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유형별 차이와 소통 방법
글 송지혜 심리 소통 전문가, 조이송 피아노아이콘 교수법대학 학장
결혼 전 매력 있던 상대의 성격이 어떻게 결혼 후 갈등의 요인으로 둔갑하게 되었을까? 끌리던 성격은 이해할 수 없는 성격으로 귀납되고, 성격 차이로 행동까지 달라지면서 끝없는 갈등의 깊은 계곡으로 빠졌던 우리 부부는, 결혼 13년 차에 MBTI 또는 기질 이론(Temperament Types)과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이혼 직전의 위기에서 우리 부부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었는지, 우리 가정을 살렸던 성격 유형별 차이와 소통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갈등의 우선 순위는?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겉으로 보기에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다고 해도, 지금 내 곁에 함께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성공적이지 않다면 과연 성공한 인생일까? 현재 당신의 삶 속에서 가장 힘든 관계는 누구인가? 라고 물으면 그 순위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 부부 2. 자녀 3. 상사, 부하, 동료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가 가장 힘든 관계가 되는 우리의 삶은, 더 자주 만날수록, 더 가까이 있을수록, 갈등이 더 쌓인다. 왜 그럴까? 가장 힘든 관계로 손꼽히는 부부간 문제는 결혼 전에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지만, 결혼 후에는 본인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결혼을 위해 했던 노력만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 목표를 성취했으니, 앞으로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영역을 넓혀서 가족은 어떠한가?
두 번째 순위인 자녀와의 갈등에서는 부부 관계와는 또 다른 역동을 보여준다. 대등한 입장에서 자신을 변명하거나 요구할 수 있는 부부 관계가 아닌 부모와 자녀는 종속의 관계이므로, 부모라는 권위자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피 권위자인 자녀들의 욕구 불만은 “엄마가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며 확신하는 부모 밑에서는 건강하게 의견으로 제시되기 어렵다. 따라서 자아가 형성되는 사춘기의 자녀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욕구를 저항과 반항으로 표출하며 부모를 당황하게 한다. 하물며 사회에서 만난 남은 그 관계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도대체 어떤 차이가 나길래?
남편과 나의 갈등은 대체로 MBTI에서 말하는 외향형과 내향형, 그리고 정리형과 개방형에서 극심한 차이를 보여준다. 그 지표는 행동 양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 상황이 발생하면 갈등도 발생한다. 남편은 지독한 내향형, 나는 중간 정도의 외향형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극심한 차이는 정리형과 개방형에 있었다.
바로 며칠 전, 친구 부부와 함께 여행하며 뷔페식 호텔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내향적이고 정리형인 남편은 음식이 많아도 늘 친숙한 음식만 가져오기 때문에 먹던 대로 먹는 편이다. 외향적이고 개방형인 나는 뻔한 것이 싫어서 호텔 조식 뷔페에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먼저 매의 눈으로 쫙 훑어본다. 마침 어제 없던 메뉴인 치아시드로 만든 푸딩이 보여 선택했다. 항상 어딘가에서 요상한 걸 잘 찾아오는 부인의 접시를 보며 남편이 묻는다. 못 본 건데 뭐냐고. 마침 옆에 앉아 있던 남편 친구(남편과 성격이 같은 유형인)도 궁금해했다.
“섬유질이 많아 장에서 불어서 장 청소를 도와주는 건데 맛도 있을 거 같아 가져왔어요. 한번 드셔 볼래요?”라며 즉시 한 수저를 떠서 남편 입에 넣어주었다. 남편 친구 눈이 둥그레지면서 ”부부 사이가 좋으시군요”라고 했다. “하시면 되지요.”라고 능글맞게 응수하는 우리에게, “저는 쑥스러워 못합니다.”라고 한다. 옆에 앉은 친구 부인이 “그이 음식 가져온 거 보세요. 바게트 방에 버터와 초콜릿 크림이 먹은 전부예요. 뷔페에 이렇게 음식이 많아도 저거 먹고, 끝이에요.” 하며 아쉬워한다. 지난번에 이탈리아 음식 맛집에 갔을 때도 이탈리아어를 잘하는 부인이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그날 함께 한 친구들을 위해 여러 가지 메뉴를 주문했으나, 이 남편은 다른 접시 손도 안 대고 그냥 자기가 먹고 싶은 a la carte 하나만 시켜 그것만 얌전히 드셨다. 내향형이면서 정리형의 유형은 선택이 많은 것도,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그저 늘 하던 대로 익숙해지고 싶어 한다.
그 사람의 성격은 이해가 안 되고, 그로 인한 행동이 나를 불편하고 힘들게 하지만, 그 사람의 인격에서 성격 부분을 분리해 볼 줄 알고, 행동의 저의는 악의로 한 것이 아닐 거라는 신뢰를 쌓아왔다. 이를 통해 4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싸우면서도 여행도 함께 하고, 아침에 싸워도 저녁에 보고 싶다고 말하는 관계가 된 거 같아서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상대방의 성격을 안다는 것은 가정에 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