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에서 영감받은 디자인, 리제(Lysée)의 창의적인 페이스트리
인터뷰/글_김해용
미식의 세계는 다양한 색과 향이 공존합니다. 특히 요리와 제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셰프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죠. 오늘 소개할 이은지 셰프가 바로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한국에서 프랑스를 거쳐 뉴욕까지 자신만의 빛깔을 담아내는, 놀라운 예술적 미각 여정을 거쳤습니다. 프랑스에서 배운 제과 기술로 미국적 재료와 한국의 전통적 재료를 결합하여 독창적인 페이스트리를 창조해 내는 이은지 셰프의 손길에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그녀가 뉴욕에 오픈한 ‘리제(Lysée)’는 한국의 기와에서 영감을 받은 로고와 함께, 그녀의 정체성을 담은 디저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리제’ 케이크를 비롯한 시그니처 디저트들은 한국산 현미 쌀과 뉴욕에서 사랑받는 재료들을 절묘하게 조합해냈으며, 또한 이은지 셰프님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유명 대회에서 비유럽인 최초로 결승에 오른 것을 포함, 여러 부문에서 수상한 그녀의 달콤한 여정으로, 요리를 통해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풍부한 경험과 열정적인 창의력으로 젊은 셰프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는 이은지 셰프님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프랑스를 거쳐 뉴욕으로 이어진 셰프님의 꿈을 향한 여정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19살에 파티셰(Pâtissier, Pastry Chef)에 대한 꿈을 이루고자 혼자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INBP라는 학교에서 제빵 과정 수료 후 국가 자격증을 따고 베이커리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파리 에꼴 페란디(Ecole Ferrandi)에서 제과 과정 수료와 국가 자격증 취득 후 레스토랑, 호텔, 페이스트리 숍 등 다양한 곳에서 11년간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뉴욕 정식당으로부터 수석 파티셰(Executive Pastry Chef) 자리를 제안받고 뉴욕에 오게 되었습니다. 정식당에서 5년간 디저트를 총괄하다가, 2022년 플랫아이언(Flatiron District) 지구에 케이크 숍 리제(Lysée)를 오픈하였습니다.
리제(Lysée)의 로고는 한국 전통 기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적 요소가 셰프님의 페이스트리 디자인과 맛에도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해외에 나와 있던 시간이 긴 터라, 한국에 대한 애정과 각별함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문화와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프랑스에 있을 때도 한국을 많이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문화적 요소가 다양하게 있어서 한국에 갈 때마다 국립 박물관이나 고궁을 방문하며 영감도 얻고 기록도 하면서 디저트 이미지를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고, 또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더 많이 가고, 영감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시그니처 디저트가 호평을 받았습니다. 탄생 배경과 셰프님에게 특별한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만든 디저트들은 다 제게는 소중한 Baby와 같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애정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리제의 시그니처 케이크인 ‘리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한국산 현미 쌀을 이용한 무스에,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견과류인 피칸, 그리고 캐러멜과 쿠키 도우 등이 들어 있습니다. 테크닉은 프렌치 기법을 사용했지만, 재료는 한국 재료도 쓰고 미국적인 재료도 썼는데요. 리제는 코리안 프렌치 뉴요커(Korean French New Yorker)인 저의 정체성이 가장 많이 담긴 디저트 같아 특별해요. 피칸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피칸이 아닌, 농장과 직접 직거래를 하면서 최상의 재료를 쓰려고 합니다. 디자인은 기와의 수막새에서 모티프를 딴 저희 리제 로고 문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와 디저트는 제가 예전에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만든 적이 있고, 그 디저트에서 더 모던하게 디자인적으로 풀어낸 게 저희 로고예요. 케이크 숍이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 케이크 슬라이스처럼 하나를 뺐고요.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 때 어떻게 접근하시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시각적인 걸 그려본 후 시작할 때도 있고, 제철 식재료에 따라 재료로 먼저 시작하기도 합니다. 시각적인 요소로 시작하면 시각 요소가 미각적 요소로도 연결될 수 있도록 고민하며, 제철 식재료로 시작하면 여기에 어울리는 게 무얼까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테스트를 합니다. 나무뿌리-기둥에서 시작하여 여러 가지로 뻗어나간다고 표현하면 이해가 더 쉬우실 거예요.
