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스타일 있는 여자 되기 

 

아주 어릴 땐 예쁘고 싶었고, 좀더 커서는 섹시한 여자들이 부러웠다. 30대 중반을 지나는 지금은 마침내 남들이 비추는 거울 속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보는 아름다운 내 모습에 대해서 생각한다. 눈 찢고 코 세우는 성형 시술이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꾸며대는 코스프레 같은 변화가 아니라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구분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여정, 남자라고 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여자라서 더 재미있는 ‘스타일 있는 여자 되기’를 조금 늦게나마 새해 버킷 리스트에 추가해 본다. 

 

# 스타일을 잃어버린 여자 

 뉴욕 거지라는 말을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어찌된 일인지 세계 최고 패션의 도시 뉴욕에 살면서 내가 하고 다니는 모습은 점점 시대를 역행해 가는 듯 할 때가 많다. 예쁜 것 하나 사는 것보다 내 주머니에 현금을 좀더 갖고 있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 한국보다 월등히 비싼 미용실 출입이 뜸해지는 것을 시작으로, 안전하고 실용적인 검은색 일색의 패션이 시작된다. 주말이면 쫒아 다니기 바빴던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소셜 이벤트도 없다 보니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그러다 한번씩 한국에서 지인 방문 소식에 부랴부랴 꽃 단장 해보려 하지만 장기간 축적된 뉴욕 거지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벗어내기란 쉽지 않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나름 내 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언제든 돈만 있으면 반짝반짝 스타일은 만들 수 있다 했던 내 생각은 착각 중에 큰 착각이었다. 뉴욕 거지 스타일 고수 3년, 작심하고 쇼핑을 나가도 무엇을 사야 할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문득 수 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한 우리들과는 달리 일찍 결혼해서 전업주부가 되었던 친구가 동창회 모임에 일명 내가 가진 모든 명품 두르기 패션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샀던 일이 떠올랐다.  친구의 스타일 시계는 결혼 전 그 해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랬다. 의식하지 않으면 스타일은 잃는 것이다. 한 번 잃은 스타일은 생각처럼 쉽게 돌아오지 않을뿐더러 어쩌면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 스타일의 완성은 돈이라는 변명은 그만~ 

스타일 있는 여자 하면 재키 캐네디오드리 햅번, 섹스   시티 속 캐릭터 캐리 브래드쇼 정도가 꼽힌다. 혹자는 패션의 완성은 이라고 하지만 이들보다 돈 많았던 여자들은 많았다. 힐튼 호텔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만 해도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닐진대, 자신만의 스타일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역사에 기록한 이들을 분석해 역으로 추산해서 교과서적인 스타일 완성의 3요소 정도를 꼽아 본다면 첫째, 자기 자신을 아는 것과 둘째,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아는 센스, 셋째로 앞선 두 가지 요소와 어우러져 그들이 열정적으로 추구했던 독특한 삶이 있었다. 이들보다 예뻤던 여자들도 많았고 섹시한 여자들은 더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스타일이란 이름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여기에 스타일 있는 여자 되기의 묘미가 있다. 나의 스타일을 알고 완성해 간다는 것은 외모 꾸미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사랑하고 즐기는 행위로 확장 되기 때문이다. 거짓말 안 보고 나는 스타일 덕분에 두 번이나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나를 면접했던 상사나 보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재밌었다. 한번은 나를 채용한 이유가  인터뷰에 치렁치렁 화려한 귀걸이를 당당하게 하고 왔길래 자신감 있는 친구구나 했단다. 또 한번은 한참 복부인스러운 패션을 즐기고 있을 때 였는데 내 모피와 호피 패션에 어쩐지 돈 되는 사업을 잘 끌고 올 것 같았다나? 세상은 생각보다 비논리적인 논리로 돌아갈 때가 많은 것 같다.  

 

#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스타일 만들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쉬운 듯 막연한 고리를 푸는 열쇠는 가깝고도 단순한 곳에 있다. 바로 쇼핑. 돈 있으면 누가 못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쇼핑은 꾸준한 자기 관심과 스스로에 대한 공부라는 의미이다. 맞다. 돈이 든다. 그러나 스타일을 잃고 매력을 잃고 자신감을 잃고 마음이 병든 뒤 들어가는 치료비나 시간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채우느냐 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스타일 있는 여자 되기에 들이는 돈은 일종의 수익 좋은 투자라 할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스타일 있는 여자가 되면 인생에 훨씬 멋진 일들이 많이 생긴다는 사실. 

나는 샤넬 백이 없다. 맞다, 너무 비싸서 못 샀다. 아니다,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못 사기로(?) 결정했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작은 돈을 받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반짝이는 빈티지 드레스와 호피패턴의 스웨이드 플랫 슈즈를 매치하고 쌉쌀한 스타벅스의 모닝커피를 즐긴다. 얼굴은 나이보다 좀 들어 보이는 편이지만 가끔 지적여 보인다는 말을 들으니 나쁘지 않다. 이런 나에게는 샤넬 시그니처 백보다 지방시의 판도라 백이 더 어울린다역시나 2천불이 넘지만 어찌되었건 그건 하나 장만해 보기로 쇼핑리스트에 올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또 다른 내가 될 판도라 백을 살 것이며 엄하게 샤넬 백 사느라 큰 돈을 낭비하거나 급하게 꾸며대느라 있는 명품 총동원하는 불상사는 최소 막을 수 있겠다.  

똑같은 나지만 내 모습이 초라할 때와 내 눈에 내가 괜찮아 보이는 날의 나는 좀 많이 다르다는 걸 대부분 경험으로 알 것이다. 누구 눈에 띌 새라 집으로 돌아오기 바쁜 날과 어디 좋은 곳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날이 있다. 2017년 새해 후자인 날들이 더 많도록 뉴욕거지 생활 접고 복부인이 됐든 마담 가 됐든,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나를 더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스타일을 찾아 보아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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