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신미식이란 사람

놀고, 찍고, 공유한다.

어린왕자 B612 소행성에는 바오밥(Baobab)나무가 있다. 셍텍쥐베리는 그의 책에서 이 나무를 흉칙한 음모를 품은 악당처럼 묘사했다. 사실 바오밥나무는 그럴듯한 전설을 지니고 있는데, 하늘로 팔을 뻗고 열손가락을 펼친 듯 뭔가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는 자신의 생김새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자 이를 들은 신들이 나무를 뿌리째 뽑아 거꾸로 심어놓았다는 재미난 이야기다. 어쨌거나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는 원주민들에게 좋은 친구이자 더없이 착하고 고마운 나무다. 뜨거운 태양 아래 쉴 곳이 되어주고, 생활용품, 공예품 그리고 전통악기, 더러는 땔감으로 가지들을 선뜻 내어준다.  또 오래된 나무는 가운데를 파내고 큰 공간을 만들어 곡식창고로 쓰기도 하고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잠시 가둬두는 Quiet Place 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번도 실제로 본 적 없는 바오밥나무가 우리들에게 매우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바로 사진작가 신미식씨가 그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 마다가스카르의 신비한 풍경들 때문이다. 

사진작가 신미식

놀고, 찍고, 공유하는 사람, 신미식 작가! 수많은 사람들이 허다한 수식어로 그를 묘사하고 있지만 필자는 그저 ‘맑은 사람’이라는 짧은 말로 그를 서술하고 싶다.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잡지사에서 일하다 서른이 훌쩍 넘어 만난 카메라에 27년 째 자신의 삶을 몽땅 헌납한 사람이다. 세계 120 여개국을 다니며 낯선 문화와 낯선 풍경을 찍고 처음 만나는 이들과 그들의 이방삶을 카메라에 담으며 사진으로 소통하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심미적 내면을 기록한 수십권의 책도 출판한 글말이 참 고운 작가이기도 하다. 45살이 넘어 처음 방문했던 아프리카에 마음을 빼앗긴 후, 수십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하며 그 곳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세우고 있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고, 또 서울 청파동에서 마다가스카르 카페를 운영하는 비즈니스맨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카메라 하나로 길에서 사랑을 배우고, 삶을 배우고, 인생을 발견하는, 사진작가, 그 이름 하나만 얻고싶은 진정한 사진쟁이다. 한국에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시회를 가졌던 그가 올해 뉴욕에서 첫 전시회를 갖는다는 반가운 전언을 듣고 맘앤아이는 서둘러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 글 최가비 에디터 사진 제공 신미식 작가

우선 ‘나는 사진쟁이다’(2007년 출간, 포토에세이)라는 그의 책 제목으로 질문을 연다. 무엇이 그를 사진쟁이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내 전공은 그래픽 디자인이고 처음 직장도 디자이너였고, 그렇게 13년간 디자이너로 살았다. 그런데 그 안에 갇혀 있는 나를 봤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있는 생명력 없는 내 모습이 싫어 틈틈이 여행을 떠났고 그 때마다 카메라를 챙겼다. 돌이켜보면 사진가가 되려는 마음보다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 사진을 시작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보다는 사진이 내가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사진은 내 지나온 시간들을 기록한다.그 기록의 순간들이 나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행복을 줄 때가 있고. 사진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내가 만난 세상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아마 그런 것을 느끼면서 사진에 빠진게 된 것 같다.

그는 흔히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로 자주 소개된다. 그 감수성의 원천은 어디일까?

나에게 감성은 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첫번째는 10남매가 넘는 대가족의 구성원 속에서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농사를 짓는 시골에서 자란 배경도 무시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자연과 함께 지내면서 감성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어머니의 순박한 모습이 어린 눈에도 보였던 것 같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사진은 어머니를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나킬 소금사막에서 채취한 소금덩이를 운반하는 낙타
에티오피아의 북부 도시 메켈레에서 다나킬 사막으로 가는 길

사진이란 대상의 본래 모습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빛과 함께 재구성하는 작업이라고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거울 속의 나를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이 주는 의미는 내 안의 감정을 통해서 피사체가 정해지고 그 정해진 형상들이 작가가 의도한 프레임 안에 구성되어지는 것이다. 그 프레임을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상을 바라보는 진실성이다. 그 어떤 사진도 작가의 진실이 전달 될 수 없다면 그 사진은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침: 여행과 사진에 미치다'(2007년 출간) – 더러는 그를 여행사진작가라고 하고 또 다큐작가라고도 한다. 

