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혁신, 오브리스트의 눈으로 본 변화

글_Nino Macharashvili 

Hans Ulrich Obrist
Hans Ulrich Obrist Art

세계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씨를 만나 현대 미술의 새로운 조류와 한국 미술의 세계적 발자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브리스트 씨는 예술과 기술의 결합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놀라운 결과물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미실현된 예술 프로젝트의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예술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소외된 지역의 예술가들에게 빛을 비추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서펜타인 갤러리와 한국 건축가 조민석 씨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파빌리온의 설계는 예술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브리스트 씨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 여러분도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인 여정에 동참해 보시길 바랍니다.

Q. 저명한 큐레이터, 비평가, 미술사학자, 작가, 예술가들의 옹호자이자 아키비스트이며,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예술 감독으로서 미술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계십니다. 먼저, 최근 대단하다고 느끼셨던 일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겠어요?

과거와 현재의 예술,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에 대해 끊임없이 대단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서펜타인(Serpentine)에서 바바라(Barbara)의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제 80대가 된 바바라 크루거는 시대와 깊이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사회에 대한 코멘터리를 창조해 냈습니다. 크루거는 서펜타인 공간을 완전히 변화시켰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서펜타인을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창조해냈습니다. 저는 그 점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Q. 예술과 기술의 실험에 대한 귀하의 관심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이 생기기 전부터 경험을 수집하고 전달하고 계셨죠. 사샤 스타일즈와의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23에서 사샤 스타일스와의 대화 ‘예술의 교차점: 백남준에게 바치는 헌정’의 사회를 맡으셨죠. Mom&I 팀도 이 행사에 참석한 후 이번 인터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관심을 두고 계신 예술과 기술 실험에 대해 자세한 말씀 부탁드려요.

기술이 매우 혁신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 아티스트 백남준은 선구자입니다. 저는 2000년에 그를 만났고, 그는 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기술을 어떻게 실험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예술가들, 특히 비디오 게임을 사용하는 오늘날의 예술가들에게서 매우 강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비디오 엔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예술가는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서펜타인 같은 예술 기관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희는 기술 부서가 따로 있고, 다섯 명의 큐레이터가 비디오 게임을 포함한 전시를 제작합니다. 백남준은 예술이 가교, 즉 새로운 담론을 창출해 내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술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60년대에는 스웨덴 엔지니어이자 큐레이터였던 빌리 클루버가 있었습니다. 그는 예술과 기술의 실험을 창조했습니다. 클루버는 레지던시를 조직하고 예술가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그는 예술과 기술 실험의 공동 창시자였습니다. 

Q. ‘더 키친 쇼’와 ‘호텔 전시회’와 같이 초기에 개최한 장소별 전시는 혁신적이었습니다. 23세 때인 1991년에 개최한 ‘키친 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셨는데요. 관객들은 이 전시에 어떻게 참여했나요?

