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아트 포토그래퍼 박혜원이 담아낸
내면 속 세상 풍경.

초목이 무성한 넓은 들판. 그 한 가운데에서 뛰노는 한 소녀의 모습.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듯 까불고 노는 말괄량이 소녀의 천진난만한 몸짓과 드넓은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장면. 오래된 앨범 속에서 꺼내온 빛바랜 사진들 처럼 보이는 낮은 채도의 컬러 사진 속 장면들은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한참을 뛰놀다 잠에서 깬 지난 밤 꿈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Inner Escape. 지난 10여년 간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파인아트 사진가 박혜원이 지난해 발표한 셀프 포트레이트 시리즈의 제목이다.한국에서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패션포토그래퍼를 꿈꾸며 뉴욕 유학길에 오른 박혜원 작가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추어 작업하는 상업 사진가 보다 자신만의 독창성을 펼쳐 보일 수 있는 파인아트 사진가의 삶을 선택했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과 한국에서 열린 여러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소개되어 온 그녀의 작품들은 독특한 작품 스타일과 주제로 주목 받기도 했다. 파인아트 사진가로서의 삶과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 보고자 작가 박혜원을 만나보았다.

작업하는사진

뉴욕에서 사진가로 활동해 온지 이제 10여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지, 사진가의 삶을 살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가장 처음 카메라를 손에 들게 된 것은 고등학교때 입니다. 사진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흥미 때문에 사진부에 들어갔다가 그 매력에 금새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 아빠가 사용하셨던 니콘 수동 필름 카메라를 물려 받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여러가지 주제의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지난 3월에 뉴욕 커넥티드 갤러리에서 2인전으로 열렸던 ‘Inner escape’ 에 전시 되었던 작품 스타일이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Inner Escape 전시는 친구이자 동료 사진가인Kristen Doetzkies 작가와 제가 함께 2인전으로 참여한 전시입니다. Inner Escape 라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현실을 벗어나거나 도피하고 싶은 내면의 욕구를 표현한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같은 주제로 작업을 했지만 저는 제 자신을 대상으로 촬영한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들로 구성했고 크리스틴 작가는 자신의 언니와 할머니를 대상으로 그들의 내면을 3 인칭의 관점으로 바라본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제 작품에 관한 설명을 좀 더 덧붙이자면 저는 이 사진들을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내면의 욕구와 그 과정을 통해 발견된 자아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이곳 뉴욕 처럼 복잡한 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고단하고 바쁜 삶을 살아 가면서 한번 쯤 탁 트인 자연 공간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런 곳에서 맘껏 뛰놀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가져본 적이 한번쯤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속 에서 보여지는 본인의 모습은 마치 실제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천진난만한 개구장이 아이의 모습입니다. 아티스트로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본인의 내면에 존재해왔던 현실 도피에 대한 갈망이나 어린시절에 대한 그림움이 해소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일년 반 가량 업스테이트 뉴욕과 거버너 아일랜드를 자주 갔었어요. 뉴욕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짧은 여행도 할 수 있었고 그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풀어 놓지 못했던 저의 내면의 갈망을 마음껏 표출해 보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아티스트로 사는 삶에 있어 가장 큰 매력이자 특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도 같은 주제로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계세요? 아니면 요즘은 다른 주제로 작업 중이신지?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작업이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가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아마 사진가로 사는 내내 평생토록 진행될 작업일 수도 있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변화되는 저의 모습과, 여전히 변화되지 않는 내면 속에 숨어 있는 아이와 같은 모습들을 사진으로 관찰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놀이입니다. 

요즘은 ‘반구 시리즈’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이름(혜원)에서 ‘원’이 동산이라는 의미인데, 제안에 숨겨진 ‘동산’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미지를 동산 모양의 ‘반구’ 형태로 사진에 담아내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각 프로젝트의 주제를 선정하거나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영감을 받게 되는 소스나 모티브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로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이 작업 할 때에 가장 많은 영감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은데, 영상에서 캐릭터에 투영된 나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될 때가 많거든요.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즐겨봅니다. 

