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별세한 어머니를 기리며..
바이올리니스트 윤정원
Mother’s Day-어머니의 날 행사가 이어지는 5월, 뉴저지에서 특별한 음악회가 열립니다. 2년 전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바이올리니스트 양정원 씨의 어머니를 추모하는 버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가 14일 개최되는데요. 어머니를 잃은 슬픔보다는 함께 했던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을 추억하고 싶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윤정원 씨를 만나봤습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10개월
“저는 줄리어드 프렙에 들어가면서 미국 생활이 시작됐어요. 맨해튼 음대를 졸업하고 음악 활동을 이곳에서 하다 보니 부모님과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을 초청해 미국에서 같이 살기로 했어요. 가족 초청으로 영주권을 받은 부모님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신 게 2019년 6월이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가족과 함께 꿈 같은 10개월을 보냈습니다. 어머니가 코로나에 걸려 돌아가시기 전까지였죠.”
윤정원 씨의 어머니는 2년 전 5월 12일에 세상을 떠나셨다. 코로나에 감염된 지 약 3주만의 일이었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도 집에서 며칠은 정상 생활을 하시며 컨디션이 괜찮으셨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서 였어요. 병원에 입원하시고서도 상태가 나쁘지 않으셔서 매일 영상 통화를 했는데 미국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어도 어려워하시고 병원 식사도 입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나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버겐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저는 음악 활동을 주로 미국에서 많이 했고, 부모님은 그동안 한국에 계셔서 제대로 된 제 공연을 볼 기회가 많이 없으셨어요. 부모님이 미국으로 오시게 된 2019년 6월에 버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는데, 그 때가 어머니께는 처음 보는 딸의 오케스트라 공연이었어요. ‘돌아가시기 전 그 공연을 보여 드릴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이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공연을 끝으로 코로나 19가 퍼지고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버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도 멈춰 섰다. 그리고 이달 5월, 2년여 만에 정기 연주회를 선보이는 버겐 심포니 오케스트라(음악감독 겸 지휘자 최우명)는 악장인 윤정원 씨의 어머니 명순식 여사를 추모하는 콘서트를 기획했다.
‘종달새의 비상’ – 아름다웠던 삶을 추억하며
어머니를 추모하며 열리는 이번 공연에, 윤정원 씨가 선택한 곡은 랄프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이다.
“이번 버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건데요. 그동안 저처럼 가족을 잃으신 분들도 있으실 거고, 요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함께 가슴 아파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께 위로가 되는 곡을 들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에 작곡을 시작해, 전쟁이 끝난 후 완성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평화로운 어느 날 비상하는 종달새를 표현한 곡으로 세상을 위한 작은 평화의 기도가 담겨 있다. 전쟁 전 아름다웠던 삶을 추억하는 이 곡은 윤정원 씨에게도 큰 위로가 됐다.
“팬데믹이 심해지기 전에 엄마와 보냈던 그 시간이 너무 좋고 아름다웠어요. 저에게 이 곡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우리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가 많이 담겨있는 곡인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 많은 가족들이 오셔서, 가족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향한 끝없는 여정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정원 씨는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바이올린 전공의 음악가셨던 부모님은 정원 씨에게 누구보다도 든든한 선배이자 지원자였다.
“음악을 하다 보면 힘든 순간을 맞게 되잖아요. 콩쿠르에 떨어지기도 하고, 입시가 잘 안되기도 하고, 음악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요. 부모님은 항상 저에게 어느 순간에도 조급해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려운 순간에 연연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아름다운 소리를 추구하는 삶에서 행복함을 꼭 찾길 바란다’라고도 말씀하셨어요. 아름다운 음악을 하며 더 아름다운 소리를 추구하면서 사는 삶은 정말 즐겁고 행복한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윤정원
다이나믹한 바이올리니스트 윤정원 씨는 섬세한 선율과 뛰어난 기량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뮤지션으로서의 지평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한국 예원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줄리아드 프렙에 진학해 전설적인 故 도로시 딜레이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이후 맨해튼 음대, 매네스 대학원 전문 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녀는 현재 럿거스 대학에서 Todd Phillips 반으로 음악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New Jersey Music School의 수석 디렉터로서 후배 음악가들을 열정적으로 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