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박 변호사  

지난여름, 한국에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이 불었다. 시청의 시차가 없어진 요즘, 이곳에서도 천재 자폐 변호사를 다룬 이 드라마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자폐인에 대한 사화적 관심을 높였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미화해 실제 자폐인과 가족들의 고된 삶을 단순화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폐(autism)가 있는 딸을 키우고 있는 줄리아 박 변호사는 지난 2016년 한인 부모님들과 함께 장애인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 New Beginning for Special Needs(NBSN)를 설립했다. 그리고 2021년 8월, ‘뉴 데이 프로그램’을 오픈했다. 성인 발달 장애인들에게 평생 교육 기관이 되어줄 ‘뉴 데이 프로그램’과 줄리아 박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글: 김지원 에디터 

Q.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셨나요?

아니요. 나중에 한번 봐야지 했는데 보지 않았어요. 한국에 계시는 친정아버지도 전화하셔서 이런 드라마가 있는데 봤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안 봤다고 하니까 ‘그래 보지 마라’고 하셨어요. 이전에도 대중문화에서 자폐를 다룬 작품들이 있었죠. 대표적으로 헐리웃 영화 “레인맨”이라든지, 한국 영화 “말아톤”도 있고요.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자폐를 앓는 이들의 천재적인 부분이나 특출난 부분을 보여주며 미화하는 측면이 있어요. 자폐아를 키우는 가족 입장에서는 그 부분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그게 또 대중문화의 성격이긴 하지요. 

 

Q. 맘앤아이와는 오랜 인연이 있으시죠? 

네, 벌써 12년 전이네요. 2010년 9월호에 저와 저희 아이들 셋이 함께 맘앤아이 표지에 나왔었어요. 남편은 급한 회사 일 때문에 못 오고 혼자 아이들 셋을 데리고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24살이 된 첫째 아들은 NYU 경제학과를 졸업해 이제 직장인이 되었고, 12월에 23살이 되는 둘째 딸은 저희 ‘뉴 데이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어요. 12년 전 아기였던 막내 아들은 11월에 16살이 돼요.

Q. 변호사 일을 하기 전, 한국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VIP의 통역을 맡을 정도로 유명한 통역가이셨다고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요. 유치원 무렵 일리노이로 유학을 오신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오게 됐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외대 통역 대학원을 나와서 동시 통역사로 6년 정도 일했는데, 그때가 90년대 말 IMF 시기였어요. 그렇다 보니 경제 금융쪽 통역 일을 많이 하고 외국 변호사들을 자주 만나게 됐어요. 당시 저는 큰애와 둘째를 낳고 일하고 있었는데, 미국 로스쿨에 진학 후, 뉴욕에서 3년 정도 일하다 큰 애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죠.

 

Q. 계획대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시고 미국에 계속 남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보스턴 컬리지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저지로 이사를 왔는데, 그즈음에 둘째 딸이 만 5세 나이에 자폐 판정을 받았어요. 둘째가 말이나 발달이 조금 느리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자폐로 인지를 못 하다가 조금 늦게 알게 됐죠.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애매해졌어요. 한국도 요즘 교육적인 부분은 많이 좋아졌지만, 학교 졸업 후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 긴데, 자폐가 있는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기에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한국에 가서 이곳저곳을 다녀보기도 했는데 결국 미국에 남기로 했습니다. 

 

Q. 뉴욕 뉴저지에서 거의 유일한 한인 특수 교육 변호사로도 활동하셨는데요. 

사실, 미국을 통틀어 특수 교육 전문 변호사가 서부에 1명, 동부에 저, 이렇게 두 명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미국에 눌러앉기로 결정한 무렵, 변호사 사무실을 오픈했는데요.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 개인 사무실을 열고 이민 관련 및 특수 교육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특수 교육 관련 변호사 업무는 2년을 하다 접었습니다. 발달 장애를 둔 부모님, 즉, 클라이언트가 받는 스트레스에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 힘들기도 했고요. 특수 교육 변호사는 결국 학교와 싸워야 하는데 한인 부모님의 경우 변호사를 대동해 학교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을 좀 꺼리는 문화가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두면서도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관련된 일을 또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Q. 그리고 나서 2016년 자폐 및 발달 장애 자녀를 둔 한인 부모님들의 비영리 단체 모임인 NBSN을 설립하고 2021년 8월 ‘뉴 데이 프로그램’을 오픈하셨군요.

