평균 3건(0.20%)의 문의를 주고 있다.

우먼카인드의 대표적 프로그램은 어떠한 것이 있나?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피난(Refuge), 회복(Recovery)과 갱생(Renewal)이다. ‘피난’ 프로그램은 24시간 다국어 핫라인, 커뮤니티 오피스, 긴급 주거 지원, ‘회복’ 프로그램은 상담, 중요 자원 중재, 가정법 및 이민법 법률 서비스, 경제력 강화, 웰니스 그룹, 그림 그리기 및 진실 멘토링 프로그램, 아시안 유스 프로그램, ‘갱생’ 프로그램은 동료 교육자 프로그램, 커뮤니티 교육 및 아웃리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센터의 가장 대표적인 다섯가지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24시간 다국어 핫라인: 센터에 전화를 하는 것으로 모든 지원이 시작된다. 센터의 고도로 훈련된 스탭들은 가정폭력, 인신매매, 성폭력, 노인학대, 아동학대에 대한 일반적인 질문에 답한다. 또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나누며 이들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다. 센터엔 거의 모든 종류의 아시안 언어 지원이 준비됐으며, 모든 상담은 무료이고 익명이 유지된다.

긴급 주거 지원 : 우먼카인드의 비상 주거지는 ‘피난처’ 그 이상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확한 주소는 밝힐 수 없지만 뉴욕 내 로즈하우스와 피스하우스 2곳의 긴급 피난처를 운영 중이다. 이 두 곳은 뉴욕 주정부에서 유일하게 인가받은 피난처다. 여기엔 모든 폭력의 피해자가 아이들과 함께 입주할 수 있다. 피난처는 총 40개의 침대를 갖추고 있으며, 공용 및 개인 공간이 준비돼 있다.

스탭들은 피해자에게 종교적, 문화적, 신체적 지원을 제공한다. 여기서 피 해자들은 최대 90일 동안 머물 수 있다. 피난처를 떠난 후에도 피해자들 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지원한다.

우먼카인드의 피난처는 피해자들에게 단순히 숙소만 지원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대책을 세워 나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불의에 맞서 함께 목소리 낼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은 큰 축복이다. NYC 데님데이 행진에서 우먼카인드 스탭 및 지지 자들과 함께.

 

가정법 및 이민법 법률 서비스 : 2011년부터 시작된 법률 서비스는 학대 자와 인신매매범의 권력과 통제를 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민과 관련해 센터는 VAWA(Violence Against Women Act, 여성 폭력 방지법: 영주 권 신청이 가해 도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경우에 한해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 가족 구성원의 도움 없이 본인이 직접 영주권 신청을 하는 것, 이민국은 피해자의 영주권 신청 사실을 가해자에 게 알릴 수 없음) 직접 청원, 구타 배우자 포기, 신분 조정, U 비자, T 비자 외 가족 기반 신청 등을 돕는다. 또 가정법과 관련해 센터는 보호 명령, 양 육권, 방문, 분쟁 없는 이혼 등을 돕는다.

경제력 강화 프로그램 : 경제 교육 및 노동력 개발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자립 가능한 도구와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피해자들 대부 분은 저소득층인데 센터를 통해 삶을 새롭게 만들고 경제적 안정성을 갖 출 수 있다. 센터는 워크샵을 통해 은행, 저축, 크레딧, 세금, 목표 세우기, 구직 준비, 이력서, 인터뷰, 노동권 등을 교육한다. 이외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ESL/GED 수업, 컴퓨터 수업, 특수 기술 훈련 등을 학습할 수 있다.

아시안 유스 프로그램 멘토링 프로그램으로서 폭력에 영향 받은 2~6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컬럼비아대의 커뮤니티 임팩 트 프로그램과 파트너십을 맺고 운영되며, 센터는 피해 아동과 대학생을 짝지어 사회적, 정서적, 학업적 지원을 제공한다. 1998년부터 센터는 멘 티들에게 새로운 동네와 사람들,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경험을 통한 뉴 욕 시 재발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먼카인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2020년과 2021년은 팬데믹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두배로 고통받는 해였 던 것 같다. 센터의 지원으로 피해자들이 모든 폭력을 극복하고 재활에 성 공해 직장을 찾았어도 이내 실직해 모든 노력이 무너지는 사례가 수차례 발 생했다. 특히 아시안계 폭력 피해자들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재취업이 쉽 지 않은 상황이다. 센터는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구제를 제공하기 위해 최 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폭력 피해자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나?

크게 세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피해자를 지지하거나, 자원 봉사를 하거나, 기부를 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피해자 지지’와 관련해 주저하는 피해자에 게 도움을 적극 권장하고, 피해자를 질책하지 않고, 신체적 위협이 있을 경 우 911에 신고하고, 학대자를 피해 피해자와 소통하고, 피해자를 대신해 센 터에 연락할 수 있다. ‘기부’에 뜻이 있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 로 기부하거나 오프라인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

우먼카인드의 CEO로서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과 같이 사회 정의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폭력 의 피해자들을 돕고, 자원이 부족한 아시안 커뮤니티에 지원을 증대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보다 큰 범위로 확장하고, 나아가 세상의 폭력을 근절시 킬 수 있도록 나아가겠다.

맘앤아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뉴욕의 한인, 특히 이들이 이민자나 유학생인 경우 미국의 문화나 법에 익 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더해지기도 한다. 어떠한 종류의 폭력을 당하고 있든 망설이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 우먼카인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길 바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늘 함께하겠다

 

24/6 다국어 핫라인 번호 / 1-888-888-7702

32 Broadway, 10th Floor, New York, NY 10004

(323)732-0054 info@iamWK.org

www.iamwomankind.org

Womankind

1982년 뉴욕 아시안 우먼스 센터(New York Asian Women’s Center)로 부터 시 작된 우먼카인드는 ‘젠더 폭력(Gender-based Violence, 특정 성에 대한 증오를 담고 저지르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의 희생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것을 돕고 있다. 특히 우먼카인드는 가정폭력, 인신매매, 성폭력 관련 모든 연령대의 피해자들에게 중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이들이 역경을 극복하며 사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