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새로운 식량 재배방법을 연구하는 원예학과 김혜지 교수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식물을 기른다

인생을 살면서 다들 한번쯤은 식물을 길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식물이 손에만 닿아도 죽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물을 훌륭하게 기르는 사람도 있다. 여기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미래의 특별한 식물재배방법을 연구하며, 교직과 육아를 동시에 병행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그녀가 있다.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자라는 결과가 극단적으로 바뀌는 예민한 식물을 관심과 인내를 가지고 연구하는 퍼듀대학교 원예학과의 김혜지 교수. 카리스마 뒤에 차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남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인터뷰, 글   허세나 에디터

교수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퍼듀의 원예학과 교수 김혜지라고 합니다. 저는 생각해보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 참 다양한 곳에서 공부와 연구를 한 것 같은데요. 먼저 한국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시즈오카 대학에서 식물생산 전공으로 석사를 마친 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원예학과의 원예작물 생리로 박사과정을 했습니다. 그 후 코넬 대학교에서 연구전임 교수로 재직하다가, 하와이대학 교수로 일을 하였고, 2014년부터 퍼듀대학교의 조교수로 식물번식학과에서 식물환경 스트레스 적응방법론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원예학과는 다소 생소한데 이 과에 몸담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학교를 지원할 당시만 해도 원예학이라는 전공은 저에게도 생소했습니다. 사실 관심 분야였다기 보다는 부모님의 영향과 더불어 점수에 맞게 안정적으로 지원하게 되었기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길은 찾아야 했기에 고심 끝에 당시 한창 인기를 끌던 유전공학을 생각하다가, 아는 분의 소개로  시즈오카 대학에 계시는 교수님의 연구실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수확후생리라는 연구를 하게 되었어요. 연구를 하면서 이 수확후생리라는 것이 생산환경에 의해 더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며 미국에 박사과정을 하게 되었고, 이후 식물생산과 생리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죠. 한 분야를 계속 연구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에 포기할까는 생각이 수십번도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차피 시작한 거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인구문제와 식량난의 사회적인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앞으로 원예 작물생산 증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안목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쪽 연구를 통해 재배환경을 최적화함으로써 충분히 작물생산량을 높일 수 있고, 경제적으로 맛과 영양이 우수한 양질의 채소 작물과 과일을 빠르게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도시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대도시나 도시 근교에 인구집중과 작물공급 문제로 식량난이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25년 후에는 효율적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사람이 막강한 경제력과 파워를 지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원예과가 의예과 못지않게 인기 있는 전공이 될지도 모르지요.

원예학과와 원예조경학과를 일반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원예학과에 쓰인 한자를 번역하여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과’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원예학과에서 다루는 내용과 연구 분야가 방대하여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섭취하는 과일과 채소, 버섯류, 견과류 등이 원예학과에 관련된 연구 결과의 산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품종개량이라든지 수확량증대 이런 것도 원예학에 속하고요.조경학과는 식물재료, 토목재료, 물 또는 조형물을 이용하여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배우는 학과입니다. 생활공간이라 함은 정원, 공원 및 주거단지 등 다양한 공간을 소재로 하는데, 과학이라기보다는 환경과 문화를 접목한 디자인에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차이라고 한다면 원예학과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작물을 키워 그 산물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쪽에 중점을 두는 반면, 조경학과는 공간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계시는 연구는 자세히 어떤 것 있가요? 
 
제 연구는 미래지향적인 농업기술의 확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자원의 고갈로 식량부족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인데, 문제는 요새 사람들은 직접 땅을 가꾸어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자가생산을 하지 않으면 국가의 존립에 위기가 닥칠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농업이 도시와 동떨어진 토지에 원예작물을 재배하고 원거리 수송을 하는 것이라면, 저희가 진행하는 연구는 수경재배 혹은 무토양 재배기술을 이용하여 도시나 도시 근교에서 신선하고 맛있고 영양도 좋은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수자원과 화학비료 및 에너지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자원을 이용해 양질의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아쿠아포닉스라는 연구가 있는데요, 물고기 양식에서 나오는 폐수를 이용하여 작물을 생산하는 신개념 재배기술입니다. 폐수라고 하면 심하게 오염된 물을 상상하겠지만, 물고기 양식장에서 버려지는 이 물은 실은 식물영양분이 잔뜩 녹아있는 값비싼 유기농 비료입니다. 이 물에는 질소와 인산성분이 상당량 함유되어 있어 하천에 그대로 유입되게 되면 녹조류 피해를 일으키는 등 환경오염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이 폐수를 장점으로 바꾸어 친환경적인 생선과 채소를 키울 수 있으니 장래에 유용한 재배기술로 각광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식물재배를 연구하는 교수님은 집에서도 개인적으로 식물을 기르고 계시나요?  
 
