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규 목사

“우리에게 밸런타인데이는 늘 특별한 날이었다. 1948년 그날, 바로 아내가 내 프러포즈에 Yes 해 주었던 날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7 년이 지나고 1995년 밸런타인데이 이브에 신문 기사 하나를 읽었다. 알츠하이머는 정말 가장 잔인한 질병이라는 전문가의 기고였다.”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불법적으로 결혼을 집례 한 사제에 관련된 이 야기이다. 당시 로마 황제 클라디우스 2세는 강력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결혼을 금지시켰다. 미혼 남성만 징집하는 법을 피하기 위해 많은 남자들이 결혼을 택했던 것이다. 발렌티누스 사제는 거룩한 결혼과 사랑 을 지켜내기 위해, 비밀리에 결혼 집례를 계속 하다 결국 붙잡혀 사형 을 언도받게 된다. 사형집행을 기다리면서 그는 뜻밖에 수많은 젊은 부부들 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발렌티누스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사랑이 전쟁보다 얼마나 더 숭고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찬사로 가득 했다. 서기 269년 2월 14일, 안타깝게도 사랑의 사제 발렌티누스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그가 희생당한 날이 훗날 많은 젊은이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데이가 되었다.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 정말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서두에 언급한 부부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다음날 나는 아내가 누워있는 침대 곁에서 운동용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었다. 밸런타인데이의 즐거웠던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열심히 아침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정말 몇 달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었다. ‘Love… love….love’ 나는 자전거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내려와 아내를 와락 안았다. ‘여보, 당신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거지?’ 아내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힘없는 손으로 내 등을 톡톡 두드리며 ‘나 잘했지?’ 그게 이 세상에서 들은 아내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위 이야기는 25년간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던 아내를 위해, 맡고 있 던 중직을 그만두고 아내가 임종하기까지 14년간 풀타임으로 직접 간병한 남편이 쓴 이야기다. Robertson McQuilkin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Columbia Bible College (현재 Columbia International University)의 3 대 총장으로 재직 중 아내 Muriel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대학 발전의 산증인이었고 최고로 신망받던 인물이었다. 열정적으로 총장직을 수행하던 중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되고, 점점 병세 가 악화되어가는 아내를 보며, 마침내 총장직을 사임하게 된다. 사임을 결정하기 전까지 Robertson이 많은 이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 “하나님 의 일을 위해 아내를 전문 요양원에 보내고 총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지혜롭고 올바른 결정 아닐까요?” 아내를 진단했던 의사마저 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McQuilkin 박사님께서 앞으로 대학을 더욱 발전시키 는데 성공하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사실 제가 판단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편찮으신 부인을 위해서는 박사님께서 결코 성공하실 수 없습니다”

주변 우려에도 불구하고 Robertson이 총장직에서 내려와야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는 별 고민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히 “Integrity 정직”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나는 42년 전에 분명히 약속하지 않았나? 좋을 때나 힘들 때나, 가난할 때나 부할 때나, 병들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아끼고 사랑할 것이라고 맹세 하지 않았나?” 아내를 돌보겠다는 결정은 그에게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었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다. 게다가 아주 공평한 것 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아내는 나를 위해 40년 가까이 희생하고 헌신했다. 내가 앞으로 아내를 40년을 돌본다 해도 내가 받은 사랑의 빚을 다 갚을 수는 없다.” (Robertson McQuilkin이 아내와 사 별한 후 02/09/2004 Christianity Today 매거진에 기고한 글 “Living by Vows 약속대로 살아가기” 에서 발췌)

Robertson 부부의 이야기를 보면서 지난 25년간의 나의 결혼생활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결혼 전 난 허세 등등한 말을 참 자신감 있게도 내뱉었었다. “나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사람 있다면 그 사람에게로 가!” 나는 내가 한 말을 얼마나 잘 지킨 사람일까? 돌아보니 감사하게도 좋았던 날 들이 참 많았다. 가난한 유학생 부부로 가진 것 하나 없이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서로를 위해주고 미래를 이야기하던 가슴 벅찬 기억들이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여러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숨겨졌던 내 부끄러운 모습이 점점 드러나고 말았다. 연예 주간지 칼럼에서 흔히 등장하 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 같은 것에 자꾸만 눈이 갔다. 나랑 코드 가 맞는 소통과 이해가 있어야 하고, 나의 관심사를 배우자가 공유해야 하고, 만족할 만한 부부생활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등 말이다. 배우자가 그런 것들을 채워줄 수 없다면 책임은 상대에게 있다는 게 소위 시중 카운슬링의 주장이다. 결론은 자기 필요가 채워지는 게 최고의 가치인 것 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사랑이란 자신의 필요가 다 채워지는 것인가? 내 가 채워주어야 하는 상대방의 필요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고대 이스라엘이 400년간 노예생활을 하다가 이집트로부터 엑소더스 할 때 모세가 기록한 하나님의 생각을 들어보자. 여러분이 다른 민족 보다 수가 많기 때문에 여호와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시고 택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은 모든 민족 가운데 가장 작은 민족입니다. 여호와께서는 다만 여러분을 사랑하시고 여러분의 조상들에게 하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큰 능력과 놀라운 기적으로 이집트 왕 바로의 노예 생활에서 여러분을 구출해 내신 것입니다.” (신명기 7:7-8) 하 나님이 보여주는 사랑의 본질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 의 사랑의 대상이었던 이스라엘은 번번이 약속을 깨고 부정하고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나님의 사랑이 놀라운 것은 조건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라도 자신의 약속을 지켜내는데 목숨을 걸었다. 끝까지 약속을 지키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으로 인해 나 같은 자에게도 그의 사랑을 받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셨습니다.” (로마서 5:8)

새해가 시작되었고 백신도 나왔지만 코로나는 여전하다. 이번 달은 밸런타인데이가 있다. 인간은 늘 외부 조건과 환경을 따진다. 내 속은 어 떨까? 사랑하는 이들에게 했던 수많은 말을 나는 얼마나 지키고 있는 지 곰곰이 되짚어보는 한 달이 된다면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진정한 사랑의 성공이다.

글 주진규 목사

맨하탄 GCC (Gospel Centered Church,복음으로 하나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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