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심지아
맨해튼의 어린이들에게는 겨울이 오면 지붕 있는 놀이터를 찾아줘야 한다. 넓은 주택에 사는 아이들처럼 플레이 데이트를 할 수가 없으니 겨울만 되면 맨해튼 사는 부모들의 큰 고민 중 하나가 아이들이 모여 놀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다. 날씨가 슬슬 추워지면서 다시 그 숙제가 주어졌다. 동네 또래 친구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던 Hex & Co 가 마침 떠올라 딱히 계획도 없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오후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꽤 멀지만 근처에 H mart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파와 두부도 사고, 돌아오는 길에 외식도 하고 산책도 할 겸 나섰다. 지하철 1번을 타고 110th & Broadway station에 내리면 금방이다. 콜롬비아 대학 주변이라 번화하고 젊고 북적대는 분위기다.
‘Manhattan’s Largest Board Came Café’라고 위풍당당하게 적혀있는 가게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탄성이 나온다. 세계에서 젤 크다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종류의 보드게임이 가게 안을 둘러싼 온 선반에 그득그득하다. 자랄 때 게임 많이도 했을 거 같은 장난꾸러기처럼 생긴 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사람당 $10를 내면 입장 후 문 닫을 때까지 게임을 할 수 있다. 각종 음료와 음식도 있어 먹고 마시며 종일 보드게임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많은 보드게임을 처음 본 하진이는 입이 떡 벌어졌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온갖 게임을 다 골라와서 하나씩 하자고 했다. 생각보다 게임 하나 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두 종류밖에 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다음에 와서 하기로 했다.
그곳에는 드래프트 맥주도 다양해서 이미 기분이 좋았다. 남편과 나는 계절 특선 맥주를 하나씩 시키고, 하진이에게는 핫초코를 시켜주겠다고 했더니 웬일로 거절했다. 게임을 할 생각에 너무 들떠서 핫초코는 필요 없다는 이유였다.
다양한 보드게임을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3살 이상부터 할 수 있는 게임으로 몇 명이 하기에 좋은 게임인지 직원한테 문의하면 너무나도 친절하게 추천과 설명을 해준다.
두뇌 발달에 좋은 보드게임들을 선정,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과 방학 캠프(School Break Camp)도 운영한다고 해서, 다음에는 원데이 캠프도 와보기로 했다.
근처 핫팟(Hotpot) 가게에서 저녁도 먹고, H Mart에서 하진이가 좋아하는 한국 초콜릿도 사가지고 돌아왔다. 오늘 너무 즐거웠다며 하진이가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어서 모두 기쁘게 마무리한 주말이었다. 앞으로 추워질 날씨에 자주 찾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