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오는 봄을 기다리는 여유
글 Windy Lee 에디터
홍콩을 방문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꼭 들리라고 추천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페닌슐라 호텔이다. 머물기 위한 숙소로도 흠잡을 데가 없지만, 정작 이곳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건, 1928년 이 호텔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공되고 있는 애프터눈 티 서비스 때문이다. 18세기에 시작된 영국의 상류층 사교 문화가 영국 식민지이자 아시아의 경제 허브로 바쁘게 돌아갔던 홍콩에서 유행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뉴욕 역시 홍콩처럼 애프터눈 티의 여유보다 카페인으로 빠르게 각성하고 틈을 쪼개 즐길 수 있는 커피를 더욱 즐기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뉴욕은 다양한 식문화 풍경을 갖고 있기에, 유럽의 애프터눈 티 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봄이 느리게 오는 쌀쌀한 이 계절에 애프터눈 티를 핑계로 사랑하는 이들 혹은 보고 싶었던 이들과 불러내 마주앉아 달콤 쌉사름한 따뜻함을 여유 있게 즐겨보면 어떨까?
상류층 문화이다 보니 먹는 순서와 다과 구성에도 에티켓이 있다. 흔히 우리가 애프터눈 티하면 떠올리는 삼단 트레이에는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빵, 케이크, 초콜릿, 과일 같은 디저트와 함께 오이가 든 샌드위치와 스콘을 내는 게 전통이다. 또한 먹는 순서는 삼단 트레이의 가장 밑 트레이부터 위 트레이 순이다. 스콘을 제외한 샌드위치와 디저트는 계절에 맞는 재료를 가지고 시즌별로 다르게 만들어져 서빙된다. 차의 경우 맛과 향이 좋은 홍차, 과일 향이 느껴지는 가향차, 허브차 종류 종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으며, 보통 차는 다과가 나오기 전에 내오는데, 찻잔 세트와 함께 티포트, 거름망, 스푼 등 고급스럽고 화사한 식기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아래 소개되는 뉴욕의 유명 애프터눈 티 하우스의 메뉴는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예약할 때나 혹은 방문 전에 메뉴를 웹사이트에서 꼭 체크해보길 바란다.
THE PARISIAN TEA ROOM
뉴욕 최고의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우아한 장소로 손꼽힌다. 프랑스 탑 셰프가 준비한 훌륭한 맛과 모양의 다과와 함께 가장 로맨틱하고 화려했던 1920년대 파리의 상류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격조 높은 인테리어가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킨다. 크리스털 샹들리에, 빈티지 유화, 강렬하고 화사한 카펫, 밝은 흰색 벽으로 이루어진 멋진 인테리어에 둘러싸여 예쁜 다과와 함께 사랑스러운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곳이다. 어른들끼리 왔다면 ‘클래식 프렌치 애프터눈 티’ 세트를, 아이들을 동반했다면 아이들을 위한 ‘키즈 패션 애프터눈 티’ 세트를 함께 시켜 다양한 종류의 프렌치 티 중 하나를 골라 즐겨보자. 전통적인 스타일의 애프터눈 티는 아니지만, 상징적인 삼단 트레이에 그린 샐러드와 부드러운 브리오슈나 바삭한 크루아상, 혹은 크로크무시외, 그리고 에그 샐러드나 치킨 샐러드와 함께 프랑스식 디저트인 마카롱, 애플 타르트, 초콜릿 에클레어 등으로 파리지앵 스타일의 에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애프터눈 티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메인 메뉴가 애프터눈 티에 더해진 뉴욕 최고의 하이 티를 맛볼 수 있는 하이티 세트도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9시 30분의 ‘블래퍼스트 하이 티’ 세트와 오전 11시, 오후 1시15분, 3시 30분에 ‘오트 쿠튀르 하이 티’ 세트로 즐길 수 있다. 예약은 필수이며, 애프터눈 티는 1인당 63불, 하이 티는 1인당 82불이다. 다양한 차 종류 중에서 ‘ ‘Du Hammam’ 티를 꼭 시도해보자.
*347 W 36th St, New York, NY 10018
KINGS’ CARRIAGE HOUSE
뉴욕에서 최고의 애프터눈 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고 싶다면 맨해튼 어퍼이스트에 위치한 킹스 캐리지 하우스를 추천한다. 특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방문한 후나 다소 쌀쌀해도 상쾌한 센트럴 파크의 어퍼이스트 근방을 산책하고 난 뒤 들리기에 좋은 곳이다. 1994년 문을 연 이래 뉴욕의 탑 레스토랑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킹스 캐리지 하우스는 아늑하고 로맨틱하며 유서 깊은 영국식 타운하우스 2층에 자리하고 있다. 킹스 캐리지 하우스는 앤티크 블루와 화이트 도자기 컬렉션에서 이름을 따온 1층의 윌로우 룸과 킹스 캐리지 하우스에서 가장 넓고 붉은 벽이 인상적인 만달레이 룸, 그리고 가장 아늑한 방으로 아일랜드 스타일의 벽화가 그려진 헌트 룸으로 공간이 크게 나누어져 있다. 멋진 그림과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고급스러운 엔티크 가구에 앉아 1인당 38달러로 에프터눈 티의 화려한 향연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재스민, 화이트 피치 마차, 석류 우롱티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급 차와 함께 참깨 치킨 샐러드, 스코틀랜드 훈제 연어 핀휠, 무화과 피스타치오 고트 치즈 무스, 따뜻한 스콘, 살구, 코코넛, 벨기에산 초콜릿 티 케이크, 레몬 커드 스퀘어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곳이다. 비싼 가격 탓에 가기를 망설이며 오랫동안 애프터눈 티의 로망을 간직했던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뉴욕의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따뜻한 날에는 야외 티 가든 카페에서도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이곳 역시 애프터눈 티에 메인 메뉴가 더해진 뉴욕 최고의 하이 티 세트도 준비되어 있는데, 가격은 48달러선이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세트도 있으며, 1인용 세트를 티 박스로 포장해갈 수도 있다. 이곳 역시 예약은 필수이며,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 문을 연다.