프랑스 대회 ‘Qui sera le prochain grand pâtissier’에서 놀랍게도 비유럽 최초의 결선 진출자로 뽑히셨어요. 그때의 경험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비유럽 및 동양인 최초로 파이널 리스트에 올랐는데요. 한 달 반 정도의 컴페티션 기간은 제게 너무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그 프로그램의 빅 팬(Big Fan)이었고, 뉴욕에 셰프로 와서 생활할 때 생각보다 힘들기도 했었는데요. 그때 항상 그 프로를 여러 번 봤어요. 그 프로는 제게 항상 동기 부여 및 열정을 선물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시즌 4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테스트를 거쳐 최종 Top 9에 들었을 때는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실컷 보여주고 오자’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때 당시에 내가 과연 셰프로서, 파티셰로서,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얻고 싶기도 했고요. 최초의 동양인 참가자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어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죠. ‘어찌 됐든 꼭 이겨야 한다’는 이런 마음보다, ‘나를 마음껏 보여주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Pastry Chef로써 맞는 길을 잘 가고 있는 건지를 보자’라는 마음이었고,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통해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이은지’라는 무척 강렬한 이미지를 얻었어요. 파이널 때에도 옥수수 된장 등을 썼는데(프랑스에서는 옥수수를 디저트는 물론, 세이보리에도 일반적으로 많이 쓰지 않아요), 심사위원들이 보면서 ‘확실하냐고? 괜찮은 거냐고?’ 걱정과 우려를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테니, 일단 먹어보고 판단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달라’고 했죠. 50명이 넘은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심사위원으로 오셨고, 맛 부분에서는 제가 많은 득표수 차이로 이겼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다른 부족한 부분 때문에 준결승에 머물렀지만, 제게 그 여정은 너무나 의미가 있고, 또한 ‘스스로 나 잘하고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여정에 큰 도움과 응원, 그리고 힘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La Liste의 2023년 올해의 페이스트리 재능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은 물론, 수상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러한 수상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La Liste의 Pastry Talent of The Year 2023상과 Food & Wine Best New Chef America 상을 받았습니다. 2022년 6월에 오픈하고 열심히 달려오는 과정에서 받은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알아주신 부분이 너무나 큰 영광이고, 또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이런 수상이 저희의 수고를 인정하고 알아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기쁨의 순간을 함께 고생한 저희 팀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또 앞으로의 길을 열심히 가야겠죠.
리제(Lysée)의 미래, 특별히 기대해도 좋은 앞으로의 프로젝트나 협업이 있나요?
다양한 프로젝트가 앞으로 많습니다. 지난해에도 여러 셰프들과 콜라보레이션이 있었는데요(너무 잘하는 바텐더와 함께 칵테일과 디저트 페어링 콜라보도 있었고요). 올해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도 많고, 외부 행사도 많습니다. 하지만 올해 리제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브런치 런칭이 될 것 같습니다. 리제에서는 5월경부터 주말 Only 브런치를 기획하고 있어서, 다양한 테스트와 관련 미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희 리제만의 브런치 메뉴,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요리사, 특히 요리에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더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이 직업을 꿈꿀 때만 해도 이 직업이 많지도 않았고, 일반적이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셰프들이 있고, 또 좋은 롤모델들과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예시들이 많은 것 같아요. 또 학교가 되었든, 현장(Stage)이 되었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길도 많고요. 그러나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쉽고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부분도 있고, 정신력도 강해야 하고요. 그래서 다양하게 많은 경험을 하는 것도 물론 너무나 중요하지만, 또 이 길을 계속 가려면 그만큼 절실해야 하고, 또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