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 김향일 에디터, 사진 김경문 MS

지난 2016년 전 세계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진다는 마스터 소믈리에(Mater Sommelier) 자격증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딴 김경문 씨가 이번엔 한국 전통주를 들고 나타났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단지 274명만이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고 있을 만큼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한 그가 왜 이번엔 한국 전통주일까?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어 보고 싶었다.

사실 전통주에 대한 필요성은 2011년도 뉴욕 정식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생겼었습니다. 당시 임정식 셰프의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나가는 한식에 걸맞은 와인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약 1000가지의 와인을 가진 와인 리스트를 만들었지만 미국 현지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한국음식에 맞는 한국음료는 어떤 것이 있는가 라는 손님이 던진 질문에 마치 뒤통수라도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하지만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뉴욕에는 초록색병 소주 외에는 고급스러운 전통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9년이 지난 2020년 지금 뉴욕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한식이 더 이상 생소한 아시아 음식이 아니라 뉴요커들의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퀴진이 되었고 한인타운을 넘어 맨해튼 구석구석 젊은 감성을 입혀 탄생한 한식 레스토랑들이 생겨났습니다. Jungsik, Atomix, Momofuku Ko, Jeju Noodle Bar 같은 미슐랭 가이드 별로써 인정받은 한식 레스토랑들이 매년 새롭게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레스토랑에서 한국 음식과 어울릴 수있는 떳떳이 소개될 술들은 아직까진 없습니다. 저는 식문화는 음식과 함께 음료도 같이 곁들여질 때 완전체가 된다고 믿고 있기때문에 직접 한국 전통주를 수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요리 전문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네바다 주립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한국 청담동의 ‘정식당’과뉴욕지점인 ‘Jungsik’ 레스토랑의 오픈 멤버이다. 이후 3천 가지의 와인 리스트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인 The Modern에 소속된 마스터 소믈리에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국 전통주를 수입하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

KMS Imports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고급술들을 미국에 선보이는 수입사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규모와 상관없이 약 1200개의 양조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주 소량으로 생산하는 양조장이 대부분이고 영세해 유통이나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류시장에서 불과 5% 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점점 더 전통주들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품질도 개선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술은 비싸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특히 여러 소주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 이미 진출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의 전통술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량 생산되는 대기업의 소주와 경쟁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주종들과 경쟁하고 싶습니다. 굳이 한국에서 나온 술이라고 해 서 소주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전통주는 그이 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재료 선정부터 제조과 정이 모두 명인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지므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종류의 술이 존재하고 특히 뉴욕에는 그런 다양한 세계의 술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바로 그런 점이 뉴욕에서 전통주를 선보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전통주가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세계의 어느 술과 비교해도 돋보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오히려 뉴욕이 우리 술을 선보이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믿습니다. 초록색병 소주에 길들여져 있는 한국인의 입맛보다 전 세계의 다양한 고급 주류에 노출되어 있는 뉴요커들이 잘 만들어진 전통주의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인이지만 정작 우리조차도 한국의 전통술에 대한 질문을 받 는다면 말문이 막힐 것이다. 그가 수입한다는 한국 전통술이 궁 금해졌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 정도 소개를 해 드린다면 먼저 우렁이쌀 청 주(Yangchon Chungju)가 있습니다. 설립된 지 100년 된 논산 에 있는 양촌 양조에서 유기농 찹쌀로 빚은 청주입니다. 사케와 비슷한 방식인 발효주이지만 맛은 훨씬 부드러우며 찹쌀에서 나 오는 특유의 감칠맛과 구수함을 가진 청주입니다. 쌀에서 나오는 자연적인 은은한 단맛이 있어서 낙지볶음이나 김치 찜 같은 매콤 한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양념이 잘 배어있는 불고기 또는 갈비도 잘 어울립니다. 

두 번째는 붉은 원숭이(Red Monkey)라는 빨간 누룩인 홍국으로 만든 막걸리인데 매력적인 붉은색을 띠고 있는 탁주입니다. 쌀로 만 만들어져 있으나 특유의 과실 향이 나는 게 특징입니다. 해물파 전과도 잘 어울리고 보쌈과도 궁합이 좋습니다. 

