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고, 보기 쉬운 예술을 위하여…

쉽고 재밌는 문화 여행

글  앤드류 임 극작가, 연극연출가

‘누구나 읽기 쉬운 문화 칼럼이 됐으면 합니다.’ 맘앤아이 편집국에서 문화 관련 칼럼을 제안 받고, 편집 책임자와 어떤 방향의 글이 필요한지 논의할 때, 매우 이지적인 목소리와 말투의 담당자가 건넨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다. 

이 단 한가지의 요구사항을 듣고 잠시, 그야말로 아주 잠깐 동안 칼럼 수락을 망설였다. 필자가 쓰려는 글들은 공연예술 특히 연극에 관한 내용들인터, 누구나 읽기 쉽게 글을 쓴다는 말에 선뜻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락을 하기까지 몇분 동안 필자가 그동안 평론의 형식으로 여기저기에 기고했던 글들을 떠올려봤다. 주로 문예진흥원 웹진 ‘아르코’나 ‘뉴스로’ 문화면 등 공연예술에 관심과 식견이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삼는 지면(웹진이니 사이트라 해야 하나? 인쇄된 책자에 익숙한 세대는 꼭 이럴 때 티를 낸다.) 에 기고했던 글들이다. 대상 독자들이 구체적이다 보니 전문용어나 공연계에서 관행적으로 이해되는 표현을 부연 설명 없이 써내려 갔다. 쉽고 재미있게라는 맘앤아이의 어쩌면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요청이 녹록하게 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맘앤아이의 취지는 뚜렷했다. 문화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다루기 원했던 것이다.

몇분의 고민이 지나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한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왜 어려워야 하지?’

공연예술이나 연극에 대한 글들을 굳이 어렵게 써서 일반인들의 이해까지도 어렵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문이었다. 사실 이는 문화나 예술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는 인식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다. 문화와 예술은 정말 어렵기만 한 것인가?

예술은 훈련된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은, 일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카소의 작품을 전혀 이해 없이 본다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입체파라는 미술의 경향에 대해 이해한다면 분명 느껴지는 바가 다를 것이다. 예술 감상에 공부가 필요하다고 하면 맘앤아이의 ‘쉽고 재미있는 문화 이야기’라는 취지에서 더 멀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갑자기 피곤을 느끼실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문장을 읽고 계신다면 맘앤아이는 여러분께 감사해야 한다. 독자 하나 잃을 위기를 넘긴 셈이니까. 필자 역시 감사한다. 이제부터 연재될 칼럼에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

이제부터 진짜 말하려는 바를 꺼낼테니 읽어주시기 바란다. 

그렇다. 예술의 감상에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앤아이가 원하는 ‘쉽고 재밌는 문화 이야기’를 하려면 그 공부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면 된다. 필자가 하려는 일이다. 

뉴욕은 적어도 예술의 감상을 즐기는 분들에게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혜택 받은 곳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매일 50편이 넘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오프 브로드웨이나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의 공연들까지 합치면 260편 가량의 연극이 매일 뉴욕시에서 공연되고 있다. 연극 뿐 아니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객석은 거의 대부분 만원을 이루고 무용은 심지어 뉴욕시 곳곳에 전용 극장들까지 갖추고 공연되고 있다. 

미술은 어떤가? 매년 7백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나 MoMA(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현대 미술관) 같은 세계적인 전람회장이 있다. 뮤지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위의 두 곳에 가면 귀에 꽂고 작품해설을 들을 수 있는 리시버를 빌릴 수 있다.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일반인들도 쉽게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마도 이 두 세계적인 뮤지엄에서 맘앤아이가 하려는 일의 필요성을 먼저 느낀 듯하다.

필자는 주어진 지면을 통해 여러분이 뉴욕에서 사는 보람을 조금이라도 더 누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가능한 쉽고 재미있게 문화와 예술에 관한 얘기들을 풀어내 볼까 한다. 

우선 주로 브로드웨이의 공연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독자 여러분께서 재미있게 연극과 뮤지컬에 가까이 가시도록 안내하고 싶다. 그렇다. 안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브로드웨이에서 20년 동안 도매상을 하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어느 지인이 꼭 읽었으면 하는 뉴욕의 문화안내서를 맘앤아이에 실어보고자 한다. 

이 칼럼의 목적은 두가지다. 하나는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이라 불리는 뉴욕에서 공연예술, 특히 연극을 ‘보고 싶고, 보기 쉽게’ 안내하는 일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제부터 필자와 함께 뉴욕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 하나를 발견하시기 바란다. 문화를 누리시는 일 말이다.  

앤드류 임(Andrew Lim)

극작가, 연극연출가, 평론가, 자유기고가극단 MAT 상임연출

중앙대학교와 동대학원 연극학과뉴욕대학교 대학원 극작 및 연극연출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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