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문화여행
이유 있는 관객들의 환호
글 앤드류 임 극작가, 연극연출가
이번호 칼럼을 시작하기 전에 두가지만 간략히 밝혀두고자 한다.
첫번째는 연극을 이 칼럼의 화두로 꺼낸 것에 대한 설명이다.1회 칼럼에서 예고했고 제목 또한 그러하듯이 이 칼럼의 내용을 연극에 한정하려는 의도가 필자에게는 없다. 다만 주요 독자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뉴욕이다 보니 연극(뮤지컬을 포함한 개념의), 넓게는 공연예술에 대해 주로 다루게 될 것임을 또한 예고 드린 바 있다. 필자가 종사하는 분야 또한 공연예술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일 수도 있음을 고백드리고 싶다. 다만 연극이담고 있는 종합 예술적 특성과 사회와 시대를 가장 민감하게 드러내며 발전해 온 예술이 연극이라는 점 또한 지나치지 않으셨으면 한다. 시대와 사회의 거울 노릇을 해 온 연극을 통해 문화와 예술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테니까.
두번째는 이 칼럼이 지난 호를 읽은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순서대로 읽으시라 권해드린다. 뉴욕에 사시거나 방문하실 분들께 여행 가이드의 마음으로 쉽고 재밌게 뉴욕의 공연 문화에 대해 안내해 드리고자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난 호에서 연장되는 내용이 지면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난 호를 끝맺으며 이 칼럼은 ‘연극만이 갖는 재미, 연극이어야 있을 수 있는 재미’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공연은 바로 이같은 특성을 가득 담고있는 뮤지컬, <스쿨 오브 록(School of Rock)>이다.
브로드웨이에서 한창 공연 중인 이 뮤지컬은 그야말로 단순한 플롯으로 연극이 갖는 특성을 십분 활용해 관객들을 매료시킨 좋은 예라고 평가하고 싶다. 혹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얘기를 할 거면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같이 잘 알려진 작품을 소개할 것이지, 왜 느닷 없이 <스쿨 오브 록>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설명 드리면, ‘잘 알려진 작품’을 먼저 소개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잘 알려져서’이다. 지면도 한정된 맘 앤 아이의 칼럼에서 인터넷 조금만 뒤지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에 대해 긴 얘기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다, 유명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필자 만큼 연극과 공연예술, 특히 뮤지컬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쓴 글들이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흥행 여부와 상관 없이, 관객에게 주는 ‘연극적 재미’라는 관점으로만 봤을 때, <스쿨 오브 록>은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할만 하다는 판단이 이번 호에서 여러분을 이 작품에 모시기로 한 첫번째 이유다.
<스쿨 오브 록>의 플롯은 지극히 단순하다. 1분도 안 걸려 내용을 요약할 수 있을 정도다. 자 들어보시라. ‘록스타가 되고 싶은 주인공 듀웨이는 밴드에서 쫓겨나 친구집에서 얹혀 산다. 집주인인 친구는 어느 초등학교에 보조 교사로 일하려고 지원을 해놓은 상태였고, 듀웨이는 친구에게 온 연락을 대신받고 이 학교에 친구의 이름을 훔쳐 보조교사로 취직을 하게 된다. 아는 거라곤 음악 밖에 없는 그는 5학년 학생들에게 록음악을 가르치며 밴드를 결성해, 록경연대회에까지 참가하게 된다.’ 이 단순한 플롯에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수많은 브로드웨이 히트작을 만들었던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음악을 입혀 탄생한 뮤지컬이 <스쿨 오브 록>이다.
록밴드의 연주로 첫 장면을 시작해, 듀웨이가 공연 중 자기 흥에 취해 너무 설치는 바람에 밴드에서 쫓겨나고, 친구 이름을 훔쳐 보조교사로 학교에 취업해 어린 학생들에게 록음악을 가르치고 밴드를 결성하는 과정이 매우 빠른 전개 속에 재치 있게 군더더기없이 꾸며져 나간다. 모범생 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과 그야말로 격식이라고는 배운 바 없는 듀웨이의 만남은 당연히 갈등의 연속이지만, 록음악으로 상징되는 자유와 욕구의 분출이라는 통로가 듀웨이와 비싼 사립학교의 모범생들을 이어준다. 이 과정들이 때로는 과장되게 전개되지만 개연성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소 과장은 연출가의 계산과 계획 하에 의도 되었음이 명확할 정도로 흠잡히지 않을 수준에 적당히 머문다. 여기에 주연 배우의 연기와 노래 실력은 관객들에게 흥을 더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뮤지컬의 백미는 아이들의 연기와 노래 그리고 연주 실력이다. 기타, 키보드에 드럼까지 아이들이 직접 연주하는데 결코 평범하지 않은 수준이다. 영상기술이나 편집, 컴퓨터 그래픽 등의 도움 없이 무대 위에 쏟아지는 아이들의 재능에, 관객들은 절로 매료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박수치며 환호하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아이들을 찾아낸 건지 신기할 정도다.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 자신의 바람대로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키우려는 학부모들이 처음에는 극렬히 반대하다가, 아이들의 연주와 공연을 보고 어느새 동화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통렬함을 느낀다. 어느새 드웨이와 아이들의 편이 되어 한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며 환호한다. 경연대회에의 입상자를 뽑는 장면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객 모두가 밴드의 이름인 ‘스쿨 오브 록’을 연호한다. 관객들은 이 뮤지컬이 단지 공연이요 허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미 잊고 있는 듯하다. 아니 그런 사실은 아예 상관 없을 정도로, 이 공연에서 배우들과 관객들은 한덩어리가 됐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설득되어 같은 편이 되게 만드는 선동성! 바로 연극이 갖는 힘 아닌가.
눈속임과 과학기술의 도움없는 배우들의 능력, 연극만의 선동성을 힘차게 뿜어내게 만든 연출의 능력, 여기에 ‘믿고 듣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이 더해져, <스쿨 오브 록>은 어이 없을 정도로 단순한 플롯임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자격을 갖추고도 남을 뮤지컬로 완성된 것이다.
앤드류 임(Andrew Lim)
극작가, 연극연출가, 평론가, 자유기고가극단 MAT 상임연출
중앙대학교와 동대학원 연극학과뉴욕대학교 대학원 극작 및 연극연출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