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먼저 사랑하지 않고서는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

윤지원 미술치료사

지금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오늘은 엄마가, 엄마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 인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조언과 설이 난무하지만 실제로 엄마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솔직한 보고서는 많지 않은 듯하다. 대부분의 양육서들을 읽으면 세련된 위로의 말을 덧붙여도 책을 덮음과 동시에 ‘그러니까 내 아이가 이런 건 다 내 탓이란 말이지’라는 꺼림칙한.. 백 프로 인정하기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깨달음만 콕 박힌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인 엄마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양육서에 대한 의견으로 60프로나 되는 엄마들이 양육 서가 ‘부분적으로만 나에게 맞다’라고 답해 주셨다. 결국 삶이란 이론이나 책에서 다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양육에서도 실제로 부딪혀서 경험하여 축적되는 우리만의 아이에 대한 이해가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랫동안 엄마들을 만나고 상담해왔다. 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하나는, 한 명도 빠짐없이 (나 자신을 포함해서)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엄마가 되고 나서 좌절하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빈도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말이다. 엄마가 되는 과정이 여자에게 완전한 축복과 행복인 것처럼 왜곡된 이미지로 압축해 버리는 알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힘 앞에 엄마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엄마의 기준은 엄마 스스로가 정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모든 여자가 준비된 엄마가 아니기에 우리는 모두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가? 대부분의 엄마들이 잘하고 있는데 나만 실패한 엄마 같은 생각을 조장하는 수많은 SNS 속의 행복한 육아 이야기는 편집이 가능한 부분적 이야기다. 나에게도 네모의 틀을 들여다보면 아름답게 편집되는 이야기 서너 개쯤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공개하며 받는 ‘좋아요’ 숫자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증가하는 것 또한 고백건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언제나 네모의 프레임이 따라다니지 않는 현실이다. 현실 안에서의 우리는 사실은 모두 다 크고 작은 불안을 느끼며 그저 ‘버티는 중’이다.

무엇을 위해 버티는가? 무엇을 위해 ‘나’라는 사람을 통채로 집어삼킨 듯 한 엄마라는 정체성을 힘겹게 짊어지고 가는가?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세상의 성공의 기준, 다른 엄마들의 화려한 기술적 육아 방법들에 맹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내가 스스로 세우지 못한 목표는 갈수록 우리를 더 버겁게 한다. 마치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우리가 받아온 교육은 우리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저 하라는 대로 하기 바빴고 배운 것을 외워 답하기 바쁜 교육이었다. 그리하여 엄마가 된 이 시점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어딘가에 정답이 있고 내 삶에도 정답을 써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입 육아를 하는 엄마도, 방목을 하는 엄마도, 아이의 교육에 몰입하는 엄마도,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고 있다면 ‘맞고 틀리고’가 없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면, 혼란스럽다면, 나는 지금 잠시 아이들을 내려놓고 본인을 위한 무언가를 시작해보길 권하고 싶다. 그것은 공부, 취미, 운동, 독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꼭 비싼 돈을 내고 화려하고 낭만적인 어떤 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충분하다. 혹,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엄마들에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오소희 작가의 엄마의 20년은 아이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로 착각하고 맹목적으로 열심히 달리다 지친 엄마들에게 자신을 ‘역할을 떠난 존재’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는 자세한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자녀는 엄마의 사랑을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녀는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그저 독립된 개체로 자라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또한 그런 사랑을 받으며 독립된 개체로 여전히 자라야 한다. 어쩌면 내가 먼저 사랑을 주어야 하는 대상은 아이보다 나 자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을 잘 돌보지 않는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요? 기름진 나무에 기름진 열매가 맺히는 법. 당신 인생을 소중히 하면 아이도 곁에서 제 인생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거예요.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어’라고 말하면서.” – 오소희

•미술치료 석사 과정 졸업

•Chicago Children’s Advocacy Center 성폭행 피해 아동 치료

• 한국GS Caltex Social Contribution Project와 서울문화재단 미술치료사

•뉴저지 Center for Great Expectation 약물중독 엄마 치유

•뉴저지 Hope and Art Studio 미술치료 스튜디오 설립

•이중문화권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만들기와 상담 프로그램들을 진행 중 <마이 아메리칸 차일드> 팟캐스트 진행 중

www.hopeandartstudio.com / hopeandart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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