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혁명은 인류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3차 혁명을 거쳐 4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되었고 우리에게 정보나 지식은 특정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아닌 모두가 언제든 원하면 알 수 있는 것들이 되었다. 그에 따라서 교육 환경과 방법이 바뀌고 있고 교실 공간의 틀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장소와 시간에 구애 없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교육이 제공되는 것을 보며 말로만 듣던 교육 혁명의 시작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그들을 미래에 대비시키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간다. 실제로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 대학교 가서 뭘 공부해야 하나요?” 혹은 “무슨 직업이 유망할까요?”라는 노골적인 질문들에 귀를 쫑긋하지 않을 부모님들은 없다고 본다. 질문만큼 많은 답들도 난무한다. 사고력, 창의력, 자기 주도성 그리고 협업 능력…… 정확히 정의 내리기도 애매한 역량들이 줄줄이 열거되고 있다. 이전에는 주어진 정보를 많이 그리고 빠르게 습득하는 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저 하라는 것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게 중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들이 나서서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꼼꼼히 준비시킬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부모님들의 세상을 앞질러 가기 때문이다.
나 또한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지 않고 부모가 되었고 모든 것을 경험하며 배워야 했다. 어떻게 보면 배움이었지만 많은 부분은 내가 되고 싶은 엄마상을 찾아가는 일이었고 ‘좋은 엄마’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야 하는 과정이었다. 매우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나를 알아가는 법’이며, 또한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법’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고 성공의 기준들이 시시각각 달라져도 ‘내가 행복한 일,’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찾아가는 아이는 굳이 모든 변화에 대비하는 전략과 기술들을 미리 학습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지식은 언제든 배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식적 배움은 대학의 높은 문턱을 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이미 도래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이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알기 위한 길이 좋은 대학을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좋은 대학이라는 것의 기준도 무너질 수 있는 미래에선 더더욱 말이다.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한 연구는 ‘행복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찾는 하버드 대학에서 이루어진 연구였다. 무려 70년이 넘게 진행되어 왔다. 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인간의 행복의 핵심 요소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의 질’이었다. 어떤 직장의 어떤 위치에 있느냐보다, 배우자와 자식이 있냐 없냐 보다 그들과의 관계의 질이 훨씬 더 중요하다
는 뜻이다. 행복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하긴 어려워도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를 미래 인재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든 수고가 지금 현재 나와 아이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느끼는 행복 자체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금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아이가 과연 미래에는 자신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고 가꿀 준비가 될 수 있는지, 한번쯤은 숨을 고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 아이들에게 갑작스럽게 제공된 원격 교육의 장에서 더 혼란스러웠던 사람들은 아이들보다는 부모들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유연하게 변화에 대처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이 증폭되었던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늘 변해 왔다. 지금의 부모님들의 어린 시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다들 나름대로 변화에 잘 적응해 왔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언제 모든 것이 정상화될지 모르지만 새롭게 맞이할 뉴 노멀(New Normal)을 대비하여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더 아이의 호기심과 욕구를 알아봐주는 것, 그 안에서 부모와 충분히 대화하고 함께 웃을 일을 만드는 것, 실수나 좌절이 있을 때 조금 더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것…… 그래서 언제나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부모님과의 친밀감에서 피어나는 현재의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것 아닐까. 행복은그때그때, 일시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의 집합체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가족끼리 쌓고 연습하면 할수록 더 자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미래의 주인으로서 부여받은 의무를 강요하지만, 오늘의 주인으로서 누릴 권리는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야누슈 코르착
• 미술치료 석사 과정 졸업
• Chicago Children’s Advocacy Center 성폭행 피해 아동 치료
• 한국GS Caltex Social Contribution Project와 서울문화재단 미술치료사
• 뉴저지Center for Great Expectation 약물중독 엄마 치유
• 뉴저지 Hope and Art Studio 미술치료 스튜디오 설립
• 이중문화권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만들기와 상담
프로그램들을 진행 중
<마이 아메리칸 차일드> 팟캐스트 진행 중
www.hopeandartstudio.com /hopeandartstudio
글 Jiwon Yoon, ATR-BC, LC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