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밖 갤러리’를 표방하며 맘앤아이가 특집으로 준비하는 ‘Into the Arts’에서는 맨하탄에 위치한 세계적인 뮤지엄과 갤러리들을 소개하고 아트의 출현에서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정보 및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예술관, 그리고 새로운 전시 정보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Into the Arts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예술이 있는 삶’을 경험하길 기대하며, 예술을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작은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글, 사진   Windy Lee  에디터

1917년 4월 뉴욕의 ‘앙데팡당전’에는 ‘R. Mutt(얼간이) 1917’이라는 사인이 된 남성용 소변기가 ‘fountain(샘)’이라는 작품명으로 놓여있었다. 지금 봐도 당황스러울 수 있는 마르셸 뒤샹의 이 작품이 100년 전 처음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의 충격과 파장은 상상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뒤샹의 ‘샘’ 보다는 덜하지만, 자연의 색채와 형태를 떠나 빨강, 노랑, 파랑 등의 강렬한 원색과 단순화된 형태의 그림을 선보인 야수파 마티스의 작품들이나 원근감과 명암을 무시하고 삼차원에 있는 사물을 이차원의 평면에 여러 각도의 이미지들로 한꺼번에 담은 입체파 피카소의 작품들, 선과 면, 점, 색채만으로 표현한 추상파 몬드리안 및 칸딘스키의 작품들과 뿌려진 물감이 뒤덮인 캔버스를 작품으로 선보인 잭슨 폴록, 그리고 만화나 흔히 보는 통조림 캔을 캔버스에 담은 리히텐슈타인과 앤디워홀의 팝아트 작품들까지, 모두 그 처음은, 수백 년에서 천년을 이어오던 기존의 미술 작품에 대한 인식과 시각을 뒤집는 파격이자, 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분수령이었다. 이런 현대 미술 작품들이 낯설거나 혹은 그 앞에 처음 선 관객들에겐 ‘저것도 작품이야?’ 혹은 ‘저건 나도 그리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고 또 봐도 알쏭달쏭하고 피곤하게까지 느껴지는 현대 미술에 대한 해답을 찾아 오롯이 감상하고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올해로 개관 90년을 맞은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어쩌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929년부터 뉴욕을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한 일명, 모마(MOMA)라 불리는 Museum of Modern Art, 즉 뉴욕 현대 미술관이 올해로 90년을 맞아 전시 공간을 두 배로 확장 증축하여 재개관했다. 1500여 점에서 2500여 점으로 소장 작품이 늘어났고, 미술관 중심부라 할 수 있는 4층에는 최첨단 설비와 음향 장비를 설치해 다양한 라이브 퍼포먼스와 워크샵이 가능한 거대 스튜디오를 만들어 단순히 공간만 늘린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또한 더 많은 작품들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작품 로테이션 기간도 6~9개월로 짧아졌다. 이로 인해 매번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이 현대 미술을 계속해서 알아갈 기회가 더욱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모마는 이 글 초반에 언급한 20세기 초반부터 후반 주요 화가들의 미술 작품들을 중심으로 하여, 1880년대 근대 미술 작품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시대 미술 작품들까지, 현대 미술 작품의 다양한 시각들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도록 재구성 되었다. 

모마에서 작품들을 순서대로 관람하기 전에 잠시 5층 초입에 자리한 뒤샹의 작품 앞에 서서 현대 미술 중심에 흐르고 있는 커다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단초를 찾아보자. 시선을 잡아끄는 의자 위에 꽂혀 있는 자전거 바퀴(Bicycle Wheel)와 손잡이가 긴 삽(In Advanced of the Broken Arm)이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에는 현대 미술의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받는 레디메이드 (Ready-made), 즉 기성품들인 자전거 바퀴와 삽이 존재한다. 종래에는 미술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던 사물, 특히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기성품을 작가의 재해석을 매개로 예술에 끌어들여 일상용품과 예술 작품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것은 회화 작품 영역이 과학의 발전으로 세상을 정밀하고 똑같이 재현하고 묘사하는 테크닉에 몰두하던 것에서부터 벗어나 작가의 선택만으로도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메세지가 그의 작품에 담겨 있다. 이것은 기존의 회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자유와 시각을 화가와 관객들에게 부여했다. 즉, ‘창조’를 해야만 예술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만으로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현대 미술의 중심 맥락의 전후로 자연의 색채와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화가의 감정과 시각 및 무의식에까지 기대어 표현하는 테크닉적으로도 변화를 가져온 작품들과 더불어 일상의 재발견, 익숙해진 것들에 대해 낯설게 보기를 통해 제작 혹은 작품으로 명명된 작품들이 현대 미술을 바라보는 큰 틀을 제공하고 있다. 이전의 미술이 자연과 사물을 묘사한 것에 치중했다면 현대 미술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시각과 새로운 원리로 그림을 그리고 해석하는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저것도 미술 작품인가?’, ‘저 작품은 나도 그릴 수 있겠다’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는가? 생각이 바뀌지 않은 당신에게 ‘당신은 그리지 않을 때, 그들은 이미 그렸고’, 당신이 작품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걸 작품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내놓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러한 인식과 시각의 전환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현대 미술 작품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오롯이 감상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