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넘나드는 낭만적 변주

글 Windy Lee 에디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나 “가쉽걸”의 비춰진 이미지와 달리 뉴욕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낭만적이거나 화려하지 않다. 회색 고층 건물 숲의 권력 앞에 굴복한 듯 무채색 의상으로 조화를 이루며 바쁘게 다니는 뉴요커가 이루는 풍경에서, 기대했던 뉴욕의 낭만과 매력을 바로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런 조화를 거부한 듯 눈에 띄는 보색 대비로 존재를 증명하며 도로를 누비는 옐로 캡이나, 밤마다 경쟁하듯 빛을 발하는 타임스퀘어의 전광판 정도가 피상적인 뉴욕의 매력일 것이다. 뉴욕 역시 미국 문화의 실용성을 품은 도시여서, 진짜배기는 파고들어야만 알 수 있다. 특히, 뉴욕은 양파 같은 도시라, 많이 알고, 찾아다닐수록 깊이가 다른 화려함과 다양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뉴욕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재즈 클럽들이다.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꽃을 피운 재즈는 탄탄한 실력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규칙은 있지만 규칙을 넘나드는 자유로움으로 뉴욕을 대변하는 상징적 문화 중 하나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뉴욕과 뉴요커야말로 이런 재즈의 낭만적 변주와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기존의 전통을 중시하며 조금씩 리모델링하는 뉴욕의 건물이라던가, 뉴요커의 무단 횡단과 차량 이동의 놀랍도록 리드미컬한 조화 등이 그것이다. 재즈의 짙은 선율 속에 뉴욕의 참 매력을 경험하고 싶다면, 뉴욕 곳곳에 자리한 재즈 클럽을 꼭 한 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뉴욕 재즈 바에 오면 감격에 마지않는다. 동시대 최고의 재즈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을 일상 공간인 바(Bar)에서 즐길 수 있다는 놀라움과 벅찬 감동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동네 카페에서 숨죽이고 봐도 모자랄 판에 음료와 음식을 여유롭게 즐기며 최상의 라이브 공연 중인 BTS를 바로 눈앞에서 직관한 팬의 마음과 같을 것이랄까?! 하지만, 뉴욕에 유명 재즈 클럽이 아무리 많고, 실력 있고 유명한 뮤지션들의 공연 일정이 수없이 잡혀있다고 해도 유명 재즈 클럽 방문을 계획했다면 티켓 예매는 필수다. 예매에 성공해도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야 앞쪽 더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예매에 실패했다면 공연 시작 전 재즈 바 앞에 긴 대기 줄에 서 있다가 입장할 수도 있겠지만, 자리가 다 차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또한, 뉴욕의 재즈 클럽은 연주 감상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연주 중에는 대화를 피하고 영상 촬영도 금지된 곳이 많으니 관객으로서 매너를 지키며 주의한다면 뉴욕이 선사하는 일상 속 멋진 경험을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Iridium Jazz Club, Smoke Jazz & Super Club, Zinc Bar, Smalls Jazz Club, Club Groove 등 숨겨둔 보석 같은 크고 작은 재즈 클럽들이 많지만, 뉴욕의 가장 대표적인 재즈 클럽 네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BLUE NOTE NEW YORK 
뉴욕의 가장 유명한 재즈 클럽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재즈 바 중 하나인 블루 노트는 뉴욕에서 20세기부터 수많은 배우, 작가, 시인, 화가, 음악가들이 모여들어 서로 사교하며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짙게 남긴 그리니치 빌리지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밤낮으로 활기를 띠는 지역답게 오래된 카페, 유명 라이브 바,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며, 뉴욕 버스킹의 성지인 워싱턴 스퀘어 파크와 명문 뉴욕대도 이 지역에 있다. 1981년에 문을 연 블루 노트는 재즈의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무대이기에, 전통이 깊은 재즈 클럽으로 뉴요커와 여행객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블루 노트는 3음과 7음을 반음 낮추고 5음을 반음 높이는 재즈와 블루스만의 독특한 음을 나타내는 음악 용어로 재즈 특유의 감성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하는데, 재즈 클럽 이름으로도 안성맞춤인 듯하다. Dizzy Gillespie, Oscar Peterson, Sarah Vaughan, Lionel Hampton, Ray Charles 같은 전설들의 공연이 블루 노트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일조했다. 또한, Stevie Wonder, Liza Minnelli, Tony Bennett, Quincy Jones와 같은 스타 뮤지션들이 관객석에서 무대로 호출되어 선보이는 즉석 공연을 볼 수 있는 것도 블루 노트만의 매력이다. 블루 노트는 퀄리티 높은 라이브와 친밀한 분위기의 재즈 클럽으로 유명하며, 재즈 이외에도 소울, 힙합, 펑크 뮤지션들에게도 종종 그 자리를 내어준다. 공연은 매일 저녁 8시, 10시 30분에 있으며, 일요일에는 브런치 시간에 맞추어 12시 30분과 2시 30분 낮 공연도 있다. 커버 차지라 부르는 입장료는 뮤지션과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20~60달러선이다. 음료는 포함되지 않으며, 따로 주문해야 한다.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와 랍스터 라비올리 등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다.
131 W 3rd St. New York, NY 10012 | bluenotejazz.com/nyc 