New Beginning for Special Needs 즉, NBSN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과 서비스, 프로그램, 공간을 제공하고자 뉴저지 버겐 카운티에 사는 부모들에 의해서 2016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저희 ‘뉴비기닝’은 장애아를 키우시는 한인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진행해 왔는데요. 2021년 8월부터는 놀우드에 ‘New Day Program’이라는 데이 프로그램을 오픈하게 됐습니다. 

Q. ‘뉴 데이 프로그램’은 어떤 곳인가요? 

자폐와 같은 발달 혹은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타운에서 만 21세까지 특수 교육을 제공받고, 이후 뉴저지 DDD를 통해서 학교처럼, 낮 시간 동안 프로그램에 다닐 수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Day Habilitation Program”이라고 부르고 줄여서 ‘데이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21세 이상부터 정부에서 보조를 받아 다닐 수 있는 일종의 평생 학교와 같은 곳이죠.

 

Q. ‘NBSN과 뉴 데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저와 다른 두 가정이 모여 한인 자폐아를 둔 부모들 모임을 하게 됐어요. 우리 아이가 10살 무렵이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단체였어요. 일반적으로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은 재정 설계를 할 때,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는 서른 살 정도까지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그런데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달라요. 내가 죽고 난 후 30년~50년을 혼자 살아가야 할 아이를 생각해야 하는 거죠. 내가 죽고 나서도 우리 아이는 계속 살아야 하니까 길게 봐야 하는 거에요. 이런 고민을 가진 부모들의 모임을 만들어보자 해서 설립하게 된 것이 NBSN이었어요. 처음에는 ‘그룹홈’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그룹홈’이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네 명까지 모여 살 수 있는 공동 거주 시설이예요. 보호자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곳인 거죠. 그런데 막상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가 다가오니 ‘그룹홈’보다 급한 게 데이 프로그램이었어요. 일반 학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졸업하는 시스템이지만, 데이 프로그램은 21세 이상 성인을 위한 곳이라 한번 들어가면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공석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좋은 곳일수록 더 했어요. 그래서 데이 프로그램을 먼저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이제 1년 정도 되었는데 어떤가요? 

지금 하는 일이 참 좋아요. 제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참가자들의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 1년, 갓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 갈 길이 먼데요.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앞으로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예요. 저희도 현재는 열 명 정도를 겨우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고요. 비영리 기관이라 예산도 빠듯한데요. 지난 9월에는 엘렌 박 뉴저지 주 연방 하원 의원의 주선으로 21 희망 재단과 BBQ 치킨 미주 법인에서 6천 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해 주셨어요. ‘뉴 데이 프로그램’이 아직 교통수단이 없어요. 현재는 각 선생님의 개인 차에 삼삼오오 학생들을 태우고 이동하는데요. 이번에 받은 6천 달러 후원금을 시작으로 차량 구입을 위한 펀드를 만들기로 했어요.

 

Q. 관심 있는 분들의 후원이 잇따르면 좋겠습니다. ‘뉴 데이 프로그램’의 디렉터뿐 아니라 본업인 변호사로도 바쁘게 활동하고 계시죠? 

네. 현재는 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인 Law Offices of Julia Park LLC에서 리저널 센터 프로그램을 통한 투자 이민 업무를 전문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 기간 영어 교육 유튜브(박변 English)도 했었는데요. 초급에서 중급으로 올라가기 위한 영어 교육 동영상은 많은 데 비해 중급에서 고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영어 교육 동영상은 거의 없어서 시작했었습니다. 최근에는 바빠서 유튜브 제작은 못 하고 있지만 필요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자폐 및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

무엇보다 ‘숨을 길게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하루하루가 쉽지 않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단거리 대회가 아니라 긴 마라톤이기 때문에 일찍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게 멀리 보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미국 제도의 특징은 정부나 타운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많이 있지만, 이 같은 정보를 한 군데에서 볼 수 있게 정리된 곳이 없어요. 그래서 많은 분이 정보에 목말라 있는데요. 버겐 카운티의 경우 CAPE 센터에서 실시하는 웨비나 시리즈의 최초 한국어 자막 편을 저희 ‘뉴비기닝’에서 준비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bergen.org/cape 에서 Archived CAPE Webinars를 클릭하면 SSI와 Medicaid의 기본 개념 웨비나를 한국어 자막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특수 교육은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제도입니다. 가능한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고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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