많은 분이 제가 집에서도 식물을 잔뜩 재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연구실에서 연구용 식물을 항상 재배하기 때문에 되도록 집에서는 식물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웃음) 손이 덜 가는 실내식물인 고무나무, 산세베리아, 행운의 대나무라고 불리는 개운죽 등 비교적 생명력이 끈질긴 녀석들을 몇 점 키우고 있을 뿐 입니다. 한때는 상추나 허브등을 수경으로 재배하기도 했습니다. 물, 적당한 양분과 빛만 제공하면 키우기가 쉽기 때문이죠. 사실 제가 키우는 채소가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신선하고 식감이 좋아 가끔 키우지만 일이 바쁘기도 하고 게을러져 요새는 그냥 사다 먹고 있네요.
 
전반적으로 식물 혹은 과일을 기를 때 도움이 되는 팁이나 상식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팁은 기본적인 네가지 환경 조건에 있습니다. 수분, 비료, 적절한 햇빛과 온도입니다. 이 네가지 조건을 잘 맞추면 어떤 식물이라도 잘 기를 수 있습니다. 꼭 비료나 물을 충분히 주고 햇빛이 많은 곳에 심어야 잘 자란다는 건 큰 오해입니다. 오히려 항상 적은듯하게 주어야 잘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량의 비료는 오히려 독성을 일으킬 수 있고, 과도한 물은 뿌리가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어 식물이 죽게되며, 강한 햇빛은 에너지 상태가 포화하여 해로울 수 있습니다. 또한 ‘우유가 좋다’, ‘달걀껍질을 화분에 엎어두면 좋다’ 같은 잘못된 상식은 식물을 해칠 수 있어요. 새로운 사람을 사귈 때처럼 키우는 식물이 어떠한 조건을 좋아하는지, 예를 들면 양지 혹은 음지를 좋아하는지, 어떤 비료가 맞는지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숙지하면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비료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엽채류는 잎을 잘 자라게 하는 비료를, 열매를 맺는 채소라면 열매를 튼실하게 맺게 해주는 비료를 적당하게 주는 게 좋습니다. 
 
채소와 과일은 오래 보존하기 위해 무조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인애플, 망고, 아보카도, 토마토 등의 열대과일과 과채류 등은 실온에 보관하시는 것이 더 좋답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유기농도 좋지만, 현재 대세는 로컬푸드입니다. 로컬푸드가 영양적으로 우수하다는 것도 염두에 두시고 앞으로 장보실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언급하신 김에 친환경이다 뭐다 해서 먹거리도 유기농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친환경과 유기농은 상당히 다른 개념이라 볼 수 있는데요, 친환경이라 하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재배에 필요한 모든 자원(물, 비료, 에너지 등)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양질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법이고, 유기농의 경우 화학비료나 식품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만을 사용하여 재배한 농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기농에 사용된 천연비료는 식물이 금방 섭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화학비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재배시 더 많은 양의 비료가 필요하게 되어 오히려 환경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으니 유기농이라 하여 친환경적으로 재배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100프로 맞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에는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되는 로컬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입되는 작물은 유통을 거치면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영양성분이 파괴될 수도 있는데, 로컬푸드는 생산 후 바로 상품으로 진열되기 때문에 신선도와 양질의 영양분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지요. 하지만 로컬이나 유기농으로 모든 작물을 섭취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배방법이나 먹는 부위에 따라 화학비료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작물들이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더 비싼 유기농을 선호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세 명의 아이들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교수님이라는 직업 외에 특히 엄마로서 어떻게 균형을 지키고 계시는지 궁금한데요.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식물을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물을 키울 때 너무 많은 것을 주다 보면 잘못될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너무 많은 것을 해주고 들어주면 어긋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적당한 양의 비료가 식물이 뿌리도 깊이 내리고 병충해에도 더 잘 버티게 만들듯이, 아이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일에 임하고, 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세명의 아이들이 모두 십대로 성장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 거의 모든 걸 해내고 있어 제가 일에 전념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일과 가정에 반반씩 나누고 있기 때문에 세세히 기억하고 챙겨주는 것은 힘드네요. 50점짜리 엄마밖에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아무래도 여자 교수라면 연구하면서 혼자서 아이들도 키우고, 집안일도 다 해냈으리라 보고 슈퍼우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 특히 남편의 서포트 없이는 결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었겠지요. 이런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제 페이스로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유기농이나 친환경에 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진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건강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먹거리의 영양적 가치와 생산 과정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니까요. 그만큼 앞으로는 재배하는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하고,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구축하여 더욱더 친환경적으로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겠지요. 전문인으로서 다음 세대에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산재배기술을 확립하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김혜지 조교수는 한국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시즈오카에서 식물생산 전공 석사를 마친 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원예학과 박사를 하였습니다. 이 후코넬대학교에 전임교수로 재직, 2014년부터  퍼듀대학교에서 식물환경 스트레스 적응방법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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