VILLAGE VANGUARD

블루 노트와 함께 빌리지를 대표하는 150석 규모의 전통 있는 재즈 클럽인 빌리지 뱅가드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이 많이 거쳐 갔다. 1935년에 오픈하여 88년째 운영 중인 빌리지 뱅가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클럽 중 하나이다. 초창기에는 시, 포크 뮤직 등 다양한 장르에 무대를 내주며 자유분방한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사교 모임 장소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우디 앨런의 첫 무대와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극작가이자 작사가인 아돌프 그린과 베티 컴든의 첫 공연 무대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러다 1950년대 중반부터 재즈 전문 클럽이 되면서부터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빌리지 뱅가드의 무대를 장식했다. 또한, 클럽 내부는 뛰어난 음향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이곳에서 녹음이 진행된 앨범이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금세기 최고의 재즈 라이브 앨범 중 하나로 평가받는 Sonny Rollins의 첫번째 레코딩과 피아니스트 McCoy Tynner와 색소포니스트 John Coltrane의 레코딩도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또한 Miles Davis, Charlie Parker, Bill Evans, Coleman Hawkins, Charles Mingus, Thelonious Monk 등 재즈사에 불멸이 된 재즈의 전설들이 무명 시절에 이 곳에서 연주를 하며 전설이 되어갔다. 이 같은 재즈 대가들의 흔적을 느끼며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기에, 재즈 애호가들 사이에서 빌리지 뱅가드의 인기는 세계적으로 식을 줄 모르는 듯하다. 60년대부터 창단하여 현재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16인 연주자의 뱅가드 재즈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연주도 늘 인기다. 빌리지 뱅가드는 다른 재즈 클럽과는 달리 정통 재즈만을 고집하며, 이곳의 부엌은 초창기처럼 여전히 연주자들의 연습실 겸 대기실로 쓰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공연은 매일 저녁 8시, 10시에 있으며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음료만 취급한다. 입장료는 40~50불 선이며 학생 할인도 받을 수 있다. 