*251 E 82nd St, New York, NY 10028
THE GALLERY at the CARLYLE
1930년에 지어진 맨해튼의 유서 깊은 5성급 초호화 호텔 중 하나인 칼라일 호텔의 더 갤러리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의 주인이었던 술탄의 화려한 다이닝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우아하고 세련된 공간이다. 두 개의 층으로 나누어진 이곳은 짙은 붉은색 꽃무늬 벽지, 이슬람 무늬의 도자기, 앤티크 킬림으로 싸인 긴 의자, 붉은색 테두리의 벨벳 의자로 꾸며져 있어, 한 번 앉으면 오래 머물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외국 귀빈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이곳의 호화로운 뉴욕 애프터눈 티 서비스는 허드슨 밸리 푸아그라 토숑과 다양한 수제 파테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클래식한 메뉴와 함께 차이니스 리치, 이집션 카모마일, 핫 시나몬 스파이스, 스파이스드 플럼 등과 같은 이국적인 프리미엄 티 셀렉션과 핑거 샌드위치, 정통 데번셔 크림을 곁들인 스콘, 신선한 미니 페이스트리가 포함된 완벽한 애프터눈 티 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전통적인 애프터눈 티 세트와 함께 샴페인 한 잔이 포함된 ‘임페리얼 티’ 세트, 그리고 티 포트와 함께 스콘, 티 샌드위치, 미니 페이스트리를 각각 단품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다. 차를 좋아하지 않아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차의 다른 옵션으로 준비되어 있는 스텀프타운의 커피가 만족감을 줄 것이다. 더 갤러리의 애프터눈 티 서비스는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이며, 기본 애프터눈 티 세트는 1인당 90달러, 샴페인 애프터눈 티 세트는 1인당 115달러이다.
*35 East 76th Street, New York, NY 10021
THE PALM COURT at the PLAZA HOTEL
뉴욕의 상징적인 호텔 중 한 곳인 플라자 호텔의 멋진 공간에서 누리는 애프터눈 티는 분명 두고두고 잊지 못할 품격 있고 세련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00년 넘게 이곳에서 에프터눈 티를 제공하고 있는 더 팜 코트는 센트럴 파크와 광활한 녹지에서 영감을 받아 유리로 된 천장과 화려한 대리석 기둥, 그리고 천장 높이의 야자수와 수많은 거대한 화분으로 가득 차 있는 개방형 레스토랑으로 설계되어 가장 화려한 온실 속에서 식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더 팜 코트는 아침 식사, 애프터눈 티, 저녁 식사,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뉴욕의 대표적인 레스토랑 및 바 중 하나이다. 이곳의 애프터눈 티 서비스는 중국의 철관음 우롱차, 인도의 마가렛 호프 다즐링 차, 한국의 최상급 죽로 차 등 각국의 최고급 차 셀력션도 제공한다. ‘센트럴 파크 티’ 혹은 조금 더 고급스러운 옵션인 ‘더 플라자 시그니처 티’ 세트를 선택하거나,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샴페인과 캐비어가 포함된 ‘그랜드 임페리얼 티’ 세트로 최상의 에프터눈 티를 경험할 수도 있다. 타르트, 마카롱, 커스터드 등 다양한 페이스트리와 선 드라이드 토마토를 곁들인 고소한 허브 로스트 치킨, 페스토를 곁들인 허니 리코타 샌드위치, 파스트라미 연어, 브리오슈에 곁들인 푸아그라 테린 등의 메뉴가 차나 샴페인과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또한 유자 레몬 커드, 스콘, 패션프루트 마카롱, 리치 로즈 코코넛 케이크와 베일리 다크 초콜릿 부슈 등이 디저트로 준비되어 있다. 이외에도 가장 유명한 동화 캐릭터인 엘로이즈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12세 미만 아이들을 위한 ‘엘로이즈 티’ 세트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오픈테이블 사이트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며, 드레스 코드를 미리 확인하여, 반바지, 캐주얼 모자, 찢어진 데님, 운동복, 남성의 경우 민소매 셔츠 등의 복장을 자제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가야 입장이 거부되지 않는다. ‘칠드런스 엘로이즈 티’ 세트는 1인당 90불이며,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서비스되는 애프터눈 티는 샴페인 추가 유무에 따라 1인당 118달러부터 시작하여 197달러까지 가격이 다양하며, ‘그랜드 임페리얼 티’는 2인 기준 599달러로 매우 비싸다.
*768 5th Ave, New York, NY 10019
이외에도 호화로운 인테리어와 미슐랭 투 스타 세프가 엄선한 다양한 왕실의 티 셀렉션이 매혹적인 더 바카라 호텔의 그랜드 살롱, 파리의 전설적인 마카롱과 아름다운 디저트로 유명한 라드뤼의 소호 지점, 뉴욕 최고급 백화점이자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버그도프 굿맨의 BG 레스토랑, 호화로운 은색 식기와 상징적인 비취색 인테리어가 인상적으로 올해 리오픈 예정인 티파니 앤 코의 더 블루 박스 카페, 그리고 1927년 러시아 황실 발레단 단원들이 설립하여 전 세계 귀빈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고급스런 아르데코풍의 더 러시안 티 룸도 환상적인 뉴욕의 애프터눈 티 문화를 경험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