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진출한 배우 김경수를 보며

쉽고 재미있는 문화여행 

연극무대는 명배우들의 고향

글  앤드류 임 극작가, 연극연출가

주로 뉴욕에서 공연되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온 본 칼럼에서 이번호는 여담삼아 배우들의 얘기를 독자 여러분과 나눠보려한다. 연극이나 영화 심지어 TV드라마 같이 극문학(drama)을 토대로 하는 예술에서 잘하는 배우의 연기는 매우 중요한 감상거리다. 가끔 극 자체는 별볼일 없는데 배우의 연기가 볼만해 그나마 봐줄만한 연극이나 영화도 꽤 있지않은가! 이번호에서는 그 중요한 구성요소 즉 배우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브로드웨이 배우들을 예로 들어 얘기하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실감이 안날 수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국의 배우들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리고 내친김에 지금 뉴욕에서 연기훈련을 체계적으로 쌓으며 공연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앞날이 매우기대되는 한국출신 배우 한사람도 소개해볼까한다.

미생이라는TV드라마를 기억하시는가. 꽤나 높은 시청율을 자랑하며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배우는 단연 이성민이다. 의도적인 냉정함을 부하직원들에게 드러내지만 인간미 넘치는 본성을 가진 오차장이라는 인물을 너무나도 입체적으로 그려낸 배우,이성민말이다. 이성민은 미생 이전부터도 TV드라마와 영화에 종종 얼굴을 보이긴했지만 그의 진가를 보여준 드라마는 단연 미생이었다. 최근에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코믹 속에 진지함을 담은 드라마도 많은 화제를 뿌리며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문래동 카이스트’가 많은표를 받지않을까 생각된다. 혀짧은 연기로 코믹한 인물을 그려내면서도 개인의 불행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시청자들에게 눈물을 쏟게 만든 배우 박호산의 명연기 때문이리라.

인기를 끌었던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도 보신분들이 꽤 많으시리라. 개화기 조선시대에 천민으로 태어난 노비의 자식과 천민 중에서도 천민이었던 백정의 자식이 각각 끔찍한 부모의 최후를 목격한 후 미국과 일본으로 도망가, 한사람은 미국인 장교로 또 하나는 일본인 무사로 다시 조선땅을 밟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탑스타 이병헌이었지만 사실 이 드라마에서 진짜 재미는 조연배우들의 연기였다. 일식이역의 김병철, 함안댁역의 이정은 두사람의 연기는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아마도 독자들 중에는 이 두배우가 누구고 무슨역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하실 법하지만 얼굴을 보면 “아 저 배우들”하며 미소를 떠올리실 것이다. 그들이 미스터선샤인에서 해낸 일이 바로 이것이다. 드라마가 너무 무겁고 비장해져서 보고있기 지쳐갈 무렵 광대들처럼 등장해 한바탕 분위기를 바꿔놓는 그야말로 감초같은 조연들의 역할말이다.

최근 몇년 사이 가장 인기를 끌었던 이 세 드라마에서 경지에 오른 배우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를 톡톡히 느끼게해 준 이 배우들, 연기력이 경지에 달한 이 배우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는가. 이쯤에서 잠깐 읽기를 멈추고 짐작해보시라. 

이들은 모두 연극배우 출신이다. 이제는 대중적인 스타가된 이성민은 극단 차이무등에서 주로 활동하며 20년 넘게 무대에 서 온 연극배우출신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박호산 역시 정통연극배우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재학시절(90년대초) 부터 꾸준히 무대에서 서 온 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TV에 얼굴을 보이기 시작해 지금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배우가됐다.

연극은 영화나 TV드라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야하고 출연하는 작품도 고전에서 동시대 작품까지 넓은 범위를 넘나들어야한다. 이성민이나 박호산은 20년 아니 그 이상의 세월동안 다양한 연극작품에서 수많은 인물들을 연기하며 내공을 쌓았고, 그 결과로 요즘 TV와 영화에서 외모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연기의 경지를 보여주고있는 것이다.

연극무대가 탄생시킨 명배우들은 단지 이들만이 아니다. 영화배우로 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손현주를 잘 아시리라. 세계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명실공히 세계 정상급 배우의 반열에 오른 손현주도 영화배우이기이 전에 관객들과 평론가들에게 극찬받는 연극배우였다. 그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던 해에 국립극장무대에서 연기한 햄릿은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후배배우들에게 전해지고있다. 손현주는 이후로도 오랜시간 무대 위에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연극배우였다.  영화나 TV드라마에서는 녹화 중에 실수를 하면 다시 연기할 수 있다. 여러분도 익히 잘 알고계시는 NG다. 감독이 NG를 외치면 다시 그 부분을 연기하면된다. 그렇지만 연극무대에서는 NG가 있을 수 없다. 배우들은 충분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연기하려는 인물의 삶을 무대 위에서 살 수 있을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영화에 출연하고 싶든 TV탤런트가 되고싶든, 배우의 연기수련은 연극무대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유다. 불행히도 그 당연한 과정이 요즘 한국의 연예계, 영화계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있어 씁쓸하다. 인물 잘 생긴 젊은이, 아이돌그룹으로 스타가된 곱상한 남자가 TV드라마에 얼굴을 내밀면 시청율이 올라가는 현실이다 보니 제대로된 연기를 감상하고싶은 필자같은 관객 또는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느끼지않을 수 없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많은 배우들이 더 체계적으로 연기훈련을 받기위해 미국 특히 뉴욕을 찾는다. 뉴욕에는 브로드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들을 길러내는 유명한 연기학교들도 많다. 이 학교들에 유학와서 배우수업에 열중하고있는 한국의 젊은 연극배우들이 상당수있고 필자가 뉴욕에서 연극을 하고있다보니 이런 정통무대 배우들을 만나는 행운을 종종누린다. 미래의 대한민국 명배우를 미리 만나보는 행운말이다.

최근들어 필자에게 이같은 행운을 안겨준 배우는 단연 김경수다. 뮤지컬배우로, 연극배우로 대학로를 누비다가 연기공부를 위해 뉴욕에 건너온 배우 김경수는 뉴욕에서도 뮤지컬공연과 갈라쇼, 콘서트 등을 통해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연기력은 연극무대가 배출한 최고의 선배배우들처럼 ‘믿고볼만한’ 수준에 도달중이다. 이미 한국에서 여러편의 화제작들에 출연하며 연극팬들에게는 잘 알려진 배우지만 그 활동폭을 영화나 TV로 옮겨 대중에게도 그의 능력을 선보일 날이 멀지않아보이는 배우. 그의 앞날이 매우 기대된다.   

연극배우 김경수

배우 박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