학생이었던 초창기에는 특이한 환경에서 전시회를 열었어요. 그래서 제 부엌에서 전시회를 열었죠.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열린 전시회를 보러 스물아홉 명의 관람객이 찾아왔어요. 집과 아파트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계속해서 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저는 런던의 존 소안 경 박물관, 그라나다의 로르카 하우스, 멕시코의 바라간 (The Sir John Soane’s Museum in London, The Lorca House in Granada, The Barragán House in Mexico)  하우스 뮤지엄에서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Q. 매우 어렸을 때부터 놀라운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하셨군요. 예술계는 대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프로젝트에 외딴 지역을 참여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죠. 소외된 예술가들과도 함께 작업하셨는데요. 이 프로젝트와 ‘미실현 프로젝트(Unrealized Project)’를 어떻게 실현하게 되셨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희는 아티스트의 미실현 프로젝트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합니다. 저는 여러 개의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4,000시간에 걸친 아티스트와의 대화가 담긴 인터뷰 아카이브가 있습니다. 수년 동안 제가 기획한 전시회 아카이브도 있는데, 이벤트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전시회가 아니라 수년에 걸쳐 변화해 온 전시회입니다. 90년대에 저는 동료인 허한루와 함께 아시아에서 대규모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의 미술계를 소개하기 시작했죠.  전시 제목은 ‘움직이는 도시(Cities on the Move)’였습니다. 비엔나의 더 세컨션(The Secession in Vienna)에서 시작되었습니다.  90년대 아시아의 도시들을 살펴보면서, 예술과 건축가가 어떻게 이 놀라운 변화의 도시에서 협업했는지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움직이는 도시’라는 일종의 장치를 만들어, 비엔나, 런던, 보르도, 덴마크, 헬싱키, 뉴욕, 방콕의 박물관들을 순회했습니다. 1996년에는 한국을 비롯해 여러 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또한 현지 예술가 및 건축가와 스튜디오도 방문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한국 미술계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서울에서 파트너인 구정아 작가와 함께 이불, 김수자부터 승하장, 김진애 같은 건축가까지 많은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Hans Ulrich Obris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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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머니께 엽서와 책을 보내드리고 계신다고 하셨는데요. 어머니와의 관계 및 어머니가 아티스트가 되신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하는 일을 매우 지지해 주셨어요. 저는 13살 때부터 아주 일찍 여행을 시작했고, 유럽 전역을 여행했습니다. 18~19살에는 해외로 여행을 갔어요. 부모님은 지지해 주셨지만, 동시에 17~18세의 어린아이가 너무 많이 여행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셨어요. 프랑스 영화 평론가 세르주 데니(Serge Daney)도 여행을 시작했을 때 너무 어렸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는 부모님에게 매일 엽서를 보내고, 문자, 전시 정보 등 무엇을 하든 보내라고 했어요. 그의 경우에는 영화 비평, 제 경우에는 전시회, 많은 텍스트와 책이었죠. 그때는 80년대 후반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가 나오기 전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쓴 모든 글과 책을 엽서와 함께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기쁘게 받으셨지만, 읽지는 않으셨어요. 어머니는 모든 것을 읽으셨죠. 30년 동안 정말 많은 책과 카탈로그를 보냈어요. 어머니는 제 글을 읽으셨을 뿐만 아니라 출판물 전체를 다 읽으셨어요. 80세가 되시자 어머니는 예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셨어요. 정말 멋진 일이었죠.

Q. 서펜타인 갤러리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국 건축가 조민석과 그의 회사 매스 스터디가 23번째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설계를 맡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놀라운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한국 건축가 조민석은 2000년대부터 도무스 매거진(Domus Magazine)과 함께 일했고,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와 함께 잡지의 아트 에디터로 일했죠. 작년에 프리즈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면서, 그가 디자인한 예배당도 함께 방문했습니다. 그는 공간의 다양성이 돋보이는 특별한 불교 예배당을 설계했어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서펜타인은 항상 건축가에게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합니다. 조민석 건축가에게도 제안을 요청했는데요. 한 건물 안에 다른 건물이 들어선다는 그의 제안이 놀라웠어요. 이 공간은 도서관, 티 하우스, 사운드 커미션, 사람들이 직접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런던을 방문하고 있는 맘앤아이 독자들을 비롯해, 런던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이 서펜타인은 이 특별한 파빌리온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Q. 미주 한인 대상 매거진으로서, 흥미로운 한국 작가 구정아 씨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93년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구자경 작가의 개인전에서 그녀를 만났고, 첫 번째 협업 역시 파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그녀는 접근하기 어려운 집, 친밀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그녀는 공공미술,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설치, 조각,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구정아 작가는 나무 드로잉 시리즈와 영상 등의 드로잉도 제작합니다. 그녀는 2024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예정입니다. 다른 작품들 중에서도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의 팔라초(Nicolas Berggruen’s Palazzo)에서 영화 상영을 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서울을 자주 방문하시는데요. 한국의 새로운 세대의 현대미술 작가들에 대한 인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에서는 작가 스튜디오 방문을 통해 많은 감명을 받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 젊은 작가들과 함께 한국에는 60년대 선구적인 작가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70년대에 구겐하임에서 60~70년대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도 열렸습니다. 환경과 연결되는 개념 미술가들도 있었는데요. 이승택 작가는 현재 80대인데, 놀라운 환경 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한 성능경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개념 미술가도 있습니다. 국제 미술계에서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는 게 멋진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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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o Macharashvili는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예술 및 문화 단체인 FLAG Art Group의 큐레이터입니다. Macharashvili는 Sotheby’s Auction House, The Real Real, Georgian Museum of Fine Arts, ArtBeat Gallery와 같은 예술 및 문화 단체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재 Tbilisi 주립대학교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NYU의 예술 경영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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