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Windy Lee 에디터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영상과 이미지로 소통하는 시대지만 그래서 책에는 더더욱 힘이 있다. 다행히 뉴욕은 그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고, 그 덕에 다양한 독립 서점들이 오랜 세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과 사람간의 지성과 감성, 그리고 지혜가 만나는 멋진 우주적 공간이다. 누구를 만나게 될지, 어떤 세상의 문을 열게 될지,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책 너머 새로운 세계로 작가가 이끄는 여행의 허브인 서점은 온라인상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체험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가을의 문턱에서 천천히 음미하고픈 시간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책 냄새 가득한 곳으로 산책을 가보자. 기대 이상의 즐거움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The Strand
스트랜드 서점은 <장미의 전쟁>의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와 20세기 거장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는 물론, 뉴욕의 예술가들과 뉴욕커의 사랑을 100여 년간 받아온 세계 최대 중고 서점이다. 뉴욕의 명물이기도 한 이곳은 인상적인 빨간색 로고와 서점 건물을 빙 둘러 놓인 1달러짜리 중고 책 카트들이 입구부터 도서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1927년 오픈한 스트랜드 서점은 영국 런던에서 유명 작가들이 많이 거주하던 거리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다양한 신간, 중고 서적은 물론, 희귀 서적 및 고서에 더해 음반도 취급하여 다양한 고객층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상 3층, 지하 1층의 총 1,500평 규모에 약 250만 여권을 보유한 스트랜드 서점은 그 책을 일렬로 세워놓으면 무려 18마일(약 29km)에 이른다고 해서, “18마일의 서가”로 불리기도 한다. 스트랜드가 자리한 주변 지역은 예전엔 50여 개의 서점이 있어 책의 거리로 불리였으나 지금은 스트랜드 서점만이 홀로 남았다. 무엇이 스트랜드를 살아남게 한 것일까? 스트랜드는 중고 서적을 매입하며, 신간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어린이 도서는 50% 이상 할인해 준다. 또한, 1층에서는 까다로운 입사 테스트를 통과한 서점 직원들의 손글씨 메모가 붙은 추천 도서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직원들의 책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바탕으로 책 추천을 잘하는 서점으로도 유명하다. 중고 서적 거래 노하우에서 비롯된 세분된 분류 체계에 따라 주제 관련한 다양한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 여기에, 스트랜드 로고가 박힌 인기 만점 자체 제작 상품들과 올여름 서점 안에 문을 연 카페, Brooklyn Roasting Company의 맛 좋은 커피도 뉴욕커와 관광객들을 지속해서 끌어 모으는 견인차를 하고 있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센트럴 파크나 비행기에서 읽을 책 한 권을 찾을 수 있을 스트랜드 가판대와 지점들이 어퍼웨스트 81가 콜럼버스 애비뉴와 5th 애비뉴 60가 그리고 라과디아 공항 터미널 B에 위치해 있다.
주소_ 828 Broadway New York, NY 10003
웹_ strandbooks.com
Book of Wonder
1980년에 문을 연 이곳은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 도서 전문 서점이다. 이곳에는 고전 작품부터 최신 아동용 그림책과 소설책이 섹션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뉴욕의 서점답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언어의 책과 어린이용 사전도 구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명물은 1900년부터 수많은 어린이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던 <오즈의 마법사>에게 헌정된, ‘원더 오브 오즈 Wonder of OZ’라는 특별 코너이다. 특히, 2만 4천 달러에 달하는 초판본인 <The Wonderful Wizard of OZ>와 같은 희귀 서적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이곳이 유명해진 건 서점의 오랜 고객이자 영화감독인 노라 에프론의 영향도 있다. 그녀는 Book of Wonder를 본인이 감독한 영화 <You’ve got mail> 속 어린이 서점의 모델로 삼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맥 라이언은 역할 준비를 위해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한 세계적인 작가 J. K. Rolling 이벤트가 두 차례나 열린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Book of Wonder는 최고 작가들의 최신 서적과 함께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고전들을 보유하며 뉴욕을 대표하는 아동 전문 서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주소_ 42W 17th St., New York, NY 10011
웹_booksofwonder.com/
Rizzoli Bookstore
이탈리아 출판사가 뉴욕 맨해튼에 오픈한 예술 전문 서점으로 수많은 뉴욕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유명하며, 건축, 인테리어, 아트, 문학, 사진, 패션, 디자인, 요리, 여행, 아동 서적 및 불어, 이태리어, 스페인어와 같은 세계 여러 언어로 된 잡지와 신문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의 노매드 지역으로 이사 오기 전, 초창기 서점이 있던 57가에서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품었던 리쫄리 서점은 로버트 드 니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1984년작인 <Falling in Love>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 서점은 다양한 전문 분야의 필독서뿐 아니라 오늘날의 최신 출판물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사진과 그림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예술 서적들을 서점 구석의 작은 나무 벤치에 앉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없던 감수성까지 차올라 서점을 나설 때는 가을을 만끽할 준비를 완벽히 마친 본인과 만나게 될 것이다.
주소_1133 Broadway, New York, NY 10010
웹_rizzolibookstore.com
ARGOSY BOOK STORE
아고시 서점은 뉴욕 맨해튼의 가장 번화한 중심에서 잠시 벗어나,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서점 외관부터 미드타운의 숨겨진 보석처럼 보이는 이곳은 1925년에 6층짜리 타운하우스를 개조해 오픈한,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서점이다. 다양한 책들을 비롯 고지도, 희귀본, 원고, 신간 서적, 중고 서적 및 옛 그림 복사본 등이 가득해 마치 박물관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프랭클린 시어도어 루스벨트, 빌 클린턴, 마이클 잭슨, 스티븐 손드하임 등이 단골 고객이였다고 한다. 서점 1층 입구에는 5달러 미만의 저렴한 책들이 행인들을 보물찾기에 동참시킨다. 서점에 들어서면 엔틱한 등불 아래 금빛 카트에 꽂혀 있는 프린트 작품과 엽서 그리고 벽에 걸려 있는 옛 그림들, 그리고 출판 연대가 17~18세기로 추정되는 꼳꼳한 양장 서적들이 유리문도 없이 책장에 꽂혀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 서점에서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은 책 표지에 있다. 오래된 책은 제본의 속성상 표지와 속지가 분리되기 마련인데, 아고시 서점에서는 그렇게 분리된 빈티지 하드 표지나 가죽으로 된 표지만을 따로 판매하고 있다. Argosy Book Store는 이런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 때문인지 영화와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다.
주소_ 116 E 59th St, New York, NY 10022
웹_ argosyboo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