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Anna Lee, Ph. D., MSW, LAC
부모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부모 말에 순응하는 아이가 착 한 아이이고, 정신도 건강한 아이라고 생각하시는 경향들 이 있으신 듯 느껴진다. 이런 가치관을 따르다 보면, 부모 의 의견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고 자기 생각과 의견을 내 는 아이들은 문제가 있는 아이로 여기게 된다. 정말로 순응적이고 말 잘 듣는 아이가 꼭 정신이 건강한 아이이고, 부모가 하라는 것을 거절하고 반항하면 문제가 심각한 아이일까?
부모 말에 무조건 순응하는 아이들과 대화해보면, 그 아이들에게 내재된 여러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님 말을 따 르지 않으면, 부모님이 자신을 예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큰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원하 지 않아도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부모의 결정이 없으면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하 는 자녀로 성장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 아이가 ‘스스로는 뭐든 할 수 없는 바보’라고 자신을 평가하며 낮은 자존감과 부정적 자아감을 표출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이렇듯 자기 정체성이 흔들리고, 스스로 목표 설정이 어려우며, 의지가 약해지 면, 아이가 성장할수록 그 아이의 삶 속에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점점 더 자리잡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부모들은 말 잘 듣는 아이가 건강하다 여겨 본인 생각을 따르는 것을 지나치게 칭찬하며 양육하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 고, 스스로 세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발전하며 나아가는 의지 있는 아이를 칭찬해야 한다. 지나치게 순응하는 아이로 키우기보다, 자기 생각을 갖고 부모와 의견을 충돌해보기도 하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펼치는 능력을 가진 아이로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순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한번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부모의 욕구 대로 자녀를 쉽고 편하게 키우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지나치게 컨트롤 적이고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부모가 아닌지 스스로 통찰해 보는 시간도 가져 보시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