 

처음 부터 순수미술 사진 작업만을 고집해 오셨나요?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상업사진 대신 파인아트 사진가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SVA 3학년때, 인턴쉽으로 컨디나스티 (Conde Naste) 스튜디오에서 인턴쉽을 했었어요.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에 한국에서 유명 패션 사진작가 어시스트로 2년간 일을 했었는데, 굉장히 바쁘고, 힘든 작업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막연히 뉴욕의 스튜디오들의 환경은 많이 다를 줄 알았는데, 막상 일해보니 잠시였지만 시스템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되었죠. 사진 작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는 클라이언트들의 요구와 시안대로 맞추어야 하는 점들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누군가의 요구사항에 맞추기 보다는 저의 창의적인 감각을 자유롭게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원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파인아트 사진으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상업사진가로 사는 삶과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추구하고 지향하는 파인아트 사진가로 사는 삶은 어떻게 다른가요? 각각 좋은 점과 힘든 부분이 모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 되는데…

 

파인아트 사진작가로써의 좋은 점은 제가 모든 계획을 세우고, 원하는 때 언제든 바로 작업할수 있다는 점과, 클라이언트의 요구와는 관계없이 저의 생각을 온전히 사진에 담아낼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나 힘든 부분은 끊임없이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겨야만 한다는 점에서 능동적이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작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남편 김일래씨가 지난해 맨해튼 브라이언 파크 인근에 아트 갤러리를 오픈해 운영 중이신데요. 남편 또한 미국 대기업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갤러리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편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안정된 삶의 루트를 스스로 벗어나 모험의 길로 들어 섯을 때에는 그의 배우자로서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3월 KENEKTID X GALLERY (커넥티드 X 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아트갤러리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주 오래 전 부터 ‘Connected’ 라는 키워드를 모토로 사업구상을 해왔었어요. 그러던 중 지난해 남편의 사업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생겼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오랫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 두고 모험을 시작할 때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죠.

‘연결’ 이라는 의미에서 불러온 ‘Kenektid’ 라는 이름에서 살짝 엿볼 수 있듯이 작품을 매개체로 서로 연결되는 공간,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예술 공간을 지향하는 아트 갤러리 입니다. 주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들을 위주로 새로운 성격의 아트 작품 전시를 기획하거나 대관하는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남편은 제한된 공간 속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연결되는 우리 삶 속의 연결성을 관찰함으로 이 갤러리 공간 자체를 하나의 관계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궁극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나의 개인적 인맥과 우연한 만남으로 연결된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전시한 초대전을 열었고 이를 통해 아티스트들간의 작은 연결점들이 이어져 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달 27일 부터 3월 6일까지 공모전을 통해 선별된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될 예정입니다. 아마 이 전시를 통해서 또 다른 연결점들이 생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먼저 작가활동을 시작 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유학생 출신이신데요. 한국의 사진필드와 미국 필드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거나 학업 중에 있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패션사진을 위주로 작업했었습니다. 한국의 사진 대학교들은 광고 사진과 순수 사진으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SVA에 진학한 후에도 패션사진으로 학업을 이어가려 했던게 애초의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 보니 이곳의 사진과 수업들은 대부분 광고 사진과 순수 사진을 굳이 구분짓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학업 과정을 통해 순수 사진을 더욱 심도 있게 공부 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결국엔 순수 사진의 매력에 빠져 파인아트 사진가로 전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활동에 있어서 스스로 제한을 두지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진과 친구들 뿐만 아니라, 다른 과 친구들과도 활발히 교류하며 지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사진 장르의 경계가 확장되어, 비디오 및 그래픽 등 많은 요소가 같이 어우러진 새로운 스타일의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도 있거든요.

 

사진 아티스트로서의 삶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티스로서 선택한 삶에 만족하시는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가 사진을 찍고, 작업하는 그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구요. 

앞으로도 전시를 다양한 장소에서 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전시를 하며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더 많이 경험하고 싶습니다.

박혜원
NY, LA, SEOUL등 대도시에서 다수의 솔로&그룹전 개최 및
아트페어 참가
AWARDS
“Immigrant Artist Mentoring Program” of NYFA 선정
– 2011 Mentees in Photography, NYFA, New York. 2011
“Bonnie Rychlak Award” of Art Student Exhibition

– ISE Cultural Foundation, New York, NY. 2008. August 23. 2008
EDUCATION
BFA, Photography, School of Visual Arts, NYC,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