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림책을 추천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야기의 재미가 기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제 상황과 연결될 수 있 어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재미있는 캐릭터가 있지 않아도, 저와의 연결고리가 없어도, 그 냥 책 자체가 좋아서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 연에서 파란색을 추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으 로부터 이 책은 출발합니다. 사파이 어를 가루로 만들어 파란색을 만들 기도 하고, 달팽이에서 추출하여 파 란색 염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 파이어나 달팽이 모두 염료로 얻어지 는 양이 적었기 때문에 파란색은 당 연히 귀한 색으로 여겨졌습니다. 심 지어 화폐처럼 통용되기도 했습니 다.
‘인디고’라는 식물에서 파란색을 추 출하게 된 건, 파란색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 혁신적 방법이었지만, 아프리카 흑인들에게는 노예 제도를 가져다준 슬픈 역사의 시작이기도 했 습니다. “We feel blue.”(우울해)라는 뜻이 인디고를 농사짓는 흑 인들의 고생이 녹아 있는 표현이라면, 블루스도 흑인들의 고단한 노동을 위로하면서 시작된 음악 장르입니다.
1905년이 되어서야 아돌프 본 바이어(Adolf von Baeyer)란 과 학자에 의해 파란색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그는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을 만큼 사회적인 영향까지 끼친 위대한 발명이었습니다.
“Blue: A History of the Color as Deep as the Sea and as Wide as the Sky”는 역사, 미술, 과학 등 여러 분 야에 걸쳐 파란색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작가인 Nana Ekua Brew-Hammond는 솔로몬의 성 전에 있던 커튼이 파란색이었다는 성경 구 절을 읽다 왜 파란색이 중요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사소한 궁금증이 이렇게 멋진 그림책으로 탄생할 수 있어서 다행입 니다. 우리 아이들이 귀찮을 정도로 묻는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말 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입니다.
이미지 출처: 1) rb.gy/a7cuov 2)rb.gy/4hjb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