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관리의 또 다른 방식
글: 송동호 변호사
한평생 열심히 일한 대가로 여러 자산을 모았다면 보람된 삶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본인의 땀과 노력의 결실로 인해 사랑하는 자녀들과 친척들이 싸우고 반목하게 된다면, 정말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미리 방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유산 관리(Estate Planning)입니다. 많은 분이 유산 관리라고 하면 유언장(Will)을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유언장 못지않게 많은 분이 사용하는 유산 관리 방식이 바로 생전 신탁(Living Trust)입니다. 오늘은 생전 신탁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생전 신탁의 운영 방식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유산을 관리하고 싶은 사람이 신탁(Trust)을 설립합니다. 이 사람이 신탁의 수여자(Grantor)가 됩니다. 수여자는 자기 재산을 신탁으로 옮겨 놓고 신탁 관리자(Trustee)를 지정합니다. 신탁 관리자는 수여자가 살아 있는 동안 수여자의 이익을 위해 신탁 자산을 관리하게 합니다. 그리고 수여자가 사망한 후에는 수여자가 지정한 수혜자(Beneficiary)에게 신탁 재산들이 바로 분배될 수 있게 합니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생전 신탁의 유형입니다.
수여자는 신탁 관리자로 타인을 지정할 수 있지만, 자신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생전 신탁을 만드시는 대부분의 수여자가 자신을 신탁 관리자로 지정합니다. 이렇게 되면 수여자는 신탁을 만들기 전과 별 차이 없이 살아 있는 동안은 자기 재산을 마음껏 쓰고 누릴 수 있습니다. 부부의 경우에는 각각 생전 신탁을 설립해 각자 관리할 수도 있고, 하나의 생전 신탁을 만들어 부부가 공동 신탁 관리자로서 신탁을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생전 신탁을 많은 분이 유산 관리 방식으로 선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유언 검증(Probate)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유언 검증이란 개인이 유언장을 남기고 사망 시, 상속 재산이 법원 관리하에 상속인에게 분배되는 절차를 말합니다. 이 절차에는 유언 집행인과 유산 관리인이 임명되어야 하고, 고인의 모든 자산과 채무를 파악해서 채권자들에게 법적으로 알리고, 모든 채무를 상환하며, 고인의 소득세를 포함한 모든 세금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 등을 거치게 됩니다. 이 절차는 최소 6개월부터 최대 18개월 이상까지도 소요됩니다. 특히 뉴욕주는 최근 법원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축소됨에 따라 많은 인력이 감축되었고, 그 결과 유언 검증이 완료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실정입니다. 유언 검증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비용도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언 검증이란 법원에서 오랜 기간 진행되는 절차이기에 법원 수수료를 비롯해 변호사 비용 등의 추가 비용 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전 신탁에 옮겨진 재산들은 이렇게 복잡하고 큰 비용이 드는 유언 검증 절차 없이 상속자에게 분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주에 부동산을 소유하신 분들은 꼭 생전 신탁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전 신탁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은 채로 사망하게 되면, 부동산이 위치한 각 주의 유언 검증 절차를 전부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전 신탁의 또 다른 장점은 프라이버시의 보장입니다. 유언장은 유언 검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공공 문서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타인이 원한다면 유언장 내용을 볼 수 있고, 고인이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생전 신탁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서로서 신탁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 이상, 타인이 신탁의 내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적절한 방식의 유산 관리는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희망하시는 분께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생전 신탁을 비롯하여 본인에게 맞는 유산 관리 방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신 분들은 유산 관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에게 반드시 상담받으셔서 인생의 마지막 숙제를 효과적이고 계획적으로 해결하시기를 권유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