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유형별 차이와 소통 방법
글_ 송지혜 심리 소통 전문가, 조이송 피아노아이콘페다고지대학 학장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는가가 외향과 내향을 구분하는 내면적인 기준이라면, 내향과 외향이 서로 불편해하는 행동 기준은 따로 있다. 바로 경계선이다.
8가지 성격 유형을 나누는 첫 번째 기준 – 외향형 Extravert인가? 내향형 Introvert인가?
경계를 넘나드는 외향형 VS 경계가 분명한 내향형
내향형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경계선(boundary)을 가지고 있다. 경계선 밖을 나가는 것도, 누가 들어오는 것도 힘들어한다. 경계선은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있다. 경계선이 없는 외향형은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자기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고, 경계선만 보면 넘어가고 싶어 한다. 내향형은 자기 안에 아무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고, 자기가 알려지는 것도 불편해한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이 이야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라고 속삭인다.
한 부인이 우리 아이가 바이올린을 전공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뜸, ”우리 딸도 바이올린 전공하거든요. 근데 예술 학교 시험 보려면 좋은 바이올린을 사줘야 한다는 데, 얼마짜리 사 주셨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뭐 아주 비싼 것은 못 사주고 얼마짜리 샀어요”라고 했다. 다음 날 오전, 그 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저…어제 제가 무례하게 바이올린 가격을 여쭤봐서 죄송했어요.” 당황한 나는, “아니 뭘 그런 걸 가지고 전화하셨어요? 바이올린 사는 게 엄마로서 가장 큰 고민이니 궁금하신 게 당연하죠.”라고 답했다. 부인은 전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인이 내게 ‘무례하게’ 악기값을 물어본 일로 남편이랑 가는 내내 대판 싸웠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과 전화를 안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해서 전화한 거라고 했다. 보통 외향형은 궁금한 게 생기면, 그 순간 바로 묻는다. 내향형은 여러 번 생각하고, 묻지 않는 편을 택한다. 내향형인 남편이 외향형인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은 생각이 있어, 없어? 제발 생각 좀 하고 행동하면 안 돼?”
남에게 관심이 많은 외향형 VS 남이 어떻게 볼까 봐 신경 쓰이는 내향형
외향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모든 일에 먼저 나서다 보니,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기도 한다. 내향들은 자신의 경계선에 외향들이 무례하게 들이대서 상처받았다며, 자신에게 먼저 물어봐 주지 않았다고 속상해한다. 사실 외향형은 내향형이 쑥스러울까 봐, 도움을 주고 싶어서 먼저 나서준 것인데, 내향이 상처받았다고 하니, 속상하다. 내향 입장에서는, 외향이 묻지도 않고 멋대로 먼저 행동하고, 말투도 명령조라 기분이 나쁘다.
수년 전 유학 중인 내향형 딸이 콩쿠르에 입상한 소식을 듣자마자, SNS에 올려 자랑했다. 그날 새벽 내내 카톡이 끊임없이 울렸다. 카톡을 받자 “엄마 당장 내려!!“한다. “너 자랑스러워서 한 건데…이런 건 알려야잖아?” 외향형 엄마는 변명했다. 내향형 딸은 무조건 내리라 했다. 내향형은 일단 먼저 본인이 마음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자랑할 만한 콩쿠르인지 아닌지는 두 번째 문제다. 외향 기준으로 말했다가는 늘 내향과 갈등하게 된다. 부부 모임이 많던 시절, 모임이 끝나고 30분이 지나도 차 한 대가 그대로 서 있었다. 알고 보니 그날 모임에 왔던 부부가 싸우고 있었다. 우리 부부의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은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를 데려가는 걸 좋아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하면 눈치를 줬다. 말도 못 하게 하는 모임을 뭣 하러 가냐며, 다시는 같이 안 가겠다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투곤 했다. 그다음부터는 모임에 가기 전에 무슨 이야기를 어느 수위까지 말할 건지 미리 정해야 탈이 없었다. 내향형들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어느 내향형 아이가 학교 간 첫날,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화장실에 가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참고 있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들이 낄낄거리자, 선생님이, “얼마나 수업에 집중했으면 오줌 나오는 것도 몰랐겠냐. 너희도 저 아이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오히려 아이를 두둔해 주었다. 그분은 그 아이의 평생 잊지 못할 스승이 되었다. 성격을 알면, 행동의 동기를 알게 되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