178 7th Ave S, New York, NY 10014 | villagevanguard.com

DIZZY’S CLUB

콜럼버스 서클의 타임워너 빌딩 5층에 위치한 디지스 클럽은 무대 바로 뒤 통유리를 통해 센트럴 파크와 미드타운 빌딩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멋진 맨해튼 야경을 배경으로 감미로운 재즈 선율을 즐길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전문 재즈 클럽 중 하나다. 특히, 여름에는 싱그러운 센트럴 파크의 전경과 함께 시작된 공연이 선셋을 지나서 불빛들이 밤의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수놓을 때까지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경험을 덤으로 할 수 있다. 디지스 클럽은 20세기 최고의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Dizzy Gillespie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이곳은 로즈홀, 엘런럼, 디지스 클럽 등 세 개의 재즈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링컨 센터가 운영하고 있으며,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로맨틱한 분위기,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으로 명실공히 뉴욕 최고의 재즈 클럽 중 하나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의 재즈 클럽 중 학생 할인율이 가장 크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재즈 클럽이라 할 수 있다. 디지스 클럽에서는 Dick Hyman, Ghost Train 등 실력 있는 재즈 연주자들의 공연을 볼 수 있으며, 날짜와 시간에 따라 다양한 공연이 열리기 때문에 폭넓은 재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평일에는 저녁 7시 30분과 9시 30분 공연이 있고, 일요일에는 5시와 7시 30분 공연이 있다. 커버 차지는 공연과 좌석에 따라 15불에서 55불 선이다. 또한 목요일부터 토요일 밤까지는 11시 15분 심야 공연이 있는데,  뉴욕에서 활동하는 실력있는 차세대 뮤지션들의 공연을 15불의 커버 차지로 볼 수 있는 기회로, 현장 구매 티켓으로만 입장 가능하다. 또한, 9시 30분 공연 관람객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 1인 1 음료를 주문해야 하며, 학생 티켓 구매자는 음료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재즈 클럽에 비해 음식이 맛있는 편이다. 

10 Columbus Cir, New York, NY 10019 | 2023.jazz.org/dizzys-club

BIRDLAND
1949년에 웨스트 52가에 문을 연 버드랜드는 전설적인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의 별명을 따서 지어졌으며 그로부터 영감을 받은 재즈 클럽이다. 건물 임대료 인상으로 1965년 문을 닫았다가 1980년대 후반 브로드웨이 극장 지역에서 다시 문을 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빌리지 뱅가드와 함께 오래된 재즈 클럽 중 하나이자 재즈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으로 뉴욕 재즈 클럽 중에서도 ‘탑 클라스’에 속하는 곳이다. Duke Ellington, Ella Fitzgerald, Chet Baker, Miles Davis, Charlie Parker, Dizzy Gillespie, Lester Willis Young과 같은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이곳 무대에 섰기 때문에 한 때 ‘재즈계의 브로드웨이’라 불리웠다. 이로 인해 당대 재즈 뮤지션들이 한번쯤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이기도 했다. 버드랜드는 사실상 Charlie Parker와 Count Basie와 같은 재즈계 전설들의 본거지였다. 또한, John Coltrane의 “Live at Birdland”와 마찬가지로 George Shearing의 “Lullaby of Birdland”도 버드랜드에서 녹음될 만큼 라이브 앨범 레코딩의 성지이기도 했다. 1950년대에는 프랭크 시내트라, 메릴린 먼로, 슈가 레이 로빈슨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의 아지트가 되어 유명세가 더해졌다. 버드랜드에 들어서면 50년대의 고급스러운 빈티지 감성이 벽을 따라 쭉 걸려 있는 재즈 뮤지션들의 사진을 휘감으며 버드랜드의 역사와 클래스를 증명하는 듯 하다. 공연은 요일에 따라 5시 30분, 7시, 8시 30분, 9시 30분으로 다양하며 커버 차지 역시 연주자와 자리에 따라 25불에서 46불까지 다양하다. 다만, 1인당 최소 20불 이상의 음료 혹은 음식을 따로 주문해야 한다. 이곳의 음식 메뉴는 다양하지만, 시그니처 메뉴는 버드랜드 버거로 인기가 높다. 재즈 애호가들이 뉴욕에 와서 반드시 들리는 재즈 클럽 명가 중 하나다.
315 W 44th St. #5402, New York, NY 10036 | birdlandjaz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