세 번째 삼해 소주(Samhae Soju)는 가장 전통적인 소주 중 하나입 니다. 서울의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돼 있는 고급소주입니다. 삼해 소주의 삼해는 석삼(三) 자에 돼지해(亥) 자를 쓰는데 돼지의 날에 세 번 술을 담가서 만들어 108일의 발효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술 입니다. 오랜 시간 저온 발효를 통해 복합적인 맛과 향을 자랑하는 술입니다. 이 술은 단 한 번만 알코올 도수 45%까지 증류하여 술 의 맛을 잘 담고 있고 높은 도수이지만 부드러우며 구수한 곡향과 누룩향이 긴 여운을 줍니다. 음식은 마블링이 좋은 꽃살 구이 또는 참치회에 잘 어울립니다.

Yangchon Chungju
Red Monkey
Samhae Soju

한국의 전통주만이 가진 세계의 대표적인 술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국 전통주의 특징은 발효방법이 특별합니다. 바로 누룩을 사용한다는 점인데요,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특별한 재료입니다.누룩 속에 사는 자연적인 효소와 효모가 쌀의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분해하여 알코올로 바꾸게 합니다. 이런 누룩을 사용하여 다채로운 맛을 내는 술은 어디에도 없다고 봅니다. 전통주는 순수 한국산 재료를 사용하여 직접 빚어서 만든 주류입니다. 보통 쌀과 누룩을 사용하여 빚은 술로써 발효했을 시에는 탁주 나 청주가 나오고청주를 단식 증류했을 때 전통방식의 소주가 나옵니다. 코냑이나 싱글몰트 위스키 생산에도 사용되는 단식 증류기로 한 번만 증류할 경우에는 발효된 술의 맛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재료 선정과 발효 기법에 있어서 품질을 좌우하게 되는데 이런 단식 증류방식이 고급 원액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마스터 소믈리에로서 충분히 정상에 서서 누릴 수 있는 그가 뉴욕에서 한국 전통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다시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그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월에 첫 컨테이너가 도착했는데 너무나 아쉽게도 COVID-19의 영향으로 인해 3월에 레스토랑이 모두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짧은 기간이었지만 소믈리에나 레스토랑 스태프의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저는 한국의 문화 그리고 음식이 미국에 어느 정도 큰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한 지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술들이 미국 전역에 널리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사케는 이제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찾을 수 있는 보편적인 술이 되었는데 그들도 rice wine에서 sake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술’이라는 단어를 미국 사람들도 편하게 부를 수 있고 소주가 그저 한국의 술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품질로 승부해 소주그 자체가 보드카나 위스키와 같은 하나의 주류 카테고리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적당히 즐길 때에는 더 깊은 대화를 이끌어 줄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는 매개체가 술이라고 생각한다는 김경문 씨, 그에게 술은 일이 아닌 사람을 생각하는 방법이라는생각이 든다. 이런 그의 술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우리의 ‘술’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경문 마스터 소믈리에(Mater Sommelier)

젊은 시절 김경문 마스터 소믈리에는 자신이 뛰어난 미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그는 자신의 미각과 타고난 암기력을 이용해 광범위한 와인에 대한 지식 기반을 쌓았다. 그는 서울과 뉴욕에서 운영된 ‘중식(JUNGSIK)’ 식당에서 와인프로그램을 전담했고 이후 ‘모던(the Modern)’식당에서 일하면서2016년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 자격증을 딴다. 여러해 동안 와인 산업 분야에 몸 담았던 그는 그의 민족 유산을 찾고 한국 전통술에 대해 배우고 싶은 열망이 자라 갔다. 그는 마침내 한국의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진정한 술 제조 장인으로 우수한 술을 생산하고 오랫동안 그 일을 해 온 사람들을 찾아보기로 결정한다. 이런 한국의 전통술들은 미국 시장에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었으며 이로써한국의 전통 소주를 미국의 식당과 바에서 하나의 새로운 주류 카테고리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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