나는 여행사작가가 아니고, 세상을 담고 세상과 소통하는 다큐멘터리적 성향이 더 강하다. 한 나라를 10년 이상 꾸준히 작업하면서 내가 알아가는 것들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그 곳으로 데려가려 한다. 사진이 진실할 때 그들도 나와 같은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으니까. 내가 사진으로 전하고 싶은 것이 바로 당신도 그들을 만나보라는 것이다.

신미식작가의 사진을 보면 자꾸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작품 속의 무엇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에게로 눈이 열리도록 만드는걸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느낀 사람들이 나와 닮아서이지 않을까? 내가 걸었던 길, 내가 만난 사람들을 같이 만날 수 있는 것이 사진이다. 가령 사람을 만나고 사진을 담을 때 그 사람에 대해 진심으로 다가갔기에 그런 것이 보는 사람에게도 전달되는 것 아닐까? 결국 가장 좋은 사진은 작가와 독자가 같은 감정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작가인 나로서도 고마운 일이다.

‘어디에도 없는 그 곳, 노 웨어'(2008년 출간) – 세계 120 여개국을 다녔다는 작가. 흔히 오지라 불리는 낯선 곳으로의 첫 걸음은 두렵지 않았을까?

아프리카를 처음 갈 때 이상하리만치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컷다. 지금 생각하면 그 설레임이 내가 향하는 곳에 대한 오랜 기디림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많은 오지를 다녔지만 특별히 위험을 느끼진 못했다. 특별히 두려움에 대한 극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다만 그저 그 곳에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사람은 나와 다르지 않으니까요.

아프리카 사람들과 함께한 신미식 작가
마다가스카르의 도서관

‘떠나지 않으면 만남도 없다'(2005년 출간) – 수천 수만의 인연 중 지금까지 그의 기억을 붙드는 한사람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애서 만난 소녀인데, 나의 책 ‘마다가스카르 이야기’에 나오는 그 작은 소녀의 눈빛이 나를 그 곳으로 불렀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아이와 땅바닥에 앉아 몇시간을 놀았다.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한마디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는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 때 보았던 그 아이의 눈동자는 천국이었다. 그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마다가스카르에 다섯개의 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목표는 어떤 마음에서 시작되었을까?

2006년에 처음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초대 받아 갔다. 그 이후로 나는 아프리카 전문 사진가가 되었다. 운명처럼 나에게 다가온 아이들, 그 아이들의 눈빛이 계속해서 나를 아프리카로 이끌었다. 나는 늘 그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꿈이 없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는데 그것은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 때 생각난 것이 도서관이었다. 책 안에는 모든 것들이 담겨있으니까. 직접 보지 못해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직업 그리고 다른 세상들. 그 책들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꾸게하고 싶었다. 꿈이 있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고,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2013년에 첫번째 도서관을 지었고 지난해 세번째 도서관을 세웠다. 나의 꿈은 5개의 도서관을 세우는 것이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첫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 너무 반갑다.

미국 전시는 나의 오랜 꿈이었다. 1997년 처음 뉴욕에 왔을 때 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마음에서 지웠던 적이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들을 건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이번 전시는 아마 가장 한국적인 사진들로 준비를 하게될 것 같은데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다. 그간 알려져왔던 아프리카 사진이 아니라 한국의 사진을 통해 사진작가로서 평가를 받고 싶다.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사진작가에게 뉴욕이란 어떤 곳이었을까?

사실 1997년에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을때 뉴욕을 찾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느꼈던 도시의 모습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유럽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보이는 현대적인 모습들이 좋았다. 만약 뉴욕을 집중적으로 찍는다면 오래된 건물들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

신작가가 특별히 좋아한다는 부룩클린, 어떤 매력을 느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부룩클린이 내 감성과 닮았다고 느꼈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나에게 부룩클린은 1997년 그 때에 멈춰 서있다. 예술가들이 많이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아마도 내가 그들과 같은 일원이 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닐까!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마라'(2006년 출간) – 사진은 순간포착이라고 하는데 셔터를 누를만한 순간은 언제인가?

사진은 순가포착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끝없는 기다림이 중요하다. 그 기다림의 끝에 셔터를 누를 타이밍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면 좋은 사진은 얻어지지 않는다. 남이 좋은 사진은 그 사람의 감성과 맞아 떨어질 때이고 내가 좋은 사진은 그 순간의 감동이 남아있는 사진이다.

아프리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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